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우리가 강력범인가…'부글부글' 끓는 소방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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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중앙긴급구조통제단 문서 허위 작성 의혹…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계속 수사
"중통단 운영은 진실…행정 실수 있었지만 할 일 다 해"
소방청 상황관리 기능 개편 통한 신속한 상황보고‧전파체계 확립 과제

지난 2021년 6월 19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을 찾기 위해 내부에 진입했던 구조대원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021년 6월 19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을 찾기 위해 내부에 진입했던 구조대원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월 7일 새벽. 경기 평택 냉동창 고 신축공사장 1층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밤새 이어진 진화작업에 오전 7시 10분 큰 불길이 잡혔지만 송탄소방서의 이형석, 박수동, 조우찬 등 5명의 소방관은 2층으로 올라갔다. 화재진압과 혹시 남아있을 인명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불이 다시 커지면서 30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공기호흡기를 멘 그들과의 연락은 끊겼다. 인화물질과 산소통, LPG통, 용접 장비 등의 폭발물질이 많아 화염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던 것이다. 또 한 해를 그저 무탈하게 보내길 소망했던 3명의 소방관은 순직했다.


#2021년 6월 17일 새벽에는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물류센터가 화염에 휩싸였다. 화마와 싸운지 6시간 만에 불길이 잡혔다. 광주소방서 김동식 소방관은 화염이 누그러진 틈을 타 동료 4명과 함께 인명검색을 위해 지하 2층에 진입했다. 그러나 갑자기 불길이 다시 번졌고 그는 강력한 화염 속에 홀로 고립됐다. 국민적 염원에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는 사흘만에 숨진채 발견됐다. 동료들에 따르면 그는 늘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 뒤따라 오라'하고 탈출 때는 '너희 먼저 나가라' 하는 대장이었다.

화재와 홍수 등 재난 현장에서 불을 끄거나 인명을 구조하는 소방관들. 그들의 최종 임무는 그들 역시 살아돌아오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줬지만 돌아오지 못한 그들은 영웅으로 불린다.

소방관들이 존중을 받는 것은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타인의 안전을 지켜내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59명이 숨진 10.29 핼러윈 참사에서 소방당국 역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핼러윈 참사를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지난 13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경찰과 지자체,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여러 관계자의 과실로 핼러윈 참사가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고 전 군중이 밀집한 상황에서 구조 신고 등을 접수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고 후에는 각 기관이 법령·매뉴얼에 따른 인명구조·현장 통제 등을 해야 함에도 부정확한 상황판단과 상황전파 지연, 유관기관 협조 부실로 인한 구호 조치 지연 등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돼 다수의 인명피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최성범 서울용산소방서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오전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최성범 서울용산소방서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오전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 분야에서는 참사 당일 구조 지휘 책임을 맡은 최성범(53) 용산소방서장과 이모 현장지휘팀장이 업무상과실치사상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참사 직전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에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이후에는 소방 대응 2.3단계 발령을 할 수 있었는데도 지연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경찰 특수본은 의혹이 제기된 중앙긴급구조통제단(중앙통제단)과 관련한 소방청 문건 허위 작성 의혹에 대해서는 특별히 추가로 밝혀낸 것도 없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중앙통제단은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 긴급구조 등을 위해 소방당국이 꾸리는 임시 조직으로 인근 시·도 인력을 동원하는 등 응급의료 자원을 총괄·지휘·조정·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특수본은 이 중앙통제단이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는데도 사고 직후부터 가동된 것처럼 문서가 허위로 꾸며졌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해왔다.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11월 1일 오전 세종시청에 마련된 핼러윈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11월 1일 오전 세종시청에 마련된 핼러윈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또 중앙통제단장을 맡은 남화영(58) 소방청장 직무대리(소방청 차장)에게 허위공문서작성 교사 혐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당시 상황이 위급해 문서의 날짜 등에 행정적 실수가 있었을 뿐 중앙통제단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소방청이 국회에 제출한 '중앙긴급구조통제단 운영계획' 문건의 기안 날짜가 10월 29일로 기재돼 있는데 소방청 내부 문서관리 시스템에 기록된 실제 기안·결재 시각은 참사 이튿날인 10월 30일 오후 3시 28~35분인 것이 논란이다.

소방청은 사고 당일 오전 괴산 지진으로 꾸린 중앙통제단에 봉화 갱도 사고와 핼러윈 참사 수습 목적을 추가해 계속 운영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행정적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다.

기존 중앙통제단 운영계획 문건에 핼러윈 참사 이튿날 관련 내용을 더하면서 기안 날짜를 미처 수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건이 뒤늦게 생산된 이유는 결재자가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지휘하다가 이튿날 세종시에 있는 소방청으로 돌아가 결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사고 직후 24시간 가동되는 119상황실을 중심으로 조치하다가 세종시에서 서울로 현장상황관리관을 급파했다. 중앙통제단과 핫라인을 구축하는 과정 시간이 소요됐을 수는 있어도 구급활동은 제때 이뤄졌다"고 말했다.

핼러윈 참사 현장에 급파된 119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핼러윈 참사 현장에 급파된 119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혹과 논란이 종결되지 못하고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소식에 소방청 내부는 며칠째 어수선한 가운데 부글부글 끓고 있다.

죄가 있으면 벌을 받는 것이지만 70일 넘는 수사와 국정조사에서도 추가로 드러난 게 없고 중앙통제단을 운영한 것이 진실인데 '무혐의 종결' 처분이 내려지지 않아 지휘부와 조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강력범죄수사단이 수사한다니 소방청이 강력범인가"서부터 "행정조치의 미흡한 부분이 있어 갑론을박이 있었고 경찰이 결국 혐의를 못찾아 송치를 못한 것"이라는 등 검찰 송치도 아니고 무혐의 종결도 없는 결론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내부 감찰로 조치하면 될 사안으로 보이는데 경찰이 질질 끈다"는 불만과 "경찰의 입장이 있겠지만 너무 답답하고 아쉽다"는 토로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진실을 믿고 묵묵히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지난해 11월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핼러윈 참사를 겪은 소방당국의 가장 큰 과제는 상황관리 기능 개편을 통한 신속한 상황보고‧전파체계 확립이다.  또 다수사상자 재난 대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119현장응급의료 체계 개편과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지휘체계 확립도 시급하다.

경찰은 조속히 중앙통제단 의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큰 문제가 없었다면 그에 맞는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

행안부 장관과 서울시장, 경찰청장 등에는 면죄부를 줘 '꼬리자르기식'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은 경찰이 어정쩡하게 만만한(?) 소방당국의 바짓가랑이만 잡고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소방청은 참사를 계기로 드러난 빈구멍을 메우기 위해 더 노력해야 된다.  벌받을 만한 잘못이 없다면 조직과 업무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비극적인 참사도,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뻘건 불속이든 깊은 물속이든 뛰어드는 소방관들에 대한 국민들의 존중과 응원이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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