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리포트]차별금지법과 기본소득 그리고 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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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충(蟲)인가요⑦]
사회 자정 최선이지만, 현실은 강제성 포함한 차선책 필요
차별금지법, 놀이 및 금전적 이득을 위한 혐오 대응…기본소득, 각박한 먹고사니즘 완화
UD, 공교육 포함해 배려가 특별함이 아닌 일상 '인식 확산'

※우리 사회 혐오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7년 IMF 이후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본격화되더니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일상화됐다. 놀이 수준에서 혐오의 정치학을 넘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방법으로까지 자리매김(?)했다. 민감하다는 이유로 또는 원인과 대상 및 현상이 복잡하고 광범위하고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혐오의 폭탄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추격 그룹을 벗어나 선도 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도 문제 해결은 시급하다. 유럽의 '축적된 시간' 못지않은 정치적 철학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촛불혁명의 주역 아닌가. 이에 대전CBS는 혐오의 원인을 짚어보고 법과 제도, 교육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등 우리 사회의 보다 종합적인 논의를 제안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충(蟲)이 넘쳐나는 사회
②치킨게임, 결국 혐오만 남았다
③먹고사니즘과 능력주의 그리고 희생양
④혐오를 파는 사람들과 #StopHateforProfit
⑤1인 1표 말고 1달러 1표…차별이 공정하다고?
⑥혐오라는 폭탄 돌리기
⑦차별금지법과 기본소득 그리고 UD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을 나흘 앞둔 지난해 3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네트워크 등이 주최한 행사의 참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혐오는 우리 사회 큰 병리 현상이다. 20여 년이란 기간도 워낙 짧았고, 원인이나 현상도 워낙 다양했으며 제대로 된 해결책도 찾아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방치된 혐오 현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 가장 큰 걸림돌로 더 이상 방관할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연 치유라는 최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법과 제도, 교육의 강제성(?)이라는 차선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차별금지법(법) = 흔히 관종(관심종자)이라 불리는 단순 놀이를 비롯해 금전적 이득을 위해 혐오를 악용하는 부류들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조항이 될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미래통합당은 차별금지법 발의를 예고했다. 여성과 장애인, 외국인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인데, 보수 개신교계에서 반대하는 '성적 지향' 항목은 제외하는 방안이다.

당시 통합당 측은 "그동안 성적 지향에 논란의 초점이 지나치게 맞춰지면서 당장 차별과 억압에 시달리는 여성 등의 인권을 챙기지 못했다"며 "일단 여야 합의로 법률을 통과시킨 뒤 성적 지향 등은 법 개정을 통해 추가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의당은 성적 지향 등까지 포함한 이른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논의에서 특정 계층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문제의 심각성과 법률 제정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게 정의당 등의 주장이다.

혐오표현을 해결하기 위한 모든 정책에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기본소득(제도) = 혐오의 뿌리 깊은 원인 중 하나는 각박한 먹고사니즘이다. 정규직 전환 갈등 속 능력주의 역시 먹고사니즘의 영향이 크다. 우리 사회의 혐오 현상이 1997년 IMF 이 후 확산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함께 일상화됐다는 점에서도 혐오와 먹고사니즘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먹고사니즘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안으로서 기본소득을 검토해 보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본격화된 전국민고용보험제도 눈여겨 볼 일이지만, 현재의 불안한 삶과 미래를 보다 안정화시켜주는 방안으로서의 기본소득이다. 지속 가능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게 되면 먹고사니즘은 좀 더 여유로워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복지냐 소비 진작이냐 또 재원 마련 방안과 증세 등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사회 안정화를 위한 방안으로서 기본소득의 기회비용이 더 저렴할 수 있다.

◇보편적 디자인(UD, 교육) = 법과 제도가 기성세대에 대한 것이라면 공교육 속 유니버설 디자인(UD, Universal Design)은 자녀 세대를 위한 것이다. UD는 장애를 비롯해 성별이나 나이, 국적, 언어, 문화 등 모든 차별적 제한을 없애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말한다.

출입문을 예로 들자면, 손으로 잡고 돌려야 하는 원형 손잡이 대신 위아래로 밀면 열리는 막대형 손잡이가 UD에 해당된다. 원형의 경우 손이 없는 사람은 열 수가 없지만 막대형은 손이 없어도 팔이 없어도 열 수 있다. 잠금장치가 필요 없는 경우 안이든 밖이든 밀기만 하면 열 수 있는 출입문이 한 발 더 나아간 UD로 볼 수 있다.

계단과 경사로를 함께 둔 진입로로 휠체어 이용자, 유모차, 어린이, 노인 모두가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됐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이 같은 디자인은 이미 일상 곳곳에 구현되어 있다.(사진=자료사진)

 

모두가 편리함을 추구하는 UD의 개념이 아직은 생소하지만, 계단과 야외 벤치, 화장실, 병원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미 빛을 발하고 있고 활성화를 위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UD에서 배려는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이다. UD에 대한 공교육을 통해 배려가 특별함이 아닌 일상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면 타인에 대한 혐오의 마음도 서서히 사라지지 않을까.

7차례에 걸친 기획보도 [혐오리포트: 당신은 충(蟲)인가요]를 통해 살펴본 혐오는 원인도 현상도 대상도 복잡하고 대안 찾기도 어려웠다. 자율 의지에 따른 정화가 최선이겠지만, 요원하다면 차선책을 살펴봐야 한다. 법과 제도, 그리고 교육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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