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LG화학 분할 논란…뿔난 소액주주 다독이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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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한민국은 삼성의 이씨, 현대의 정씨, LG·GS의 구씨·허씨의 나라라고 부른다면 지나친 건가?

3개의 거대 재벌 산하 기업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기업집단의 뿌리와 가지들을 조금만 파헤쳐보면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야'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럭키금성에서 파생된 기업들이 재벌 그룹들 가운데서도 아마 가장 많을 것이다.

LG·LS·LIG·희성그룹·GS그룹 등으로 구씨와 허씨 가족이 유난히 많은 것도 계열사들이 산재한 이유와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않고 자녀들에게 회사 하나씩을 맡기는 방식은 과거 왕조시대나 봉건제 시대의 족벌 세습제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회사를 쪼개거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것도 친족 배려와 무관치 않다.

LG그룹 계열사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호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구본무 전 회장 시대의 '정도경영' 원칙을 그런대로 지켰다는 믿음에다 재벌 비판의 화살은 삼성이 도맡아(때론 과도하게) 맞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젊은 구광모 회장 등장 이후 LG그룹이 도전성과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필살기'를 쓰는 듯하다.

더불어(상생) 정신이라든가, 고객 가치와 정도경영이라는 선대 회장 때의 정신적 자산을 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으나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과 감정적 대립전선을 과하리만치 확대·심화시키고 있다.

'나 살고 너 죽어'라는 대결로 인해 미국과 한국 로펌 비용 등으로만 수천억 원을 쓰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사업체(3개)들이 과도한 경쟁과 소송전을 벌이는 사이 중국과 미국, 일본, 유럽의 배터리 업체들은 상호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lg 화학 배터리 공장(사진=연합뉴스)

 

특히 LG와 SK의 전기차 배터리 전쟁은 승패와 관계없이 한국 재벌들 간의 총성 없는 전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LG든 SK든 소송에서 패한다고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이나 일본 기업들과의 합작 등 여러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할 것이다.

어느 정권도 그렇듯, 기업도 영원한 승자는 없다.

특히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잘 나가는 LG화학의 분사 전략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과 우량기업 늘리기를 우선한 조치로 여겨진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는 석유화학 사업에서 돈을 벌여 30년가량 지원받은 분야다.

석유화학으로 벌어들인 거액을 쏟아 부었으나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올해 2분기에야 흑자로 전환됐다.

LG화학 임직원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분사하겠다는 건 본업인 화학 사업 직원들에겐 상당한 허탈감을 안기고 있다.

회사측의 전격적인 결정에 말도 못하고 배터리 분사 회사로 이직하려는 직원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내부 직원 게시판에 "배터리로 가고 싶어 하는 타 사업부 사람 좀 데려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분사해 LG에너지 솔루션(가칭)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우리사주를 받으면 SK바이오팜처럼 떼돈을 벌 수 있다.

경쟁이 날로 치열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만큼 납득할 만도 하지만 결국 남(기관, 개인, 해외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 모아 회사를 키우겠다는 구상에 다름 아니다.

배터리 사업 분사 앞둔 LG화학의 주가(사진=연합뉴스)

 

올 초 주당 30만 원 하던 LG화학 주가가 80만 원 선까지 급등한 것은 순전히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라는 주식 시장의 평가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동학개미들이 대거 LG화학 주식을 사들인 것도 전기차 배터리의 미래 성장성을 내다본 것이다.

인적 분할이 아닌 물적 분할을 할 경우 LG화학 주주들은 '닭 좇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것이다.

소액주주(개미)들은 "피해를 막아달라"며 청와대 청원까지 했다.

LG화학은 주가가 오를 대로 오른 이 시점에 이사회를 열어 전지사업부문 분할안을 전격 의결했다.

10월 30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12월 1일 신설법인(가칭 LG에너지 솔루션)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취임사를 하며 멋지게 출발한 젊고 참신했던 구광모 회장은 최소한 직원들과 주주, 특히 동학개미들에게 입장을 내야 한다고 본다.

사과는 신뢰에 금이 간 데 따른 최소한의 예의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장차관과 수석들이 잘못을 하면 수시로 사과를 한다.

LG화학은 연 이틀 주가가 폭락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18일 "이번 배터리 사업의 물적 분할은 존속법인이 분할 법인의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기존 LG화학 주주들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며 "오히려 물적 분할 법인의 집중적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결정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배터리 부문에 대한 주가 프리미엄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할 관련 설명자료는 아전인수 격인 자기방어적이다.

돈을 벌자고 LG화학 주식을 샀다손 치더라도 개미 투자자들과 LG화학 임직원들이 없었다면 기업 분할을 할 만큼 성장할 수 없었다.

내년 말쯤 기업 공개를 할 땐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처럼 공모 전쟁이 벌어질 개연성도 있다.

LG화학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작금의 공모주 청약 열풍을 눈여겨보는 등 고도의 전략적·정무적 판단을 내리고 결행했을 것이다.

특히 신설법인의 IPO(상장) 이후에도 모회사가 절대적 지분율 보유하고 바이오 등에 대한 집중 투자와 적극적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카드들을 제시한 것도 주주달래기 차원일 뿐이다.

주주들에게 주식을 일부라도 배정해야 하는 인적 분할을 피하고 물적 분할을 선택한 것 역시 주주보다는 대주주인 LG그룹 위주의 결정이었다.

더욱이 분할하여 신생 회사를 만들어야만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올 수 있고, LG화학 소속 사업부로 있으면 투자금 모집을 위한 증자는 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 때문에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 물적 분할은 진행과정과 관련한 아쉬움이 크다.

LG화학 분할을 통한 신생 배터리 기업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물적분할 과정에서 벌어진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LG화학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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