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땅 한반도에 던지는 '통일' 돌직구 '강철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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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전편에 이어 한반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반도 평화 체제와 통일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스케일은 더욱 커졌고, 질문은 더 직접적이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은 영화 마지막까지 냉전의 땅 한반도를 살아가는 관객들 눈을 마주하며 통일에 관해 묻는다.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이하 강철비2)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에서 벌어진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측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 위기 상황을 그린다.

영화는 초반 웹툰 컷 느낌의 화면으로 한반도가 세계에서 유일한 냉전국가임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가 가진 지정학적·정치적 의미와 함께 이를 둘러싼 미·중·일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빠르게 설명한다.

'강철비2'에서 눈에 띄는 지점 중 하나는 진영이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전편에서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대한민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북한 호위총국장 박진우로 서로의 진영을 바꿔 대립하게 된다. 이외에도 몇몇 인물의 진영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단, 미·중·일 관계자들은 바뀌지 않았다.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에 한반도가 가진 특수성이 드러난다. 남과 북의 지도자, 정치 상황 등이 변화해도 우리를 둘러싼 강국들의 이해관계, 대외적인 정치 지형은 변함없이 녹록지 않음을 은유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험난한 역사가 녹아난 캐릭터 설정에서 양우석 감독의 고민이 묻어난다.

영화는 대한민국 대통령(정우성), 북 위원장(유연석),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이 쿠데타를 일으킨 북한 호위총국장(곽도원)에게 납치돼 북한 핵잠수함 '백두호'에 갇히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세 정상이 갇힌 잠수함 속 좁디좁은 함장실은 얼굴을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앉을 수밖에 없다. 이 설정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각국 정상의 선택과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때때로 카메라는 중요한 순간과 고민의 지점마다 인물을 클로즈업한다. 우리의 문제를, 각자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선택하는지 한 걸음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도록 돕는 장치다.

한 사람의 통치자가 권력을 독단적으로 행사할 거라 생각한 북한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북 위원장 조선사와 쿠데타를 일으킨 호위총국장 박진우를 통해 보여준다. 북한이 독립된 나라로서 존중받고, 잘 살기를 바란다는 마음은 같지만 과정에 있어 이견을 보인다. 우리의 입장, 우리의 시선에서 북한과 평화 체제 구축을 생각해 온 관객들에게 조선사와 박진우의 말과 행동은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를 위해 북한말 대사를 자막처리 한 것은 북한을 독립된 하나의 나라로 바라보게끔 만드는 장치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 그러나 오랜 고정관념 속에 머물던 북한을 제3의 나라로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게끔 한다. 통일을 향한 질문에서 편견이 만든 감정과 오해가 엮어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노림수다.

이처럼 평화 체제를 둘러싼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얽힌 그들의 속내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드러낼 수 있도록 감독이 마련한 장치들은 관객들이 각 나라 현실과 통일을 향해 보다 깊게 마주할 수 있도록 한다.

열강들의 각축장이 된 한반도, 우리 땅이자 우리 문제임에도 우리 의지로 무엇 하나 결정할 수 없다는 무력감, 평화 체제를 둘러싼 서로 다른 생각 등 다소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주제는 잠수함과 만난 덕에 영화적 재미를 더해 관객들이 즐기며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잠수함이 호위총국장의 욕망을 따라 이동해가며 '강철비2'는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정체성을 강화한다. 쿠데타를 성공시키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 그리고 각자의 욕망에 따라 잠수함을 격침하려는 이들 사이 충돌이 시작되며 긴장감도 높아진다.

'밀덕'(밀리터리 매니아)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통해 잠수함 안팎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어뢰 폭파 장면 등은 액션 장르로서 상당한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후반부는 한경재와 백두호 부함장 장기석(신정근)의 버디무비처럼 느껴질 정도로 둘의 호흡이 빛난다. 신정근의 카리스마는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로 강렬하다.

여기에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가 영화 곳곳에 삽입되며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어느 정도 환기한다. 배우들 열연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강철비2'의 백미이자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쿠키 영상을 통해 드러난다. 클로즈업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의 얼굴은 관객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리고 한경재는 촛불과 민주주의 상징이 된 광화문에서 관객들에게 묻는다. 영화관을 빠져나오려는 관객을 순식간에 붙잡고 한참을 고민하게 만드는 그 질문 말이다.

"국민 여러분. 통일, 하실 겁니까?"

7월 29일 개봉, 131분 상영, 15세 관람가.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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