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소비자 기만 '그린워싱 주의보'…친환경 석탄발전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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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주말 뉴스쇼 모아모아 팩트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친환경인 듯 친환경 아닌 '그린워싱'…짝퉁 친환경
클린 디젤, 탄소 없는 LNG,친환경 살충제….상충되는 단어 배치 소비자 혼돈
친환경성분이 0.1 % 들어도 친환경 상품으로 홍보
믿을 수 없는 친환경 인증…세계협회 미국 본부 주소가 한인 타운 가정집
친환경 제품 구매시 정부 인증 마크 확인 필요

◇ 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그린워싱을 주제로 갖고 오셨는데요. 그린워싱 도대체 뭔가요?
 
◆ 선정수 >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그린(green)'으로 '워싱(washing)'한다. 일종의 이미지 세탁이죠.  '위장 환경주의'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짝퉁 친환경'입니다.
 
◇ 조태임 > 친환경이 아닌데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것…저는 뭔지 딱 떠오르지 않는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선정수 >  굉장히 많습니다. 친환경 석탄발전, 친환경 제철소, 친환경 살충제, 온갖 환경을 해치는 것들에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홍보하고 있는 것들이죠.
 
◇ 조태임 >요새는 친환경이라는 이름 붙이면 좀 비싸도 사게 되는데,,,이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서 마케팅을 하는 거네요. 친환경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도 좀 막연해요. 일단 친환경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부터 시작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 선정수 > 환경기술산업법 2조는 "재료와 제품을 '제조, 소비,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 등을 배출하는 정도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를 말한다"고 정의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친환경은 '오염물질, 온실가스, 자원·에너지 소비량 등 환경 영향을 줄인 상태'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2021년 12월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형녹색분류체계(K-Taxonomy)'도 중요한 참고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이 분류체계는 녹색경제활동을 정의하는 지침입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녹색경제활동은 6대 환경목표(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 순환경제, 오염, 생물다양성)중 하나 이상에 기여해야 하고, 심각한 환경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며, 인권·노동·안전·반부패·문화재 파괴 분야의 관련 법규를 위반해선 안 됩니다.

◇ 조태임 >그렇다면 오늘의 주제인 그린워싱, 위장환경주의가 왜 나쁜 건가요?
 
◆ 선정수 > 그린워싱은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큰 문제입니다.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제품을 사서 쓰려고 하는 소비자들은 그린워싱 탓에 제품의 환경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합니다.
 
최악의 경우엔 환경에 피해를 주는 제품을 환경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오인해 지갑을 열 수도 있고요.
 
◇ 조태임 > 소비자들을 속여서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가로막는 것이네요. 그럼 하나씩 예를 들어가면서 살펴보죠. 먼저 친환경 석탄발전인데요. 좀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요. 소리없는 아우성 뭐 이런 표현처럼 둘이 안어울려요. 석탄발전은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많이 내뿜기로 악명이 높은 것 아닌가요? 그런데 친환경을 붙이는 것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세계적으로 석탄발전이 지탄을 받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석탄은 이산화탄소를 다른 에너지원보다 많이 배출하고요, 오염물질도 더 많이 배출합니다. 그래서 기후위기를 거론할 때마다 석탄발전 줄이고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죠.

그런데 석탄발전 중에 최신기술을 적용한 초임계, 초초임계 이런 방식의 발전이 있는데요. 고온 고압으로 석탄을 태우면 효율이 높아지면서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여기에다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집진 기술을 이용하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친환경 석탄발전소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 조태임 > 오염물질 배출 줄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줄인다고 하면 친환경 아닌가 싶은데요?
 
◆ 선정수 > 유감스럽게도 아닙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7960만톤인데요. 이 가운데 석탄발전에서만 1억5300만톤이 배출됐습니다. 전체 배출량의 22.5%가 석탄발전을 통해 배출되고 있는 거죠. 막대한 양입니다. 이렇게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데 친환경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 조태임 >그래도 예전 방식보다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면 친환경이지 않나요?
 
◆ 선정수 > 저공해라고 하면 맞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친환경은 확실히 아닙니다. K-택소노미라고도 부르는 녹색산업분류체계가 지난해 말에 정해졌는데요. 여기에도 석탄발전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제철, 시멘트, 석유화학 산업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데요. 이런 산업에선 이전 공정보다 배출량을 낮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경우 녹색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른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석탄은 여기에서도 제외입니다. 워낙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죠.

◇ 조태임 >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린워싱, 우리가 많이 속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 선정수 >친환경 살충제, 친환경 손소독제 이런 게 그린워싱의 한 유형인데요. <무독성, 환경·자연친화적, 무해성, 인체·동물친화적>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보면 노골적으로 친환경 살충제, 친환경 손소독제 이런 문구를 써가면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죠. 벌레를 죽이는 살충제가 친환경이라는 건 성립이 안 되는 말이죠. 친환경 모기기피제. 모기는 자연에 속한 게 아닐까요? 생물을 죽이는 살생물제에 친환경이라니요.

출처: 기업담당자를 위한 제품 환경성 표시, 광고길라잡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출처: 기업담당자를 위한 제품 환경성 표시, 광고길라잡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 조태임 >친환경 가구 광고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도 그린워싱이 있나요?
 
