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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역사 '전라도' 행정 명칭…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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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현종 때 5도·양계 정책, '전라' 사용
전라북도→전북특별자치도 명칭 변경
전남특별자치도법 발의…나주의 '라'는?
역사학자 "집착 안되지만 확대·결속 필요"
"각자 따로 가는 것…바람직하지 않아"

고려 현종(1012년) 5도 양계 정책의 행정구역. 천년이 넘도록 전라도와 경상도가 사용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캡처고려 현종(1012년) 5도 양계 정책의 행정구역. 천년이 넘도록 전라도와 경상도가 사용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캡처
천 년 역사를 가진 '전라도'라는 행정 명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며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변경됐고, 전라남도 또한 전북과 강원에 이어 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 등 17명이 지난 6월 발의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전남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 따르면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전라남도'의 명칭은 '전남특별자치도'로 변경된다.

전라(全羅)라는 명칭은 고려 현종, 1018년 5도 양계 정책에 의해 현재의 전북과 충남 지역인 '강남도'와 전남 지역인 '해양도'가 '전라주도'로 합쳐졌다. 전라(全羅)도는 전주(全州)와 나주(羅州)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명칭이다.

'전라'는 약 1천 년 동안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행정 명칭으로 쓰이고 있다.

'전라'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은 첫 번째 사례는 전라북도가 올해 초 특별자치도를 출범하며, 공식 명칭을 전북특별자치도로 하면서부터다. 전북도는 나주를 뜻한 '라'자를 사용하지 않았다. 광주·전남과 다른 독자적 권역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만약 전남특별자치도가 출범하고 전라남도의 공식 명칭이 '전남특별자치도'로 변경되면 '전라'는 이제 행정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전남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 일부 캡처'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전남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 일부 캡처
한편, '전남특별자치도' 명칭을 두고 전남 지역에선 전남 나주를 뜻하는 '라'자가 사라져 지역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북 전주의 '전'만이 전남의 행정 명칭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처럼 '전라남부특별자치도'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고 '전라특별자치도'를 사용하면, 전라도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역사학자는 명칭의 변경으로 인해 지역민의 사고가 확대가 아닌 소지역주의로 협소해질 것을 우려했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조법종 교수는 "2018년 10월 18일 전라도 천 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했으나, 전라도라는 이름이 천 년을 기점으로 사라지는 꼴이 돼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라도라는 지명에 굳이 집착할 것은 아니지만 좀 더 확대하고 결속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울경, 대구·경북과는 달리 전라도권은 각자 따로 가는 것 같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의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은 공동체나 개인이 지향해야 할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의 변화는 지극히 협소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전라도라는 지역 공동체를 계승하지 못하고 누락하거나 간과한 것 같다"며 "(전북자치도 출범에) 일부 관여했기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끝으로 조 교수는 "전남의 딜레마는 커질 것"이라며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명칭에 대한) 문제 제기가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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