비건 방한 중에 딴지 거는 美…빛바랜 대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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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장관 방한 중 국방장관은 '불량국가' 호칭…CVID 표현도 재등장
CNN은 추가 핵시설 보도…트럼프 3차북미회담 언급한 미묘한 시점
비건 메시지도 원론적 차원…北, 미국의 이중플레이로 보고 더 반발할 수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다소 유연한 태도로 북미대화를 거듭 제의한 가운데 미국 내에선 전혀 상반된 메시지가 나왔다.

'불량국가'(rogue state)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CVID) 표현이 재등장하고 핵시설 위성사진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볼 때 단순한 강온 양면전술 차원을 넘어선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즈음해 군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북한과 이란을 불량국가로 부르며 이들의 공격적 활동을 잘 억지해왔다고 치하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동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날은 비건 국무부장관이 한국 외교부를 방문해 남북협력에 대한 강력 지지 입장을 밝히는 한편 북한에 대해서는 대화를 촉구한 때였다.

뿐만 아니라 이날 미국과 일본, 호주 3국 국방장관 화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은 북한에 대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CVID를 요구했다.

CVID는 북한이 패전국 항복 문서라며 극도로 거부감을 보여 왔고 미국은 이를 감안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대체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 중에 적어도 공개 발언에서는 '비핵화'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았다.

CVID의 범위도 북미가 줄다리기 해온 핵·탄도미사일을 넘어 생화학무기까지 망라한 WMD로 확대됐다. 그렇다보니 CVID의 'D'도 비핵화(denuclearization) 대신 '폐기'(dismantlement)로 의미가 확장됐다.

이번 3국 장관회담 성명은 미국 외에 일본과 호주가 포함된 점으로 미뤄 일본의 강경 입김이 작용했을 수는 있다.

볼턴 회고록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 생화학무기는 물론 중단거리 미사일까지 폐기돼야 한다고 설득하는 장면이 생생히 묘사돼있다.

북한 평양시 만경대구역 원로리 일대에서 핵탄두 개발 중인 정황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미국의 입장을 달리 볼 근거는 없다. 공교롭게도 미국 CNN방송은 8일(현지시간) 민간 위성업체 사진을 통해 북한의 추가 핵시설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해당 지역이 평양 만경대구역인 점 등을 들어 신빙성을 낮게 보고 있다.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 더 주목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원론적이긴 하지만 3차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한 시점에 그와 각을 세워온 CNN의 보도라는 점이다.

어찌 됐든 이 같은 미국 내 일련의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과 비건 부장관이 나름대로 대북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북한군 초소에 인공기가 걸려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북한으로선 안 그래도 '알맹이' 없는 대화 제의로 여길 판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이런 '혼선'을 고도로 계산된 이중 플레이로 보고 더 크게 반발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비건 부장관의 방한 목적도 실제로 대화를 진행하기보다는 11월 대선전까지 적당히 상황 관리를 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추진을 지지하긴 했지만 이 역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립 서비스에 그칠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협력의 걸림돌로 여겨졌던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는 게 이런 우려를 단적으로 뒷받침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낡은 사고방식에 갇혀있다"고 비판하고 카운터파트 교체까지 요구하며 자극했을 뿐, 정작 북한이 듣길 원하는 제재완화 등에는 말이 없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비건 방한의 진짜 목적은 워킹그룹 유지와 대선을 앞둔 상황 관리, 대화 단절의 책임 전가 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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