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리포트]1인 1표 말고 1달러 1표…차별이 공정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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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충(蟲)인가요⑤]
능력주의·선택적 공정에 대한 의구심…차별·혐오 조장은 선동일 뿐
인문학적 사고 절실…법·제도·교육 등 종합적 개선책 모색 필요

※우리 사회 혐오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7년 IMF 이 후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본격화되더니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일상화됐다. 놀이 수준에서 혐오의 정치학을 넘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방법으로까지 자리매김(?)했다. 민감하다는 이유로 또는 원인과 대상 및 현상이 복잡하고 광범위하고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혐오의 폭탄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추격 그룹을 벗어나 선도 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도 문제 해결은 시급하다. 유럽의 '축적된 시간' 못지않은 정치적 철학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촛불혁명의 주역 아닌가. 이에 대전 CBS는 혐오의 원인을 짚어보고 법과 제도, 교육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등 우리 사회의 보다 종합적인 논의를 제안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충(蟲)이 넘쳐나는 사회
②치킨게임, 결국 혐오만 남았다
③먹고사니즘과 능력주의 그리고 희생양
④혐오를 파는 사람들과 #StopHateforProfit
⑤1인 1표 말고 1달러 1표…차별이 공정하다고?
⑥혐오라는 폭탄 돌리기
⑦차별금지법과 기본소득 그리고 UD
(사진=자료사진)

 

# 우월한 사람과 열등한 사람의 몫은 달라야 한다. 능력(노력)이 있는 만큼 몫을 가져가는 게 공정하다. 이 같은 능력주의는 일제시대 당시 일본이 한국의 식민지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웠던 우생학과 다르지 않다. 얼마 전 '일본은 우월하고 한국은 열등하다'는 일본 여성의 인터넷 글에 우리 젊은이들은 분노했다. 반면 능력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것에 분노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 자본주의 시대는 노력 여하에 따라 빈부격차도 당연하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런 만큼 '정치적 영향력' 즉 투표권도 다르게 가져야 한다. 자본주의 시대 능력은 곧 돈이니, 1인 1표 말고 1달러 1표가 더 합리적인 것 아닌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지만, 이를 당연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는 공정하지 않은 걸까.

# 토익 점수 800점을 요구하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듣기 시험이 불가능한 청각장애인에게 이 조건은 공정한가. 또 언어가 서툰 유학생에게 1.5배의 시험 시간을 제공하는 건 불공정한가. (김지혜 저서 '선량한 차별주의자' 중)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능력의 차이에 따른 차별은 당연한가. 공정한가.

# 얼마 전 한 방송국 PD가 목숨을 끊었다. 십여 년 동안 동일노동을 해왔지만 계약 조건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아왔다. 문제 제기했지만 좌절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동일한 능력, 동일한 업무라면 임금도 대우도 동일해야 공정한 것 아닌가. 눈 감은 사회는 공정한가.

'선택적' 공정은 공정인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건 선동에 가깝다. 굳이 괴벨스를 소환하지 않더라도 선동은 목적하는 바가 분명하다. 관심 받기, 감정 배설을 넘어 정치적 내 편 만들기와 금전적 이득 등이 목적이다 보니, 사실 여부의 중요성은 퇴색됐다. 그렇다보니 대부분 근거들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 차별과 혐오, 선동은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만 사회에는 큰 상처를 남긴다. 괴벨스의 선동과 혐오처럼.

인문학적 사고가 절실하다.

# '인문학이 살 길'이라던 대학의 외침이 실종되던 시기와 혐오의 일상화 시기의 많은 부분이 겹친다는 건 의미심장한 일이다. 공정과 공평, 정의 그리고 혐오와 선동 등의 단어들이 말처럼 어려운 개념만은 아니다. 인문학적 사고 속에서는 쉽게 가늠할 수 있는 개념들이다.

하지만 취업을 넘어 재테크 수단으로서 '부동산학과'가 뜨는 현실 속에서 자연스런 접근이 어렵다면 법과 제도, 교육 측면에서 인위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작가 오찬호는 2013년 펴낸 자신의 저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에서 "극단적 자기 관리의 고통에 피가 마르면서도 밖으로는 사소한 경쟁 우위를 위해 어떤 차별도 서슴지 않는 걸 '공정'하다고까지 여긴다"는 말로 우리 젊은이들을 평가한 바 있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쉬운 게 통하는 인터넷 속에서 선동은 있지만 논리와 설명은 없다"며 "혐오에 맞설 수 있는 건강한 민주정치 세력의 약세와 포퓰리즘 정치의 등장 등으로 우리 사회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비평가 박권일 씨는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짜뉴스 등 미디어에 대한 개개인의 비판 정신 뿐 아니라 사회적 경계심도 필요하다"며 "사회적으로 혐오의 확산을 막고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대안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기대가 많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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