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 '4년 전세 시대'에 세입자들 "우선 안심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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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개정안 통과된 첫날, 서울 부동산 돌아다녀보니
집주인은 뿔나서 전셋값 높게 불러…전세 매물은 거의 없어
공인중개사들 "지금 전세 살고 있는 곳에서 갱신 요구하는 게 유리"
세입자들 "우선 안심이지만, 불안정한 전세 시장 때문에 걱정"

계약갱신·전월세상한제가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31일 오후 서울 한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이날 법 통과로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한형기자

 

집값이 거침 없이 오르더니, 이번에는 전셋값입니다. 임대차 3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더 가파르게 올랐고요. 시간이 좀 더 걸릴 줄 알았던 임대차 3법은 거대여당의 힘으로 순식간에 통과됐습니다. 이번 법 통과로 전세는 2년이라는 공식이 이제는 '4년'이 되었고요. 한 번 연장할 때 전셋값의 상한선은 5%로 제한했습니다.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인데, 어째 세입자들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집주인은 소위 '뿔이 났고', 세입자는 한숨 돌리긴 했는데 그 불똥이 튈까봐 우려스러워서죠.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임대차 3법 중 2개가 통과한 첫날인 7월 31일, 서울 일대의 부동산을 돌아다녔습니다.

1. '20평대 전셋집' 알아보러 서울 부동산 돌아다녀 봤더니

먼저 간 곳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A부동산. 공덕 래미안 아파트 일대 20평대 전셋집을 물어봤더니, "원래도 없었는데, 하나도 없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A부동산 공인중개사 "(마포 일대 부동산 매물 올려놓는 프로그램을 컴퓨터로 보여주며) 공덕동 시리즈는 하나도 없고, 마포래미안 아현동 쪽에 하나 있는데 24평에 7억이에요. 어머 미쳤네요. 24평이 1년 전에 5억 후반이었고 마포래미안 4단지 34평 작년 3월에 6억 5천에 얻어줬는데, 지금 20평대가 7억이라니 너무 많이 올라가지고... 임대차법 발표한 거 아시죠? 이제 4년 의무적으로 있을 수 있어요 임차인이. 중간에 5%25 이상은 인상 못하고요. 난리도 아니에요. 주인들이 어떻게 하겠어요. 돈도 못올려 내가 들어가지 않는 한 임차인도 못 갈아 전세금을 팍팍 올려서 내놓는 거죠."

그러면서 반전세 매물을 하나 보여줬습니다. 전세보다 보증금은 반값에, 달마다 내는 돈이 있는 집이었는데요.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보증금을 전세자금 대출로 해선 안되고 애완동물 안되고 아이도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었죠. 이 반전세 매물도 하루면 금세 나간다면서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귀뜸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가재울뉴타운 래미안·e편한세상 일대 B부동산에도 가봤습니다. 20평대 전셋값이 가파르게 올랐다면서 가장 최근인 지난 6월에 나간 20평대 아파트 전셋값이 5억 1천만원이라며 혀를 내두릅니다. B부동산 대표는 다른 부동산에 전화를 돌리더니 30평대 아파트가 하나 있다면서 지금 시세는 5억 3천인데 집주인이 5억 8천까지 받고 싶어서 부른다고 설명했습니다.

B부동산 대표 "완전 혼란기에요. 임차인을 위한다는 법인데 별로 유리하지 않아요 지금은. 기존의 세입자들은 보호가 돼요. 갱신 요구도 되고 5% 이내로 올릴 수도 없고. 지금 들어가서 얼마 안됐다는 분들은 4년간은 편히 살겠구나 하는데, 그래도 불안하죠.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지 못하니까 높게 내놓게 되고. 한마디로 삐진거죠. 이럴 바엔 세입자 내쫓고 자기가 산다는 분도 있고 세입자 내보내고 몇천씩 높게 부르기도 하시고...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를 쓸 수 없는 지금 전셋집 구하는 분들이 가장 피를 보는 거에요. 전세 시장이 너무 불안정하니까 그냥 돈에 맞는 집 사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

서울 서초구의 래미안퍼스티지, 푸르지오 인근에 있는 부동산에서도 20평 전세는 귀했습니다. 반포의 C공인중개소 관계자 "이 전체 세대에서 하나 밖에 없어요. 원래도 잘 나오지 않는데 임대차 법 통과된다고 하면서 더 나오지 않고 있죠. 왜냐면 세입자가 만기 전에 살겠다고 하면 무조건 오케이 해야하니까요. 이거 하나 있는데 중심동에서 떨어져 있어서 12억. 아니면 아크로리버파크 30평대가 있어요. 원래 20평대 13억에 나왔는데 법이 이렇게 바뀌면서 주인들이 17억,18억을 얘기해요. 18억을 얘기해도 협의를 해야하는 거지만, 가격이 말도 안되는 거죠."

