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방역조치로 상처받은 교회, 총리는 위로·사과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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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칼럼]
교회들이 대통령·총리를 위해 늘 기도함을 아는가
교회는기도하고 예배·찬양·교제를 하는 곳
교회들은 5개월 가까이 방역조치에 최대한 협조했다
상당수 교인들은 '교회예배'가 진정한 예배
초대교회 때도 모여 예배
교회에서 예배드리면 기쁨 감사가 충만
교회들은 신천지처럼 코로나 온상지 아닌데도...
정부가 코로나로 한국 교회들을 너무 아프게했다
교단과 교회들은 지금 부글부글
정세균 총리가 풀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방역대책본부의 교회 소모임 등에 대한 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난 8일 저녁 서울 공덕로터리 한 교회.

담임 목사가 삼일째 예배를 시작하기도 전에 띄엄띄엄 앉아 있는 50여명의 성도들을 향해 "방역본부가 정규 예배 외에 소모임이나 수련회, 기도회, 부흥회, 성경 공부, 성가대 연습 등을 금지했다"며 "우리 교회도 주일과 수요 저녁 예배를 제외하곤 그 어떤 예배·모임을 앞으로도 계속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 서글프고 참담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바로 등장한 한 여자 성도(교회 직분 권사)가 "하나님, 우리나라가 코로나19로 인하여 하나님을 찬양하고 말씀을 듣는 예배조차 할 수 없는 나라가 됐습니다. 대한민국을, 우리 국민을, 우리 교회를, 우리를 지켜주옵소서! 이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지혜와 능력, 건강을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코로나라로부터 우리를 지켜달라',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을 살펴주세요'라는 등의 기도는 매일 새벽 전국의 교회에서, 주일(일요일)예배 등에서 울려퍼진다. 그 기도가 하늘에 상달될 것으로 믿으면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은 기도의 대상을 사랑(응원, 지지 의미)하고 평안(샬롬!)하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조국을 위한 기도 역시 조국애의 또 다른 발로에 기인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지도자들 및 지방자치단체장들, 장·차관들, 국회의원들은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그들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는 사실을 아마도 모를 것이다. '기도가 힘이고 능력'임을 알 턱이 없으니 말이다.

크리스천들은 기도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친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에서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이 윤세리(손예진)와 헤어질 때 손예진이 울면서 "우린 언제 만나요? 리정혁 씨가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라고 하자, 리정혁은 "간절히 기도하면 이뤄주실거요"라고 말한다. 둘은 그 난관을 뚫고 결국 해우를 하게 된다.

그게 기도다. 우리 지도자들은 매일 크리스천이든 아니든 그들을 위한 기도의 힘에 의한 영적 에너지를 충전 받고 살고 있는데도 그들은 모를 뿐이다.

교회의 모임은 바로 기도하고 예배·찬양·교제를 하며 은혜를 받는 영적 행위이지, 동호회 같은 성격의 사교 모임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점심을 제공하거나 부흥회를 하는 교회는 단 한 곳도 없음에도 식사 근절과 부흥회 금지라든가 특히 성가대 찬양 연습도 하지 말라는 것은 작금의 한국 교회들을 몰라도 너무 모른 조치다.

한국 교회들만큼 코로나 방역에 협조를 잘 한 곳이 있는지 살펴보라.

미자립·개척 교회 같은 아주 소규모 교회들은 재정적인 문제로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 없는 현실이나 아주 극소수다. 이를 빌미삼아 전 교회를 정규 예배 외에 어떤 집회·모임도 하지 말라는 조치는 침소봉대다.

지난 2월 18일 31번 코노라19 확진자가 대구 신천지 다대오 지파 신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한국 교회들은 자체적으로 코로나로부터 성도와 교회 지키기에 나섰다.

신천지가 반사회적인 이단이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직시한 곳도 교회들이었고 그들의 확장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 곳도 오롯이 교회들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대대적인 코로나 방역대책이 나오기도 전에 스스로 자체 방역 기준을 만들었는가 하면 정부의 모든 시설 폐쇄 조치가 내려지자마자 적극 호응해 교회 문을 닫았다.

성도가 아무도 없는 빈 예배당에서 목회자 혼자 설교를 하고 찬양을 한다는 게 상상이나 가능했던 일이었는가. 그러나 한국의 교회들은 정부의 방역 조치를 수용해 대부분 그렇게 주일 예배를 이어갔다.

3일 한국성결신문이 창간 30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인 41%는 온라인 예배에 '불만족스럽다', 24%는 '만족스럽다'로 불만족 비율이 만족 답변의 2배에 달했다.

온라인·영상 예배 만족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6.7%가 '교회에서 하는 예배의 소중함을 일깨워 좋았다'고 응답했다. 교회 예배가 진정한 '예배'라는 뜻이다.

한국 교회들은 지난 5월 하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정부의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무려 5개월 가까이 됐다.

일각에서는 헌금이 들어오지 않아 교회들이 문제 제기를 한다며 교회들의 움직임을 깎아 내리려고 한다.

