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학습, 추론, 지각 등의 능력으로 특정 사물이나 사건을 판단하고 분석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능력을 인공적인 시스템으로 구현하려는 컴퓨터과학의 한 분야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입니다.
인공지능은 1950년대 처음 세상에 나온 후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부침을 겪어 왔으나 2000년대 이르러 딥러닝 기술의 개발과 방대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반도체 등 하드웨어 발전 등에 힘입어 양질의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게 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6년 3월에 열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AI의 미풍'이라면 2022년말 오픈AI가 출시한 대화형 '챗GPT' 등장은 바야흐로 '광풍'입니다. AI는 이미 빠르게 우리의 삶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GPT스토어 오픈으로 AI 시장 활성화…규모 수천조원
AI는 단순 IT 기업 뿐만 아니라 뷰티와 물류, 건설 등 산업 전 분야에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AI관련 생태계와 산업 규모가 급속하게 팽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엔마켓은 세계 AI시장 규모가 2023년 1502억달러에서 연평균 36.2%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30년에 1조 3452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는 연평균성장률 42.1%를 기록하며 가장 가파른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있고, 소매·전자상거래 운수·물류 제조 등이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다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2030년 글로벌 AI 시장의 규모가 약 18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전략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30년 AI시장이 약 13조 달러의 글로벌 GDP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오픈AI가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공개한 'GPT스토어'로 AI의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생성형 AI의 대중화'는 불과 몇년 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생성형AI는 AI 챗봇, 아트 생성기 등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면서 모바일, 광고 등 분야에 널리 쓰이는 임베디드 기능을 활성화하고, 디지털 혁신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미국 IT분야 리서치 및 컨설팅 업체인 가트너는 '2024년 전략적 기술 트렌드 Top10' 가운데 하나로 '생성형 AI의 대중화'를 선정했으며, 2023년 5% 미만에 불과한 기업의 생성형 AI 활용도가 2026년에는 8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생성형AI 시장의 규모가 2032년에는 1조 304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AI 시스템 학습에 필요한 인프라와 AI 기기, 광고 등의 수요 등으로 10년 간 매년 42% 확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국내 AI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AI시장 규모가 연평균 14.9%씩 성장해 2027년 4조 463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국내 AI 산업현황에 따르면 2023년 국내 AI 산업 인력 규모도 5만 1425명으로 전년 대비 20.9%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I 관련 기업수도 2021년 1365개에서 2023년 2354개로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AI분야 총 매출은 5조 2천억원을 달성하며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42%를 기록했습니다.
통신, ICT, 전자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기술 서비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SKT 'A.(에이닷)', KT '믿음', LG '엑사원', 네이버 '서치GPT', 카카오 '코GPT' 등이 대표적입니다.
SKT가 지난해 9월에 정식 서비스를 론칭한 AI 개인비서 '에이닷(A.)'은 아이폰 통화 녹음 및 요약 기능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가입자가 340만명을 넘었습니다.
SKT는 AI 사업의 글로벌 확장에 있어서도 AI 데이터센터, AI반도체, telco 특화 LLM 사업, 엑스칼리버(X Caliber) AI 솔루션 등의 영역에서 연내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KT는 지난해 10월 초거대 AI '믿음'을 출시하고 AI 기업 간 거래(B2B), 제조, 금융, 교육등의 시장을 공략 중입니다. 자체 AI가 없는 기업에 맞춤형 거대언어모델(LLM)을 제공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엮어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역량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AI 동맹도 확장 중입니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에 300억원,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모레에 15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콴다에도 100억원씩을 투자했습니다.
LG는 초거대 AI 엑사원의 2.0을 지난해 공개이후 목적에 맞춰 이미지 생성 AI '아뜰리에', 전문 문헌을 학습한 '디스커버리', 언어 모델 기반의 '유니버스' 등 3가지 버전으로 서비스를 구체화했습니다.
이후 LG는 '엑사원 2.0'을 기반으로 전문화된 AI를 각 주요 계열사의 업무에 접목시켜 디지털 전환(DX)과 AI를 통한 업무 일상화를 계획하고 있고 엑사원 유니버스는 계열사 내에서 화학, 바이오, 제약 등 특정 분야로 세분화돼 제공될 예정입니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지난해 정식 출시했습니다.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에 최적화된 거대언어모델로 한국어 데이터를 챗GPT보다 6500배 더 학습한 결과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이 가능하고 한국의 법과 제도, 문화적 맥락에 따른 소통이 가능합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바탕으로 검색서비스인 '큐', 대화형 인공지능 '클로바X' 등을 순차 출시하면서 핵심사업인 검색과 광고, 커머스사업에 접목해 각 사업성과를 극대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공개 예정이였던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 '코(Ko)GPT 2.0'은 개발을 완료했고 어떤 서비스 형태로 선보일지 검토 중입니다.