◆ 선정수 > 네 가구를 만들 때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합니다. 특히 합판을 만들 때 나무 조각에 접착제를 섞어 굳히기 때문에 접착제 성분인 포름알데히드가 많이 검출됩니다. 원목 방부 처리할 때 사용하기도 하고요. KS규격에 따른 목재 재질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따라 E2, E1, E0, SE0으로 구분되는데요. KC인증 최소 안전 요구사항이 E1 등급입니다. 그런데 가구회사들이 E1등급 목재를 사용했다면서 '친환경 가구'라고 홍보했다가 제재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기준을 지키면서 이걸 갖고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면 안 된다는 거죠.
 
◇ 조태임 > 친환경가구 여부는 어떻게 구분합니까?
 
◆ 선정수 > 일단 목재는 E0 등급이나 SE0 등급을 사용해야 하고요. '환경표지'라고 부르는 친환경마크를 달았는지 확인해보면 됩니다. "친환경제품"이란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하여 환경성을 개선한 제품을 말하구요. 환경성은 "재료와 제품을 제조·소비·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 등을 배출하는 정도 및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정도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를 뜻합니다. 환경마크는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하여 생산·유통·사용·폐기 등 전 과정 각 단계에 걸쳐 환경오염을 적게 일으키거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하여 해당 인증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에 대하여 인증을 부여합니다. 친환경 마크가 있는 제품은 다른 제품보다 지구를 덜 망친다고 봐도 되는 거죠.

◇ 조태임 > 이런 그린워싱에 대해 정부가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정부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 선정수 >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환경성 관련 부당 표시·광고 4만4131건을 조사했는데요. 이 중 3만2477건이 자율시정, 시정권고 976건, 시정명령 79건이 있었습니다. 기술원은 "온라인 시장 내 유통 경로 및 제품들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단속하는 인력은 터무니 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저희가 취재하면서 굉장히 많이 발견한 사례인데요. 번듯한 회사에서 만든 제품입니다. 그리고 제조사 홈페이지에는 그린워싱이라고 볼 만한 문구나 광고 내용은 없는데요. 이게 온라인 쇼핑몰로 들어가면 꼭 한 마디 씩 더 붙는다는 말이죠. 친환경 살충제, 친환경 손소독제 뭐 이런식으로요.

환경부 블로그 캡쳐환경부 블로그 캡쳐
 
◇ 조태임 > 그렇다면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 하는 판매자들이 그린워싱을 악용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그런데 환경기술산업법은 제조업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환경성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인터넷 판매업자들이 잘 알아둬야할 부분입니다.
 
◇ 조태임 >아까 단속 실적 이야기하셨는데요. 사법조치로 이어진 것은 얼마나 됩니까

◆ 선정수 > 2015년 1건이 전부라고 합니다. 소비자를 기만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서 이익을 챙기는 행위에 대해서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인 징벌을 가해야 그린워싱이 근절되지 않을까 합니다.
 
◇ 조태임 >친환경 인증마크도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모두다 믿을 만 한 것 일까요?
 
◆ 선정수 > 아토피 관련 국제단체라고 주장하는 한 협회가 있는데요. 여기서 아토피 관련 인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체의 실체가 아리송합니다.

 세계협회라고 하는데 영문 홈페이지도 없고, 미국 본부 주소는 한인타운의 가정집으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협회에서 아토피 관련 인증을 내줍니다. 친환경 마크, 품질인증 마크, 우수기업 인증마크 이런 것들을 발급하고 있는데요. 심사에 일주일 밖에 걸리지 않고, 무슨 내용을 심사하는 지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사기성이 굉장히 짙어 보입니다.
 
◇ 조태임 > 그럼 우리가 '이 표시' 있으면 믿고 사도 된다. 대표적인 게 뭐가 있을까요?
 
◆ 선정수 > 친환경마크로 공신력 있는 것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환경부의 환경마크, 녹색건축인증, 친환경농산물인증마크, 저탄소농축산물인증마크 이런 것들은 정부에서 발급하는 인증입니다. 이런 마크가 보이면 친환경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가격과 품질의 제품이라면 이런 친환경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제공한국소비자원 제공

◇ 조태임 > 일각에선 소비를 멈추지 않는 한 환경 파괴를 멈출 수 없다는 말도 있어요
 
◆ 선정수 > 물론 맞는 말입니다. 우리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경제 구조 속에서 살아갑니다. 효율성 추구, 이윤 극대화 등의 구호가 상식처럼 되어버린 자본주의 경제 구조 아래선 삶을 유지하려면, 특히 도시 지역에서 살아가려면 상품을 소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인'으로 살지 않는 한 소비는 필수적이라는 뜻이지요. 아니, '자연인'들도 소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삶을 유지하면서도 지구 환경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고심하면서 나오게 된 것이 친환경 소비 생활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모든 제품이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도록 하는 것이 그린워싱을 감시 활동의 목표가 되겠죠.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물건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물건을 덜 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 조태임 > 요새 산업계의 최대 화두가 ESG 라고 하잖아요. 저도 사실 '친환경 제품이다' 그러면 비싸도 사고 했었는데요.  현명한 소비, 신중한 소비만으로도 친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발되는 '친환경에 속지말자' 다짐해봅니다. 지금까지 팩트체커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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