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이재명의 '우물안 개구리論'과 확장적 재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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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OECD 국가부채비율 109% 아닌 80%…우리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양경숙·이재명 " 지금은 빚 내서라도 재정 투입 늘려야"
"재정 확대해야"…IMF 총재·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 '한 목소리'
한국, 가계부채비율 전 세계 '최고' 수준…경제 충격에 더 '취약'
언제까지 한가하게 'OECD 국가부채비율'만 따질건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시)은 이날 경기도정과 무관한 'OECD의 국가부채비율 해석 차이'를 놓고 이재명 지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 송언석 "OECD 국가부채비율 109% 아닌 80%…우리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사진=연합뉴스)

 

송 의원 주장의 핵심은 '이 지사가 평소 인용하는 OECD 국가부채비율 109%는 단순 합산의 착시현상에서 비롯된 오류이며 국가별로 국가채무비율을 평균하면 80%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송 의원이 이처럼 OECD 국가부채비율을 30%P나 끌어내린 것은 '현재 약 40%에 달하는 우리나라 국가부채비율과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실제로 "고령화 진입시기의 국가부채비율을 기준으로 독일과 덴마크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높은 편"이라며 "국가채무비율은 그래서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의 지적은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는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발언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이는 '긴급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지역화폐 확대 발행', '기본소득 도입 논의'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어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 양경숙·이재명 " 지금은 빚 내서라도 재정 투입 늘려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사진=연합뉴스)

 

'엄격한 재정준칙'을 강조할수록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기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양자가 상호 대립적 성격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엄격한 재정준칙 적용과 확장적 재정정책의 동시 추진은 가능하지도 않고 재정정책의 효과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며 조건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재정준칙을 도입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양 의원은 그러면서 "코로나19 위기와 심각한 경제침체를 시급히 극복하기 위해 지금은 빚을 내서라도 선제적으로 재정확장정책으로 경제도약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재명 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양 의원의 주장에 적극 동의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지금 우리경제는 가계 부담 경감 및 지출 확대로 순환의 물꼬를 트지 않으면 당장 얼어붙을지 모르는 위기상황인데도 기재부와 중앙은행 수장의 인식은 오로지 국가부채 관리에만 집중되어 있어 참으로 답답하다"고 밝혔다.

◇ "재정 확대해야"…IMF 총재·주요국 중앙은행 수장 '한 목소리'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그렇다면 지금은 '안정적 국가부채 관리'와 '확장적 재정정책' 가운데 어느 쪽에 방점을 찍어야 할까.

이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려있다.

분명한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세계적 대침체(Greater Recession)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수치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IMF는 금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전년 대비 7.2%p 하락한 –4.4%로 전망하고 있다.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그보다 악화한 –5.8%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웃 일본도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연율 환산)이 –27.8%를 기록해 지난 금융위기보다 경제상황이 더 나쁘다.

코로나19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고 미·중 간 '신(新)냉전' 체계가 장기화되면서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계속 하락하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플러그를 일찍 뽑으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정부는 지갑을 더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 수장들도 '경제 파국'을 경고하면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 가계부채비율 전 세계 '최고'…경제 충격에 더 '취약'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세계적 대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빈부격차는 확대되고 그 직접적인 피해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집중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극단적인 사회혼란과 금융위기 등으로 전화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우리는 지난 97년 IMF사태를 겪으면서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당시 정부와 언론은 위기의 징후가 명확한데도 '별 문제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화를 키웠다. 국민들도 이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그만큼 경제적 충격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이미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는 가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금도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기축통화국이니 상황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이는 한가한 분석이다. 기축통화국이라고 해서 무한정 빚잔치를 벌일 수는 없다.

그만큼 이번 경제위기의 파도가 높고 그에 따른 충격이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외교 전 영역에서 치명적일 것이라는 냉정한 분석에 따라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 언제까지 한가하게 'OECD 국가부채비율'만 따질건가

다시 경기도 국정감사장으로 돌아가 보자. 이재명 지사는 송언석 의원의 'OECD 국가부채비율은 80%이다"라는 추궁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계라고 하는 것은 입장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팩트가 아닌 의견에 가깝다"고도 말했다.

OECD 국가부채비율이 109%이든지 아니면 80%이든지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비율이 주요 선진국들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정부의 가계이전지출이 적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데 이는 국가가 개인에 대한 가계지원을 너무 적게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이 가난해진 대신 국가부채비율이 낮아진 측면이 있으니 일부 국가부채가 늘어나더라도 재난지원금과 같은 지출을 늘려도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전 페이스북에선 "한국만 우물안 개구리가 되면 안된다"면서 "우리 스스로 사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경제를 선도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빚을 내서라도 지금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기"라는 양경숙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미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만 우물 안에서 언제까지 'OECD 국가부채비율이 얼마인지' 따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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