초대교회 시절에도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과 추종자들이 다락방이나 광야 등지의 노천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 혼자 온라인으로 드리는 예배는 여러 면에서 성도들끼리 모여 찬양하며 드리는 예배와 비교할 수조차 없다.

목회자들이 성도들에게 교회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라고 요구해도 주일이면, 수요일 저녁이면 꾸역꾸역 교회로 찾아오는 것은 '예배는 교회에서 모여 드리는 것이자 더 은혜롭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도들 대부분은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려야만 예수님을, 성령님을 만난 것 같고 평안하며 기쁘다"고 말한다.

일반 국민은 '예배를 꼭 교회에서만 드려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하지만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주일 예배가 기다려지며 기쁘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 교회들과 성도들은 이런 기쁨과 감사 충만한 예배를 포기한 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역 당국은 지난 8일 "방역수칙을 위반할 경우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교회 책임자 혹은 이용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교회의 집회금지 조치가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교회·목회자들은 이를 협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5월 초 수도권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된 서울 이태원 클럽들과 한국 교회들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과 다름 아니란 것이다.

교회들이 마치 코로나 온상이나 된 듯한 인식을 하지 않고서야 한국 교회들에 이런 징벌적 조치를 내릴 수 없다. 국가 정책에 협조만을 해온 한국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을 코로나 슈퍼전파자인 신천지처럼 동일시하는 것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국 교회의 여러 기관들이 앞다퉈 성명을 내며 정부의 조치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도 정부가, 방역 당국이 교회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홀대를 넘어 탄압(?)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박은희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공동대표는 "통계를 봤더니 감염자 13,244명 중 신천지는 39.36%, 물류센터·콜센터·운동센터 등은 7%, 병원·요양병원은 6.4%, (신천지 제외한 이단 포함) 교회에 관련된 인원은 4.29%였다"며 "한국교회 전체 교인 퍼센트를 따지면 0.0057%에 불과한 숫자이고, 6만 교회 중 0.053%에 해당되는 30여개 교회에서만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정부가 거짓된 통계로 교회를 탄압하고 교회를 죽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김태영 류정호 문수석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미래목회포럼(대표 고명진 목사) 등은 "교회 내 소모임과 여름 교육행사 자제를 강력하게 권고하는 상황에서 중대본의 이번 발표는 지극히 관료적 발상으로 한국 교회 전체를 싸잡아 감염병 온상으로 지목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항의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직무대행 윤보환 목사)도 "종교단체나 시설의 방역준수 요청이 아닌 종단을 명시하며 종교차별적인 금지 명령을 발동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철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정부의 조치에 대해 "교회 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것은 한국의 6만~7만 교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신천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손가락질이 한국 교회를 향하도록 정부가 유도·방조하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특히 한국 교회들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정부의 정책 협조는 말할 것도 없고, 교회와 성도들의 보호를 위해 자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교회라도 한번 방문해보시라. 손 소독제와 체온측정기 배치는 필수이고 QR코드 등을 통한 신분 확인은 극장들보다 더 철두철미하다.

교회 내 거리두기는 학교보다 더 잘 지키고 있으며 건강상 조금만 이상한 성도들은 아예 교회에 오지 말라고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사실 7월 들어 해외유입 코로나 감염자가 지역감염자를 넘어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11일 발표한 신규 확진자 35명의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 발생이 20명, 해외유입이 15명이다. 해외유입 신규 확진자가 16일째 두 자릿수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입국이라는 이유로 해외 입국자들을 대거 받아들이는 바람에 한국의 코로나19 발생자가 줄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는 한국 교회들이 너무나 협조를 잘해 한국이 코로나 모범국가로 세계로부터 '상찬'을 받는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할까.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오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봤을 것이다. 한국 교회들은 진보·보수를 떠나 정부가 교회를 대상으로 한 방역수칙 강화가 너무 과하다는 입장으로 '부글부글'하고 있다.

정 총리가 풀어야 한다. 한국 교회의 코로나 예방 및 방역의 노고를 인정하고 방역 당국의 이번 조치가 심했음을 솔직히 인정·사과해야 한다고 본다.

질병관리본부 등이 코로나만 보고 조치를 취한다손 치더라도 총리실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서울과 안양, 부천, 광주의 극히 일부 교회만을 보고 교회를 겨냥한 조치는 교회들의 방역 수칙 준수 실상과 그 파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국무총리실의 실수가 아니었나 싶다.

정 총리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간의 교회의 피나는 노력을 평가하고 정중하게 사과를 해야 한다. 더 늦으면 교회들로 하여금 정권에 등을 돌리게 하는 우를 범할 개연성도 있다.

군사독재정권도 교회들을 이기지 못했다.

'정부의 교회 정규 예배 이외 행사 금지를 취소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1일 오후 2시 현재 373,964명으로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낼 수밖에 없다.

목회자들은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면서도 세상 사람(성도)들을 올바르게, 사랑하며 살라고 가르치는 영적 지도자들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만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정세균 총리는 그 어떤 정치인보다 '역지사지'를 할 줄 알며 진정성과 온유함, 공감력, 담대함을 가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총리가 지금은 한국 교회들과 목회자들을, 성도들을 위로할 때임을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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