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오세훈표 '빗물터널', 강남엔 뚫을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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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강남 역대급 물난리에 복원된 '지하 빗물터널 건설 계획'
"2호선·신분당선 등 강남 대심도엔 여유 공간 없다" 주장의 진실은?
인명 피해 발생한 재난 이용한 '정치적 레토릭' 지적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관악구 수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관악구 수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강남지역 폭우 피해 이후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이하 '대심도 빗물터널') 재추진'에 나선 가운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강남 일대는 다수 노선의 지하철이 깔려있어 시공 공간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서울시는 대심도 빗물터널 설치를 촉구하는 서초구민들에게 "강남역이 신분당선과도 이어져 있어 조심스럽다"는 근거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일부 전문가들 역시 빗물터널 시공에 대해 "강남역에는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깔려있어 쉽지 않은 여건", "강남 일대는 지하철이 너무 많고, 광 케이블, 가스관 등 시공하기 만만치 않다"고 설명하며 이 주장에 힘을 싣는다.
 
강남역 일대 지하엔 터널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는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전문가들 "빗물터널,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


2호선, 신분당선 등으로 붐비는 강남역. 연합뉴스2호선, 신분당선 등으로 붐비는 강남역. 연합뉴스
강남을 지나는 2호선은 평균 지하 13.7m 깊이에 매설돼있다. 이후 개통된 신분당선은 지하 28m 깊이다. 지난 2011년 내놓은 "지하 30~40m 깊이에 지름 5~7.5m 터널을 뚫어 물길을 만들자"는 계획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17일 CBS노컷뉴스 통화에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깊이를 더 낮출지, (지하철) 사이로 뚫을지, 노선을 바꿀지 등은 검토할 부분"이라며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도 지하 40m 밑에 설치돼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재학회 회장을 지낸 박무종 교수 역시 "더 깊이 굴착해야 되면 비용이 늘어날 순 있어도 기술적으로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한다.
 
그렇다면 왜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강남역 일대에 배수터널을 건설하지 않았던 걸까.

가능은 하지만…"도로 폭 열 배로 늘리는 격"


2012년 대심도 터널 시찰을 위해 도쿄를 방문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2012년 대심도 터널 시찰을 위해 도쿄를 방문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이 질문에 박 교수는 '도시의 교통체증 문제'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예를 들어 도로 폭을 열 배로 늘린다면 교통체증이 해결될 거다. 하지만 정부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시민 모두가 함께 부담을 감수하고 비용을 투입하는 문제에서 "자원을 이렇게 허투루 써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오세훈 시장이 강남역 대심도 배수시설 건설 계획을 밝힌 후 다음 시정에서 중지된 이유도 이같은 '비효율성'에 있었다는 얘기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임기 시절인 2011년 당시 침수 피해 개선책으로 서울 신월·신대방역(도림천)·강남역·사당역·삼각지역(용산)·길동(강동)과 광화문 등 7곳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강남역 1곳에만 약 1300억원의 공사비가 거론됐다.

하지만 그 해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사업도 사실상 백지화됐다. 당시 서울시 발표에 "지하배수로를 건설하는 것은 과잉 대응", "침수 피해의 원인이 다른 데 있다" 등의 반대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강남역 대심도 빗물터널 건설은 '부적절' 해서 폐기됐을 뿐, 여전히 가능한 대책이다.
 

늘어나는 극한호우, 강남역 빗물터널만이 '근본 대책' 이다?


지난 9일 폭우로 인해 수위가 급격히 상승한 한강 모습. 황진환 기자지난 9일 폭우로 인해 수위가 급격히 상승한 한강 모습. 황진환 기자
지난 8~9일 강남지역에 쏟아진 비는 역대급 폭우였다. 기후 변화로 인해 이런 '극한 호우'의 발생 빈도가 잦아질 거란 전망 또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기후 상황 속에, 강남역 대심도 빗물터널은 '적절'해진 대책일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2011년 오세훈 시장의) 계획대로 수해 안전망을 개선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시장 역시 "2015년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은 기후변화, 집중호우 등 변화된 기상환경을 담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하며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 계획 복원"의 적합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향후 (기상) 이상현상들이 빈발할 것으로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오 시장의 방수터널 추진 계획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吳시장님, 강남만을 위해 돈을 쓰나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대책의 비효율성을 주장한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시 예산은 한정적인데 강남 사람을 위해서만 정책을 추진할건가"라고 반문하며, 방재대책으로 진행 중인 사업들이 아직 완공조차 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때 침수에 취약한 원인을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 통수능력 부족 등으로 분석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지난해 반포천유역 분리터널 건설공사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지난해 반포천유역 분리터널 건설공사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올해 9월 '반포천유역 분리터널 공사(책정 사업비 348억원)'가 완공되고, 2024년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책정 사업비 85억원)'가 완료되면 시간당 최대 95㎜까지 방재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례적인 상황으로 미완성의 수방·치수 대책을 평가 절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폭우 속 '최대 강수량 116㎜'이라는 단편적인 순간을 제외하면, 반포천유역 분리터널의 통수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서울시 측은 "하부 터널구간 공사는 완료되어서 지난 6월부터 물이 나갈 수 있게 돼있는데, 이번에도 목표치(시간당 85㎜)만큼은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 발생한 재난을 이용한 '정치적 레토릭' 지적도


서울시는 이번 발생한 폭우 관련 "150년 빈도에 해당하는 천재지변 성격"이라 밝혔다. 연합뉴스서울시는 이번 발생한 폭우 관련 "150년 빈도에 해당하는 천재지변 성격"이라 밝혔다. 연합뉴스
무작위로 발생하는 재난을 상대로 '근본 대책'을 언급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 교수는 "사전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예측이 불가한 기후 변화를 100% 막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규모가 무한으로 커지게 된다"면서 "저류시설을 만들었는데 몇 년간 폭우가 내리지 않아 한번도 사용되지 않으면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는 비판이 또 제기되지 않겠냐"고 짚었다.
 
이어 "유엔 등 국제 기구에서 기후 변화에 '적응'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면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결정은 좋지만, 최대 수치에 현혹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2006년, 2010년, 2011년, 그리고 2022년. 임기 중 반복되는 물난리로 인해 '오세이돈(오세훈+포세이돈)'이란 오명을 얻은 오 시장은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이번 사태를 유독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 방재 대책은 8일 강남 폭우 발생 이후 이틀만에 나왔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빗물터널용으로) 사당동에는 스마트 터널 실시설계가 진행중이고 중랑천에는 사업비 과다 문제로 재검토 중"이라면서 "폭우 며칠만에 장기 대책을 발표해버리니 (현 시장이) 지금까지 진행되는 상황들에 대해 업데이트가 돼있지 않은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이 "지방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추진할 계획"이라 밝힌 만큼, 연속적 과정 속 장기적인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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