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살아나는 B급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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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

(사진=TCO㈜더콘텐츠온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어딘지 모르게 정신없는 듯 어수선하면서도 복합적인 장르 안에서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간다. 황당하면서도 진지한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한 웃음이 터지는 영화다. 그리고 여성 연대가 만들어내는 멋진 복수극까지 담겨 있다.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은 죽지 않는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 코믹 스릴러다.

하루 21시간 쉬지 않고 활동하는 남편 만길(김성오)을 아내 소희(이정현)가 의심하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기껏해야 남편의 외도를 의심했지만, 사실 남편의 정체가 지구를 차지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영화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져나간다.

영화는 소희가 만길을 죽이려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소동극으로 탈바꿈한다. 기본적으로 블랙 코미디가 깔려 있어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는 오싹함과 웃음이 공존한다.

장항준 감독이 쓴 시나리오에 신정원 감독의 아이디어가 SF, 스릴러, 액션 등의 장르로 어우러져 기묘한 맛을 낸다. 특히 기본적으로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며 황당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데, 이 또한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이 지닌 묘미다.

이는 감독의 전작을 생각해보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신정원 감독은 '시실리 2㎞'(2004) '차우'(2009) '점쟁이들'(2012)을 통해 펑키호러와 코믹호러라는 장르를 선보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만들었다.

(사진=TCO㈜더콘텐츠온 제공)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역시 감독만의 개성 있는 연출 스타일이 돋보이면서도, 전작들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B급 감성과 톡톡한 유머를 선보인다. 또한 독특한 캐릭터를 선명하게 그려내는 감독의 스타일은 이번에도 빛난다.

영화 속 언브레이커블의 리더인 만길을 비롯해 만길의 동료들은 우월한 유전자를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재밌는 건 인간 중 뛰어난 인물들이 있다면 '언브레이커블'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배우 정우성을 언급한다.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잘난 사람들을 볼 때 유전자부터가 다를 거라고 하는 농담 같은 이야기를 외계인과 엮어낸다.

지구 곳곳에 숨어들어 암약하는 언브레이커블들은 지구인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당장 소희를 죽이려는 만길만 봐도 그렇다. 물론 그전에도 만길은 말 그대로 '나쁜 놈'이었다. 소희 앞에서는 간이며 쓸개며 다 내 줄 것처럼 행동했지만, 바깥에서는 이중삼중의 불륜을 저지르고 다녔다.

이렇듯 여러모로 사악한 외계인의 위협에 맞서 지구를 지켜내는 건 바로 정원여고 3인방 소희, 세라(서영희), 양선(이미도)이라는 여성 캐릭터다. 그렇게 만길을 비롯한 언브레이커블, 즉 나쁜 놈들을 제거하고 안팎의 평화를 위해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TCO㈜더콘텐츠온 제공)

 

어쩐지 처음에는 서로 질투하고 견제하는 듯 보이던 정원여고 3인방은 '죽지 않는 만길 죽이기'라는 거사 앞에 하나로 뭉친다. 이들의 연대 밑바탕에는 바람 피운 남편 혹은 남자친구로 인한 아픔 내지 분노가 깔려 있다.

배신을 넘어 죽음으로 관계의 끝을 알리는 만길을 향한 소희의 복수는 여러모로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죽지 않는 것은 만길뿐만이 아니었다.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만길을 죽이기 위해 나서는 정원여고 3인방을 보자면 강인함이 떠오른다. 또 하나, 운이었을지 몰라도 나약한 줄만 알았던 인간 여성인 소희가 죽여도 죽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보고 놀라는 만길을 보는 것도 소희의 소소한 복수처럼 재밌게 다가온다.

이 황당한 듯 진지하고, 진지한 듯 웃기는 캐릭터와 상황을 관객이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건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이정현, 서영희, 이미도, 김성오, 양동근 등을 비롯해 곳곳에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들의 연기를 보면 웃기려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블랙 코미디와 B급 감성이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르의 영화를 만나서 반갑다.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을 추천한다. 신정원 표 영화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유쾌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110분 상영, 9월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TCO㈜더콘텐츠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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