AI 접목 서비스 형태는 카카오톡 내 이용자 성향에 맞춘 오픈채팅 추천, 주문·예약·결제 등 거래형 서비스와 AI 연계 등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기업들이 AI 기술 산업에 진출하는 가운데 정부 지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4년도 예산안에서 국가전략기술 예산이 2023년도 대비 3천억여원 증액된 5조원 규모로 확정됐습니다.
7대 핵심 분야 중 인공지능은 경쟁력 강화 및 융합·원천기술 확보 지원을 위해 지난해 7051억원에서 올해 7772억원으로 예산이 늘었습니다. 차세대 생성형AI 기술 개발(40억원), 복합 지능 자율행동체 소프트웨어(SW) 핵심 기술 개발(30억원)이 신규 사업입니다.
6326억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분야는 국제협력 확대 및 첨단패키징,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등에 중점을 둡니다. 신규사업으로 반도체 첨단 패키징 핵심 기술 개발(64억원), AI 반도체 첨단 이종 집적 기술 개발(83억원) 등이 추진됩니다.
AI 특허 경쟁…국내 AI기술융합 '헬스케어' 활발
세계 주요 국가들은 AI기술을 사회와 경제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하는 기폭제로 인식하고 있고 AI를 국가안보와 기술패권 기술로 판단해 정부차원의 AI산업 정책을 강화하고 투자와 인력양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AI경쟁에서 선두는 미국입니다. 미국의 AI 연구개발과 투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첨단산업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합니다.
국가별 AI 산업 수준을 분석한 토터스 인텔리전스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AI업계를 이끌고 있는 국가는 미국(100점, 1위)과 중국(61.5점, 2위) 이며, 한국은 62개 국가 중 6위(40.3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평가의 세부 항목은 인재, 인프라, 운영환경, 연구수준, 특허(개발), 정책(정부 전략), 민간투자 등 7개 부문으로, 우리나라는 특허와 정책 부문에서 각각 3위, 6위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운영환경(11위), 연구수준(12위), 인재 부문(12위), 민간투자(18위)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AI 특허는 미국과 중국이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2017년 기점으로 미국보다 많이 출원하고 있습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중국 소속 기업과 학교 등 기관이 2022년 AI 관련 특허를 2만 9853건 출원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전년 대비 5.5% 감소한 1만 6805건을 출원했습니다.
AI 특허 출원 건수가 줄어드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중국은 2019년에만 주춤했을 뿐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7899건으로 일본 8870건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후로 감소세이지만 꾸준히 연간 7천건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 5개국 특허청간 협의체인 IP5 국가별 AI 특허출원(2017~2021년 누적 집계) 1위 기업은 한국은 삼성전자, 미국은 IBM, 중국은 베이징바이두네트콤과학기술회사, 일본은 후지쯔, 유럽은 구글로 나타났습니다.
미국내 출원량 10위까지 기업은 IBM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인텔, 어도비, 아마존 등으로 대부분 미국기업이지만 삼성전자, LG전자가 외국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AI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어 디지털 융합 특허 출원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융합 기술 분야 특허 출원은 2012년에 95건이었지만 2016년 기점으로 급증하면서 2021년에는 2103건이 출원됐습니다.
AI융합 기술 분야 중 디지털헬스케어 분야가 활발합니다. 2012년부터 2022년 6월까지 AI와 디지털헬스케어 융합 특허출원은 총 3166건입니다. 2012년 15건에 불과했지만 2021년 944건을 출원해 약 60배 증가했습니다. 2017년 처음으로 100건을 넘은 이후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기술융합 분야 특허 출원도 활발했습니다. AI와 빅데이터 융합특허는 2466건(2012년~2022년 6월)입니다. 사물인터넷은 1440건입니다. 같은 기간 AI와 자율주행 융합특허는 1125건, 지능형로봇은 512건입니다.
국내에서 AI 특허출원은 중소기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년간 누적 출원량을 기업유형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1만1248건을 출원해 전체의 36.05%, 대학과 공공연 29.53%(9213건), 대기업 12.22%(4157건) 순이었습니다.
AI로 발생하는 일자리 영향…선진국일수록 높아져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지금 세계는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성장을 촉진하고 전 세계적으로 소득을 높여줄 수 있는 기술 혁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AI와 생성형 AI는 일자리를 대체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MF는 보고서에서 AI가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선진국과 일부 신흥 시장에서는 약 60%, 저소득 국가는 26%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자동화는 일상적인 작업에 영향을 미쳐왔지만 AI의 차별화된 특징 중 하나는 고급 기술 직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신흥 시장 및 개발도상국에 비해 선진 경제권이 더 치명적인 AI발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동시에 AI의 혜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에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생성형 AI로 인해 2025년까지 85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지만, 동시에 빅데이터, 보안 등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컴퓨터 관련 일자리의 최대 29%, 의료 종사자 및 의료 기술 업무의 28%가 AI로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 외에 자동화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영역은 행정, 법률 관련 업무입니다.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분야는 건설(6%)과 유지보수(4%)와 같은 육체 노동 분야라고 보고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업계에서는 생성형 AI 투자를 확대하면서 비용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분야의 인력을 감축하고 있습니다.
