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리포트]혐오라는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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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충(蟲)인가요⑥]
'응집된 혐오' 폭탄의 대물림…모두가 피해자인 자녀 세대 우려
기준 다른 '공정' 주장하다 의도치 않은 혐오도…공정사회 방법이 혐오가 돼선 안 돼

※우리 사회 혐오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7년 IMF 이후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본격화되더니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일상화됐다. 놀이 수준에서 혐오의 정치학을 넘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방법으로까지 자리매김(?)했다. 민감하다는 이유로 또는 원인과 대상 및 현상이 복잡하고 광범위하고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혐오의 폭탄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추격 그룹을 벗어나 선도 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도 문제 해결은 시급하다. 유럽의 '축적된 시간' 못지않은 정치적 철학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촛불혁명의 주역 아닌가. 이에 대전 CBS는 혐오의 원인을 짚어보고 법과 제도, 교육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등 우리 사회의 보다 종합적인 논의를 제안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충(蟲)이 넘쳐나는 사회
②치킨게임, 결국 혐오만 남았다
③먹고사니즘과 능력주의 그리고 희생양
④혐오를 파는 사람들과 #StopHateforProfit
⑤1인 1표 말고 1달러 1표…차별이 공정하다고?
⑥혐오라는 폭탄 돌리기
⑦차별금지법과 기본소득 그리고 UD
지난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진행된 '강남역 묻지마 살인'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혐오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누적된 혐오는 강한 폭발력이 내재되고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으로 우리 자녀 세대에 대물림 될 가능성이 높다.

# 지난달 15일 이탈리아 법원은 아프리카 세네갈 청년에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3월 학생 50명이 탄 스쿨버스를 납치해 방화한 혐의인데, 아프리카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탈리아 당국에 대한 불만이 이유였다. 이민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부메랑이 어린 아이들에게 향한 셈이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2021년인 내년 국내 체류 외국인 수를 300만 명으로 추산했다. 전체 인구의 5.8%를 넘는다.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 앞선 지난 6월 미국 폭동은 흑인 혐오 등 인종 차별에서 비롯됐다. 경찰관의 무리한 진압 과정에서 숨을 거둔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서 촉발된 폭동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피부색 구분 없는 무작위적 약탈과 방화로 이어졌다.

# 우리 민족에게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은 자연재해가 아닌 혐오와 분노의 역사다.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유언비어는 조선인 학살에 기름을 부었다. 일본인에 내재됐던 '조선인 혐오' 감정이 사회 혼란기를 틈타 폭발하면서 수 천명의 희생자가 속출한 사건으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일본 혐오'의 한 이유가 되고 있다.

(일러스트=강인경 디자이너/자료사진)

 

# 1993년 지존파 연쇄 살인 사건 희생자 5명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었다.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의 주범 김성민은 '여성들로부터 무시를 당해서'라고,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범인 김성수는 '불친절'을 범행 이유로 주장했다. 지난 달 부산에서는 10대 소녀가 PC방에서 손님 2명과 직원 한 명을 흉기로 찔렀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수반하고 폭발의 파편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누구든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 혐오의 속성이다. 누적되고 있는 혐오가 우리 자녀 세대에 더 큰 폭탄으로 터지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우리 사회가 공정을 이유로 혹은 정치적 혹은 금전적 이득을 위해, 본인의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또는 진실 규명의 한 방편으로 상대방 혹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혐오를 조장하고 당연시 여기는 건 아닐까.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바라보는 위치와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각자의 공정을 주장하기 위해 혐오를 악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명제에 이의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혐오가 길잡이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회인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기업을 예를 들면, 이윤 추구의 욕망을 꺾기는 어렵지만 사회에도 이득이 되고 기업에도 이득이 되는 사회적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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