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뷰]美대권 누가 잡아도 북미관계는 '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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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풀려면 그래도 트럼프 재선이 유리? 재선 가능성은 회의적
오바마 3기냐 클린턴 3기냐…상황 바뀌었지만 '전략적 인내' 트라우마
20여년만의 한미 진보집권 기회…韓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다음달 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결과가 한반도 외교안보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특히 미국과 북한이 약 70년 만에 관계를 급진전시켰다 다시 냉각기에 접어든 상태여서 차기 미국 대권 향배에 따라 북미관계는 그야 말로 역사적 기로에 서게 된다.

◇북핵 풀려면 그래도 트럼프 재선이 유리? 재선 가능성은 회의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비롯한 북미관계 진전에 상대적으로나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톱-다운' 외교를 이어가며 1차 임기 때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그는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만약 우리가 대선에서 이기면 북한과도 매우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국면에선 북한을 적당히 관리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선거 부담이 사라지면 역사에 남을 대통령으로 목표를 높여 외교 치적 쌓기에 주력할 수 있다.

이스라엘-UAE 평화협정에 이어 북핵 문제를 풀고 북미관계까지 개선하면 노벨 평화상도 가시권에 들어올 확률이 높다.

만약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새 행정부를 꾸리고 대외정책 수립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과 달리 끊김 없는 대북 접근이 가능한 점도 긍정적이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대선 전 도발을 자제해온 북한은 트럼프 재선을 반기며, 코로나19 등으로 악화된 내부 사정 등을 감안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대북접근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관료 집단의 반발과 제동은 예상된다. 코로나19와 선거 후유증에 따른 국내 문제로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하노이 노딜'에서 여실히 경험했듯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의 성정, 그리고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의 하찮은 바둑돌 쯤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여전히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은 지난 27일 한중일 평화포럼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고,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은 거부하며, 중국의 개입은 꺼리는 기존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조기에 한반도 평화-비핵화 교환 협상을 재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2016년 선거에서 득을 봤던 경합주는 물론 백인 지지층에서도 열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바마 3기냐 클린턴 3기냐…상황 달라졌다지만 '전략적 인내' 트라우마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4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경우 대북정책 기조부터 바뀌며 당분간 북미 간 탐색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간 공백을 우려한다.

다만 미국 대선 레이스를 통해 드러난 바로는 바이든 집권이 북미관계에 꼭 부정적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고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집권 시 대북정책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경험했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다.

당시 8년간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이 '오바마 3기'로 불릴 만한 정책을 재탕하며 북한 문제를 또 다시 외면, 방치할 것이란 지레짐작이다.

정권이 교체된 만큼 대북정책 재검토와 수립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한계 요소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후보는 북미정상회담을 비판해왔기 때문에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바꿀 게 확실시되고 이 경우 협상 속도는 더 더뎌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이 최근 TV토론에서 김 위원장을 '폭력배'(thug)라 호칭한 것도 양측의 취약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선 북한의 존재감 확인용 무력시위나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바이든 캠프가 민주당 전통을 계승해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것도 북미 간 걸림돌이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 측면을 상쇄할 요인도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점은 북핵 상황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현실이다.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 반열에 오른데다 핵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는 상황에선 '전략적 인내' 전략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트럼프의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도 실패한 전략이란 평가가 나오는 마당에 그 이전 전략을 답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변화를 감안해 단계적 비핵화 접근을 주장하는 현실론이 바이든 캠프 내에 소수 나마 존재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최근 "핵능력 축소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오바마 때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바이든 당선시) '오바마 3기'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클린턴 3기'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 예단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 정부가 성사시킨 이란 핵협정(JCPOA)도 북한 비핵화 협상의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록 트럼프 시대의 유산이지만 어찌됐든 70년 적성국인 북한과의 관계 진전을 이뤄낸 경험은 후임 정권도 결코 무시 못 할 선례로 남는다.

(사진=연합뉴스)

 

◇20여년만의 한미 진보집권 기회…韓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

바이든 후보 당선은 한미 양국에 비슷한 성향의 정부가 동시에 들어섬을 의미한다. 과거 사례로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부터 미국 클린턴 정부 임기인 2001년까지 3년의 짧은 기간이 유일하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9년 '페리 프로세스'라는 3단계 대북 접근 로드맵을 내놓았다. 2000년에는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방북시켜 북미정상회담 성사 직전까지 가는 적극적 관여 정책을 폈지만 이듬해 부시 공화당 정부로 바뀌면서 아쉽게도 물거품이 됐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1차 남북정상회담도 이런 큰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만약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약 20년 만에 한미 양국 정부의 '코드'가 비교적 일치하며 북미관계는 물론 한미관계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

물론 미국 민주당 정부라 해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하며, 반대로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고 해서 북미관계 개선이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결국 열쇠는 한국이 쥐고 있다.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역사적 기회 앞에서 한국의 의지와 능력이 시험대에 놓인 셈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도 한국이 강하게 반대했다면 상황은 좀 달랐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 전시 작전통제권을 들 수 있다. 당초 미국이 오히려 조기 전환을 주장했지만 우리 측이 나중에 시점 연기를 요구하면서 문제가 꼬여버렸다.

한미관계가 미국의 입김이 크긴 하지만 결코 일방적 관계는 아니며, 한국이 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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