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학폭 피해자 넘치는데…왜 가해자는 실종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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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휩쓴 학교폭력 논란…'강경 대응' vs '연쇄 고발'
학폭 전문 변호사 "가해 사실 인정시 매장 분위기→부인"
푸른나무재단 측 "빙산의 일각일 뿐…피해자 더 나올 것"

그래픽=고경민 기자

 

피해자는 넘쳐 나는데 가해자는 사라졌다. 연예계 학교 폭력 논란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대다수 소속사의 "사실무근" 입장과 고소 공지에도 또 다른 피해자들은 연쇄 고발에 나서고 있다. 그야말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치킨게임'이다.

학교 폭력 논란은 연예계 전반을 휩쓸고 있다. 배우 조병규·박혜수·김동희 등과 가요계 (여자)아이들 수진, 트로트 가수 진해성, 세븐틴 민규, 스트레이키즈 현진, 이달의 소녀 츄, 몬스타엑스 기현 외에도 다수 연예인들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대화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도 있었지만 대다수 소속사들은 "허위 사실"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일부 피해글 게시자들은 소속사를 통해 '허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현재 김동희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조치에 나섰고 박혜수 측은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여기에 피해자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잇따른 추가 폭로가 이어지는가 하면, 뿔뿔이 흩어진 피해자들이 뭉치기도 했다. 이들 피해자는 상세한 증언과 증인들을 모아 소속사에 맞섰다. 피해자들 증언에 비해 소속사 해명이 구체적이지 않다 보니, 다수 피해자들이 나올 경우 연예인에 대한 여론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왜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끝없이 부인하고, 피해자들 증언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것일까.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스포츠계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 사태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도화선'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한다.

학교 폭력 사건을 다수 전담해 온 전수민(법무법인 현재) 변호사는 "지금은 (학교 폭력을) 인정한다고 해서 용서 받을 수 있는 여론이 아니다. 배구 선수들 선례처럼 즉시 은퇴하고 자숙을 해야 하니 모든 것들을 내려놔야 된다"며 "그러다보니 부인하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청소년 NGO 단체인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지금 연쇄 사건처럼 폭로가 연결되는 상황이다. 과거 학교 폭력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은 피해자들은 인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배구 선수 학폭 사건이 방아쇠를 당겼다. 용기를 얻은 피해자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학폭 관련 상담 전화들도 과거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들이 늘어났다. 논란이 확산될수록 광범위하게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장이다. 이런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진술 간극은 일반적인 형사 사건에서도 일어난다. 대다수 가해자들이 이를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전 변호사는 "학폭 사건들의 경우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증거가 부족해 사실 관계 규명이 어렵다. 이뿐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기억 디테일이 다르다. 이건 어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해자의 기억과 피해자의 기억이 다른 것"이라며 "실제 학폭 가해자 실태조사를 보면 '장난이어서' '몰라서' 등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다"고 전했다.

끝까지 목소리를 내려는 피해자들 심리는 결국 '자신을 위해서'다. 과거에 받은 상처와 기억을 이제라도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설립된 푸른나무재단에 들어오는 상담 전화들이 이를 방증한다.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온 폭로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 가해자 측 명예훼손 고소에 대한 염려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가해자로 언급되는 사람들은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다양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과거에 큰 상처를 받았고, 당시 나서지 못한 자신의 행동을 바로잡는 데 고발의 의미를 두고 있다"며 "이제라도 목소리를 냄으로써 기억을 고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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