기술 산업의 감원현황을 분석하는 레이오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현재까지(2월 21일 기준) 미국 기술 기업 159곳에서 4만 1793명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레이오프스는 올해 초 일어나고 있는 빅테크 기업의 해고는 2022년과 2023년 이뤄진 대규모 해고와 달리 AI로 산업 재배치에 따라 이뤄지는 일반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술 기업들의 해고는 지난 2년 간 총 43만명에 달했습니다.
구글이 올해 1월 초 효율성을 높이고 가장 중요한 사업 우선순위에 집중하기 위해 수백개의 일자리를 감축했습니다. 아마존도 1월에 비디오 스트리밍 및 스튜디오 부서에서 수백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트위치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과 오더블 오디오북 부서에서도 인력을 감축했습니다.
독일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은 지난 1월 23일 주요 전략적 성장분야인 비즈니스 AI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약 8천개의 직책을 구조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미국 온라인 중고차 마켓 브이룸은 자동차 금융과 AI 서비스에 집중하고 전자상거래와 중고차딜러 사업을 폐쇄할 계획으로 약 800명의 일자리를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온라인 언어학습업체 듀오링고는 언어학습 앱이 AI를 사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등 사내 프로젝트가 종료되면서 계약직 10%를 감축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직장인들도 생성형 AI가 업무에 효율적이라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 667명을 대상으로 AI가 일자리 감소에 미치는 영향 여부를 물어본 결과 매우 높다고 답한 직장인은 13.8%, 대체로 높다 48.6%, 대체로 적다 29.7%, 거의 없다 7.9%로 62.4%가 일자리 감소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한 적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전체의 46.3%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사용 경험자들 중 매우 만족하거나 대체로 만족하는 경우는 각각 18.8%, 71.2%였습니다. 그만큼 생성형 AI가 업무적으로 효율적이란 방증입니다.
AI의 악용 속도는 빨라지는데 규제는 못 따라가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을 의미합니다. 딥페이크가 각종 범죄에 악용되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펜타곤 화재 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성소수자에게 폭언하는 영상·투표 불참 독려 음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체포되는 사진 등 AI기술을 이용해 딥페이크 영상이나 이미지가 진짜인 것처럼 유포돼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 사진을 합성한 음란 이미지가 소셜미디어에 유포돼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습니다.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필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 여러 명이 AI를 활용해 교내 여학생들의 딥페이크 나체 사진을 만들어 유출하다가 발각돼 경찰 당국이 수사에 착수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AI 기술이 누구나 활용하기 쉽게 보편화되면서 부작용으로 특정 인물의 얼굴을 기존 사진이나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반 음란물 피해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딥페이크 기술로 인한 피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을 음란한 이미지나 영상물과 합성해 유포하는 '성적 허위 영상물'에 대한 시정 요구가 2년 사이 3배 이상 늘었습니다.
딥페이크 성적 허위영상물에 대한 차단·삭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처리 건수는 2020년 473건에서 2023년 11월까지 5996건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투표 불참 독려 가짜 음성 사건은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를 경선에서 악용한 첫 사례이면서 AI의 선거 개입이 현실화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의 부상이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AI가 세계 경제와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정치인의 발언을 일부만 편집해 취지를 왜곡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딥페이크는 AI를 악용해 아예 한 적이 없는 발언을 진짜처럼 조작해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폐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처럼 딥페이크 악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해외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8일 AI로 생성한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작년 7월 정부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 AI 등 주요 AI 기업 7곳이 딥페이크 워터마크 사용을 공식화했으며 의회 차원의 법안 제정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내는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일 90일 전부터 유권자를 겨냥해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 운동을 원천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40여일 뒤 치러지는 4·10 총선부터 적용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월 29일부터 지난 16일까지 19일간 유권자를 상대로 딥페이크를 이용한 선거 운동 행위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게시물은 129건에 달했습니다.
아울러 딥페이크 관련 대응을 위한 법안들은 다수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5월29일)가 3개월여 남은 현재까지도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입니다.
딥페이크 관련 대응 법안으로는 딥페이크 워터마크 의무화, 타인의 의사에 반한 딥페이크 유통 금지 및 처벌 규정 마련 등을 담은 규제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AI가 만들어낸 딥페이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규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 마련과 함께 AI 기반 딥페이크 식별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AI기술은 인간을 돕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차원에서 고안됐습니다. AI기술이 발전을 거듭할 수록 좁은(약한)AI에서 강한AI, 슈퍼AI로 진입하게 됩니다.
그럼 아마도 영화 '아이언맨', '아이로봇'에 나오는 자비스나 인공지능 로봇도 나올 겁니다. 하지만 AI 기술 발전에 따른 안전성 검토와 엄격한 규제, 윤리적 고려가 없다면 극단적이지만 '울트론', '스카이넷'이 될 수도 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