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언론의 과도한 취재 방식을 지적하며 딸 집에 찾아온 기자 영상을 공개했다.
조국 전 장관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인 여러분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글 두 편을 연달아 올렸다.
"제 집 앞은 괜찮습니다. 그런데 딸아이 혼자 사는 집 앞에 야밤에는 가지 말아주십시오."조국 전 장관은 지난 2019년 9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과 함께 딸 집에 찾아온 기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한 남성이 초인종을 누르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 끝부분에는 카메라를 든 다른 남성도 보였다.
조국 전 장관 딸 집에 찾아왔던 기자(사진=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장관은 "제 딸이 찍은 이 영상 속 기자 두 명이 어디 소속 누구인지는 모르겠다"며 "이들은 문을 열고 내리는 딸에게 돌진해 다리가 차문에 끼어 피가 나고 멍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 사과는커녕 그 상태에서 딸 영상을 찍고 현장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남성 기자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초인종을 누르고 방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어달라고 소란을 피웠다. 한 남성 기자는 딸이 중요한 시험을 보는 날 학교 시험장 입구에서 딸은 물론 동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점심 시간과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까지 따라가 질문을 하며 답을 요구했다"며 "당시 경황이 없어 법원에 손해배상이나 접근금지명령을 청구하지 못했다. 단지, 딸에게 '견디고 참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국 전 장관은 "취재의 자유에 한계는 없는 건가. 이상과 같은 취재행태도 언론의 자유에 포함되는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공인의 딸은 이상을 다 감수해야 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외에도 조국 전 장관은 "제 집 부근에서 수많은 기자가 새벽부터 심야까지 '뻗치기' 취재를 한 것은 괴로웠지만, '공인'으로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인내했다"며 "특정 언론사 기자는 저나 가족의 외출시 스토커처럼 따라다녔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취재로 인한 불편함도 호소했다.
조국 전 장관은 "계단 아래 숨어 있다가 튀어 나오면서 질문을 던진 기자, 제 집 현관 앞까지 올라와 초인종을 집요하게 누르고 참다못한 가족 구성원이 문을 열면 카메라를 들이댄 기자, 저 또는 가족이 차를 타려는데 차 문을 붙잡고 차 문을 닫지 못하게 막은 기자도 있었다"며 "(한 언론사 기자는)일요일 집 앞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가족 브런치 식당까지 따라와 사진을 찍어서 '단독포착'이라고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는 이상의 행태를 포함하는 '질문할 특권'을 향유하는 것인가. 취재 대상자가 취재에 응하지 않으면, 어떤 수단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발언과 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가. 공직을 떠난 사람의 가족 식사 사진을 올리는 것도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인가. 이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취재의 자유'이고 칭찬받아야 하는 투철한 '기자정신'의 표출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 사건 만큼 중요한 의미 있는 다른 사건, 예컨대 재벌 일가 또는 언론사 사주 일가의 범죄 혐의,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배우자, 최측근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취재하지 않나"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조국 전 장관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민주진보진영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여 투쟁했다. 그리하여 정권이 '보도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고 기사를 검열하고 기자를 사찰하고 연행하던 암흑기가 끝났다. 현재 어느 언론, 어느 기자가 정권을 두려워하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언론은 사주와 광고주 외에는 눈치보지 않는 강력한 '사회적 강자'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젠다와 이해관계에 따라 재벌이나 검찰과 연대하여 선출된 민주정부를 흔드는 '사회적 권력'으로 움직이고 있다"라며 "우리는 이제 언론의 자유의 한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글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