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하면 끝? 의원 제명은 넘사벽…제식구 감싸기 못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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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특위·국회법에 징계 절차와 수위 규정있으나 사실상 무용지물
징계안 다수 발의됐지만 본회의서 처리된 건수는 거의 없어
징계 시간끌거나 부결시켜 '제식구 감싸기'
윤리특위 상설화 및 조사기능 부여
외부 독립화…국민심사청구제 등 대안 거론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박덕흠 의원의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양정숙, 윤미향, 이상직, 김홍걸, 박덕흠, 조수진, 윤창현

재산 누락, 개인 유용, 이해충돌 등 다양한 사유로 논란을 일으킨 21대 국회의원들이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의원도 있지만 비위 의혹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남은 3년 8개월의 임기를 마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의원들도 있다.

◇비례대표는 제명-지역구 의원은 자진 탈당으로 꼬리자르기

민주당은 10억대 재산 신고 누락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김홍걸 의원을 제명했지만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비례대표는 자진 탈당이 아니면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는다.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사태의 책임이 있는 민주당 이상직 의원은 당 자체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던 중 자진 탈당했다. 피감기관 발주 공사 수주로 이해충돌방지 위반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역시 당의 조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탈당했다.

그게 전부였다. 탈당을 한 이상 당에서는 더이상 자체 조사를 진행할 명분을 잃게 된다. 어느 당에서도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제출했다는 소식은 없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꼬리자르기가 이뤄진다.

헌법기관으로서의 신분과 지위가 보장되는 만큼 국회의원에게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국회에는 윤리특별위원회라는 특위까지 설치돼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난 수십 년 동안 의원들이 일으킨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징계가 내려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법도 있고 기관도 있고 징계안도 있는데 실적만 없다

국회는 제헌 국회 때부터 지금까지 윤리심사기구를 계속해서 운영해왔다.

징계자격위원회를 시작으로 5대 국회 때는 심사기능이 법제사법위원회로 이전됐다가 13대 국회인 1991년부터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법률가나 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윤리특위 자문기구인 윤리심사자문위원회도 10년째 운영되고 있다.

의원의 징계는 국회법에 규정돼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청렴, 지위남용 금지 등 헌법규정과 겸직 금지, 영리업무 종사 금지 등을 위반했을 경우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경고, 사과, 출석정지, 제명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이에 의거한 국회의원 징계안은 매 국회 때 마다 발의됐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는 47건, 19대 국회에서는 39건, 18대 국회에서는 55건, 17대 국회에서는 37건 등이 윤리특위에서 처리됐거나 계류됐다.

이렇듯 기관과 제도가 마련돼 있고 징계안 제출 건수도 상당하지만 이 기간 동안 본회의에서 의결된 징계 안건은 18대 국회 때의 강용석 의원에 대한 것이 유일하다.

그나마도 윤리특위가 심사보고한 제명안은 부결시킨 후 출석정지로 수위를 낮췄다.

논란이 된 의원이 스스로 의원직을 사임한 경우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철회되거나 계속 계류만 시키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무시해도 문제가 없는데다,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가 '국회의원들에 의해', '본회의에서만' 내려질 수 있는 점을 이용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매 국회 때 마다 나오는 이유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외국서는 청문회·조사 등 권한 부여

미국 하원 윤리위원회는 하원의원은 물론 직원들의 법률 위반까지 조사하고 이를 하원에 보고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아울러 의원과 직원에 대한 윤리교육, 의원과 직원의 재산신고서 검토 등의 업무도 담당한다.

'의원에 의한 의원 윤리심사'라는 미국 내 비판이 거세지자 2008년에는 청문회 개최와 증인 소환, 규칙 채택 등의 권한을 부여한 비정치인 기관인 하원윤리실(OCE)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영국 하원은 아예 원외로 독립된 외부전문가 기관인 의회윤리기구(IPSA)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특히 윤리심사기구인 하원 윤리위원회에는 최소 2명 이상의 일반인 위원을 선임하도록 했는데, 현재 14명 중 절반인 7명이 일반인이다.

여기에 의원이 아닌 윤리감찰관을 두고 의원에 대한 민원 신고 조사, 의원의 이해관계 등록에 대한 관리 감독, 의원윤리규범의 해석과 조언 등의 임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발표한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이 의원의 자리가 비어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윤리특위마저 비상설화한 우리 국회…대안은?

여야는 2018년 7월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나누면서 상임위 숫자를 유지하기 위해 상설 특위이던 윤리특위를 비상설 특위로 전환시켰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나마 상시 활동조차 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리특위를 다시 상설화하고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재산신고 누락이나 이해충돌 등의 행위가 충분히 여론에 알려진 만큼 다시 윤리특위를 상설화하고 조사 기능 등을 부여한다면 이전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설 특위 때도 부실한 심사와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제 기능을 못했던 만큼 단순히 지위를 복원시키는 것으로는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처럼 ▲징계 심사기한을 정해서 무조건 일정 기간 내에 결론을 내게 하거나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단순 참고가 아닌 일정 수준 이상 따르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하거나 ▲윤리특위의 구성원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의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구성하게 하는 등의 보강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영국처럼 심사기구를 외부로 독립시켜 운영시키거나 ▲국민들이 윤리심사를 원할 경우 심사를 진행하는 '국민윤리심사 청구제도' 등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당이 후보를 공천할 때 선제적으로 재산이나 이해충돌 여부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차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스스로 해당 의원의 국회 징계안을 제출하는 등의 도덕적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참여연대 오유진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국회의원의 윤리 문제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층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윤리특위와 윤리심사자문위의 기능 강화, 국민윤리심사청구제 등 제도의 도입은 물론 정당과 국회의 책임의식을 높이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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