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檢의 예고된 공수처 줄소환…정당한 수사와 길들이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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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잇단 부적절한 해명 과정에 검찰 수사 대상 전락
일각에선 의도적인 허위라 보기 어려워…수사대상 아니라는 시각도
검찰, 공수처 길들이기라는 오해 받지 않기 위한 신중함 필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이한형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체제로 전환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외려 검찰에 수사를 받게 될 처지가 됐습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황제 조사'와 관련한 허위 보도 자료 작성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입니다. 고위공직자, 특히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여겨지는 검찰을 견제하겠다며 생겨난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황제 조사'로 첫 단추부터 잘못끼운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공수처가 첫 수사 착수도 전에 검찰의 수사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을 놓고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시각과 검찰이 꼬투리를 잡아 공수처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공수처의 대변인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 출신 공수처 정책기획담당관은 지난 21일 수원지검으로부터 허위로 보도자료를 작성했다는 혐의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습니다. 함께 보도자료를 작성했던 사무관은 같이 통보를 받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소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소환이 김진욱 공수처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첫 수사 시작도 못한 공수처의 최고 책임자가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만으로도 공수처는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는데에 가장 큰 책임은 역시 공수처의 부적절한 처신과 대처를 꼽을 수 있습니다. 형사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지검장을 공수처장 관용차를 통해 청사까지 이동시킨 것은 이 지검장의 공수처 출석 자체를 비밀로 붙이기 위한 목적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더 나아가 공수처는 이 지검장의 출입 기록이나 면담 기록도 남기지 않아 조사가 아니라 민원을 듣기 위해 소환한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습니다.

박종민 기자

 

여기에 곳곳이 허점 투성이였던 공수처의 해명자료는 급속도로 파문을 확산시켰습니다. 공수처가 지난 2일 낸 설명자료에 따르면 해명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①관용차가 2개 뿐인데 2호차는 뒷좌석이 문이 열리지 않아 1호차인 공수처장 차를 쓸 수 밖에 없었다 ②1호차를 운전한 처장의 비서 채용은 특혜가 아니다 ③사건 관계자 관련 출입 기록은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출입관리를 하기 때문에 청사출입보안지침 위반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보도자료가 나오자마자 2호차는 호송용 개조를 거친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이라는 반론이 나오면서 해명은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뒷좌석 문이 열리지 않는 건 어린이 보호 장치 '차일드락' 기능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결국 차일드락 기능만 해제하면 일반 쏘나타 승용차와 다름 없었던 셈인데, 보도설명자료에서는 마치 개조를 거친 것처럼 호송용 차량으로 표현했던 겁니다. 임시 대변인이 "아직 사람도 갖춰지지 않았고 예산 집행 때문에 차가 승용차 두 대 뿐인데,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호송용 차량을 지정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비서 채용 특혜 논란의 핵심은 해당 비서가 여당 정치인 출신 인사의 아들이었고 공식적 추천 경로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빠 찬스가 있었느냐, 공정한 경쟁이 있었느냐로 요약되는데요. 공수처는 △연고 채용을 하지 않기 위해 변호사를 뽑는다는 원칙을 정하고 △빠른 시일 내 채용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대한변협의 추천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마저도 대한변협이 변협 차원의 추천은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거짓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비서 추천은 변협의 공식 추천이 아닌 이찬희 전 변협회장의 사천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특혜로 살아온 인생은 모든 게 특혜로 보이나보다"라며 언론에 대한 날선 반응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논란을 부추켰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수처의 미숙한 대응을 비판하는 걸 넘어서 검찰 수사까지 가는건 부적절해 보인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황제조사' 의혹이야 그렇다 쳐도 이를 해명하기 위한 자료 작성까지 수사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하다는 겁니다. 공수처는 김진욱 공수처장 1인체제로 출범을 한데다 얼마 전에서야 검사와 수사관 채용을 완료하는 등 아직도 체제가 완전하게 자리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대변인 자리도 두 달 넘게 공석이어서 예산 전문가가 임시로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을 정도입니다. 모든 정부 부처들이 다 그렇겠지만 수사기관, 특히 고위 공무원들의 비리를 다루는 공수처의 보도자료는 무엇보다 신중한 사실확인과 표현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공보와 수사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를 앉혀서 생긴 아마추어리즘을 수사의 영역까지 끌고 들어가는게 적절한 지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줄소환이 공수처 길들이기 일환이라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의도적인 '허위'라기 보다 '실수'에 가까운 사안을 놓고 검찰이 과도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보도자료에 허위가 있다고 허위공문서 작성이라고 본다면, 경찰·검찰의 보도자료 중에도 허위가 있으면 허위 공문서 작성으로 의율할 것이냐"고 반문합니다. 그는 "국가공권력 행사, 특히 수사는 극도로 절제되어야 하고 수사의 필요성·상당성을 넘어서면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적 비판은 당연히 공수처가 감당해야할 부분이지만, 검찰과 공수처가 권한 때문에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검찰 수사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십상이라는 주장입니다.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도 "사실 수사할 사안으로 보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역대 청와대에서 해명했을 때 허위인 것으로 밝혀진 것도 많은데 그럼 수사기관에서 다 불러야 하느냐, 아무리 공수처가 지금 허우적 거린다고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인지해 시작된 것도 아니고 고발로 시작됐기 때문에 정치적 고려로 적당히 봐준다면 기소 재량권 남용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엄정한 수사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갑론을박 속에서도 검찰의 공수처 수사는 현실이 됐고 어떤 형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법조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검찰이 공수처 수사에 있어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공정과 균형에 신경 써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공수처는 '수사 대피처', '꼼수처'라는 여론의 비판이 왜 계속해서 터져나오는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범 100일이 코앞인 공수처가 "이제 막 만들어진 조직이라서..."라는 변명으로 일관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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