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칼은 찌르되 비틀지는 마라" 다시 보는 '수사10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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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소환은 곧 구속'을 의미했던 원샷원킬 검찰수사
여기저기 전방위로 진행되는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수사
성역없는 수사하되 정공법으로 칼을 찔러야
주변을 건드리거나 별건 수사는 정치보복 논란 자초
"칼은 눈이 없다. 잘못쓰면 자신도 다친다"

더불어민주당 제공·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제공·연합뉴스
20여년 전 검찰출입 기자 시절만 해도 중대 사건 피의자의 소환은 곧 구속을 의미했다.
 
기자로서 굳이 꼰대 시절 얘기를 끄집어낸 이유는 요즘의 검찰 수사방식이 낯설어서다.
 
당시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린 모 검사장은 '원샷원킬'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
 
검찰수사는 범죄정보 수집에서 증거 확보, 관련자 진술, 혐의 적용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마친 뒤 피의자를 소환해 곧바로 '골인'(구속)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권력형 비리와 대형 사건 수사에서 검찰의 이같은 수사방식은 거의 예외가 없었고, 따라서 기자들에게 피의자 소환은 구속, 즉 수사 마무리를 의미했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물론 사법환경이 지금은 많이 달라져 검찰의 이런 낭만적인(?) 수사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요즘 한 사건을 두고 검찰수사가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재기수사가 남발돼 검찰수사의 방향과 목표를 도무지 가늠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각종 비리와 의혹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북한어민 강제북송, 계엄령 문건 왜곡 등 언론에 알려진 것만도 수두룩하다.
 
여기에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태양광 비리는 이권 카르텔'이라고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예고된 상태다.

 
여기에, 지난 대선의 경쟁자였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대장동 개발비리와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이어 쌍방울 그룹과 연계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까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게다가,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전용 의혹에 아들의 도박과 성매매 의혹 수사도 진행중이다.
 
수사는 현재 중앙지검과 각 지검, 수원지검으로 흩어져 진행되고 있고 경찰까지 가세한 상태다.
 
민주당은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진행한 적폐청산 수사를 돌이켜보면 내로남불에 해당한다.


이전 정권에서 수사를 뭉갰던 흔적이 있고 추가로 증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를 마냥 외면할 수 없다.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이 이뤄졌다고 해도 이같은 의혹들을 계속 모른체한다면 지금 어떤 된통을 썼을지 상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질서있는' 수사가 필요하다. 적어도 대선 때 현직 대통령과 경쟁했던 상대당 후보를 겨냥한 수사라면 더욱 절도가 필요하다.
 
관련 블로그 캡처관련 블로그 캡처
특수통 검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심재륜 전 고검장은 지난 2009년 검찰동우회 소식지에 '수사10결'이라는 어록을 올려 후배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첫 번째 항목이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마라"는 것이다. 검사는 정공법으로 수사해야 하며 피의자 가족 등 주변을 건드리거나 범죄와 관련없는 내용으로 피의자를 압박하지 말라는 뜻이다.
 
다섯 번째 항목인 "수사의 곁가지를 치지 마라"와 통한다.
 
"피의자의 굴복 대신 승복을 받아내라"라는 말도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본가지와 곁가지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스프레이처럼 날아가고 있다.
 
관련자 소환이 일일이 공개되고 혐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망신주기"라는 정치적 공격의 도마에 검찰이 스스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이재명 대표 소환을 통보했다가 비서로부터 "전쟁"이라는 답장만 받고 거부됐다.
 
"해명할 기회를 주려던 것이었다"는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의 말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상식적으로 이제 이재명 대표의 소환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대표의 소환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감안하면 심재륜 전 고검장의 '수사10결'은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던진다.
 
문재인 정부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 복구)도 그만큼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원석 검찰총장. 류영주 기자이원석 검찰총장. 류영주 기자
최근 검찰을 떠난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은 퇴임사에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현재 정치적 상황에 비추어보면 조직의 존폐와 관련돼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사는 칼로 찌르는 무사와 같지만 절대로 찌른 칼을 비트는 자객같은 존재가 아니다.

'수사10결'의 마지막 항목은 "칼은 눈이 없다. 잘못쓰면 자신도 다친다"이다.

오퍼스픽쳐스 제공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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