부동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지금 전세를 구하는 건 가격도 너무 높고 매물이 없으니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냥 살고 있는 곳에서 갱신요구를 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지금 혼란기에는 집주인과 마찰도 심할 수 있고 너무 혼란기라 시장이 어떻게 튈 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죠.

그래픽=김성기 기자

 

2. 전세시장 뒤흔든 '임대차 3법?'이 뭔데?

이처럼 전세시장을 뒤흔든 임대차 3법이 뭐냐고요? ①계약갱신청구권제 ②전월세상한제 ③전월세신고제을 일컬어 임대차 3법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사실상 전세 4년 시대를 열게 한 게 계약갱신청구권제도죠. 세입자가 기존 2년의 계약이 끝나면 새롭게 계약을 해야만 했는데요. 이제는 세입자가 "나 이 집에서 더 살겠다"라고 계약을 한 번 더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겁니다. 그래서 기존의 2년 계약이 끝난 뒤에 권리를 '한 번' 요구해 2년을 더 살 수 있는 겁니다.(2+2)

이때 계약 갱신은 한 번만 요구할 수 있는데요. 이때 전셋값 상한선을 5%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전월세상한제도가 있는 겁니다. 5%는 상한선이고요. 지자체에서 이보다 더 낮게 잡을 수도 있습니다. 임대차 3법 중 나머지 하나인 전월세신고제는 내일(4일) 국회를 통과될 거로 보이는데요. 통과된다면 거래를 하고 난 뒤 30일 안에 전월세 거래 내용을 신고해야 합니다.

3. 세입자가 알아야 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법

집주인이 세입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건 자신이 직접 들어와서 살거나 부모나 조부모, 자녀나 손자녀가 실제로 살 때만 가능합니다. 지금 세입자들도 소급해서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제 막 계약을 한 세입자 뿐 아니라 현재 전월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들도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전세를 5년 넘게 살고 있는 분들도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몇 번 갱신을 했든 이번 법 개정으로 한 번 더 사실상 자동연장의 기회가 생긴 거니까요.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사용해서 4년을 더 살았는데, 또 살고 싶다 이때는 5% 상한선은 사라집니다. 새로운 세입자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계약이 시작되는 겁니다. 집주인이 바뀐 경우에도 세입자는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새 집주인이 직접 산다고 하면 계약 연장은 불가능하고요.

전세로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려고 한다, 이 경우에는 세입자가 반전세나 월세에 대해 동의하면 모르겠지만 거부할 수 있습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말대로 월세로 전환한다고 해줘도 전체 임대료 상승 폭은 5%를 넘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전세 4억원이었는데 집주인이 보증금 1억에 월세로 전환한다고 가정해볼게요. 집주인은 전세를 5%, 4억 2천만원까지만 올릴 수 있습니다. 보증금 1억을 뺀 나머지 3억 2천만원에서 현재 전월세 전환율 4%로 적용하면 1280만원이 1년치 월세가 됩니다. 매달 106만원 정도를 내야하죠.

그래픽=고경민 기자

 

4. 월세의 가속화?

세입자를 위한 법이니 세입자가 좋아할 법도 하지만 좋으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용산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35)씨는 "세입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향후 원하는 곳에서 전세 거주를 원하거나 무주택자들에게는 꼭 유리한 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7.10 대책으로 기존 갭투자로 아파트를 소유하던 사람들이 전세를 준 아파트에 실거주를 하려고 하고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귀해졌으니,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전셋값이 폭등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이유에서죠. 김씨는 "이렇게 되면 전세로 살려던 사람들도 이럴 바엔 집을 사려고 할 건데 그럼 집값 안정이 될 지 모르겠다"고 토로 했습니다.

4년 전세 시대가 아니고 반전세·월세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로 일부 집주인들은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고 반전세, 월세로 바꿔 매물을 내놓기도 하고요. 그러나 바로 전세금을 세입자에 돌려주고 월세로 돌릴 수 있는 집주인이 많진 않아 그렇게 급전환되지는 않을거란 주장도 팽팽합니다. 정치권은 그런데도 벌써 월세가 좋냐 나쁘냐는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월세가 나쁘냐고 하지만, 한 푼이 아쉬운 무주택자로서는 주거비 부담이 더 큰 월세시대가 가속화되는게 탐탁친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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