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의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금리인상기와 맞물려 막대한 이자수익을 누린 은행권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일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은행이 민간, 영리추구 기업으로서 가지는 기본적인 특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부여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을 겪는 실물 자금 지원 기능이 은행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 충당 여력을 충분히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의 발언은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올해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의 경우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순이자마진 구조 상 10조 원 이상 영업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익을) 오롯이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게 과연 은행의 독과점 구조나 여러 기능들을 고려할 때 적절한 것인지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 상생과 연대의 정신으로 과실을 나눌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3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이 원장은 이에 더해 "작년 캐피탈사의 경우 채권 발행 시장이 어려울 때 채안펀드를 통해 시장을 받쳐준 측면이 있고, 증권사의 자금 유동성 긴축 상황과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이 한 역할이 있다. 또 다른 금융사가 도와준 부분도 있다"며 "이를 금융회사 임원들의 공로로만 돌리기에는 그런 구조적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급 문제가 은행에만 국한된 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같은 날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도 은행 경영진 성과 보수 체계의 적정성을 점검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뿐만 아니라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을 위해 이사회 구성과 경영진 감시 기능 작동 여부 등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는 한편,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권과 협의를 거쳐 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금감원은 특히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회장 선임 절차 등이 글로벌 기준에 비춰 미흡한 측면이 있는 만큼, 승계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경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 새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된 데 대해선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새로운 회장 후보가 보다 건강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를 만들어 나가 우리금융지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금감원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