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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선후보 TV토론, 왜 유권자의 관심에서 멀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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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토론이 점점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5월 18일과 5월 23일 두 차례 치러졌고, 5월 27일 3차 정치분야 토론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1차 경제분야 토론에서는 지상파TV와 종편TV의 총시청률이 19.6%였지만, 2차 사회분야 토론에서는 18.4%로 하락했습니다. 역대 대통령선거 TV토론 시청률이 20%대 미만으로 떨어진 건 21대 대선이 유일합니다.

법정 TV토론이 처음으로 의무화된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는 TV토론 시청률이 55.7%를 기록하면서, 역대  TV토론 시청률 중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2002년 16대 대선 TV토론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공방,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장인 부역 논란이 뜨거운 쟁점이었고, 1차 대선 TV토론의 시청률은 33.8%였습니다.

2007년 17대 대선 TV토론은 본선보다는 예선인 한나라당 대선 경선 토론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1차 대선 TV토론 시청률은 24%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TV토론에 6명의 후보가 출연하면서 집중도도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1차 TV토론에서 34.9%의 높은 시청률을 회복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 1차 토론에서는 다시 22.1%로 큰폭 하락했습니다. 2022년 20대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불렸지만, 지상파TV 3사의 대선후보 TV토론 시청률은 39%로 역대 두번째로 높은 대선토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대선후보 TV토론이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대선 후보 TV토론이 제도화 된 건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부터였습니다. 그 이전의 대통령선거는 '백만인파'로 상징되는 광장의 정치였습니다. 어느 후보가 얼마나 많은 청중을 동원했느냐 하는 세몰이가 관심사였습니다. 그렇지만 청중동원은 고비용의 선거운동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TV토론이었습니다.

1997년 첫 TV토론의 진행자로 낙점됐던 정범구 박사는 "1997년에 최초로 TV 토론이 도입될 때는 선거 비용을 줄이자는 게 제일 컸다. 그전까지는 여의도에 100만 200만씩 동원했다"고 회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정책 토론'을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정범구 박사는 "광장에서 청중을 상대로 선동을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후보들간 정책적 차별성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었다"고 평가 했습니다.

그렇지만 시대와 환경이 변했습니다. 지상파TV 3개 방송사가 주도하던 TV토론은 종편TV와 보도PP, 시사와 정치를 전문으로 다루는 온갖 유튜브 채널들이 넘쳐나면서 몇 번의 TV토론으로 정책성 차별성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1대 대선 후보 토론 1차 토론은 경제분야 토론이었지만, 후보들간 정책 대결이 부각되기 보다는 '커피원가 120원'이라는 상징적 단어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원래 발언의 맥락은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유명 계곡 불법 영업 상인을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해서 성공한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것이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자영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묘사했다'고 역공을 취한 겁니다. 그 말이 나오게 된 과정이나 맥락은 도외시하고 '커피원가 120원'이 현실적이냐? 경제를 제대로 아느냐?는 문제로 공격하기에 이른 겁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사진기자단 
유권자들도 맥락이나 본질보다는 이런 자극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정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겁니다.

서울시내에서 30여년간 커피전문점을 해온 한 유권자는 "처음 '커피원가 120원'이라는 그 말에 나도 소상공인이고 커피를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욱했다"면서, "그런데 말에는 맥락이 있다. 성숙한 민주시민이라면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 발언의 맥락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 발언이 나오게 됐는지, 사실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게 시민 의식 아니겠나?'라고 했습니다. 유권자가 현명해야 후보자들이 바뀌게 된다는 얘깁니다.

TV토론이 처음 도입되던 취지대로 올바른 정책토론이 이뤄지기 보다는 상대후보를 깎아 내리는데 집중되는 모양새로 나타나는건 처음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범구 박사는 대선 후보 TV토론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건 "TV 토론 설계 자체가 너무 공정성에 얽매이다 보니까 자유롭게 토론 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시간 지켜야 되고, 서로 공정하게 시간 배분해야 되는 상황에서 후보 간에 직접 깊은 토론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TV 토론이 끝난 다음에 시청자 조사를 하면 어떤 후보가 어떤 색깔의 넥타이를 맸는지 기억을 하지만,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특별하게 기억이 잘 안 나는 이치와 같다는 겁니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난 뒤 한국정치학회나 중앙선관위 등의 전문가 연구를 종합하면,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의 반박과 재반박, 재질문의 기회 가 제한되었던 것이 후보자들 간의 열띤 토론을 제한하였으며, 또한 유권자들 에게 후보자들을 평가할 기회를 제한하였다고 분석합니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도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진행 시 후보자들이 주제에 서 벗어나는 질문과 발언을 하며 네거티브 공방을 펼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면 실질적인 정책 중심 토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후보간 양자토론을 활성화하거나 전문가가 질의하고 후보자가 답하게 하는 방식을 추가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도  대선 토론 횟수와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중앙선관위가 토론 3회, 회당 개최 시간은 120분 이내로 정했지만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후보자에게 충분한 발언시간을 줘야하고, 후보자의 정책능력을 검증할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지도록 기존의 포멧을 과감하게 바꿔야 합니다.

지금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주제를 다루려고 하다가는 상대 후보자에 대한 인신 공격이 난무할 것이고, 깊이 있는 정책보다는 이미지만 부각되는 내용없는 토론이 계속될 우려가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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