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제공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를 하며 공백상태였던 정상외교의 재가동을 알렸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시작으로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두 번째 정상통화를 마쳤다.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통화도 곧 이뤄질 전망인데 통화 순서를 토대로 새 정부의 외교노선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李대통령, 트럼프 이어 이시바와 통화 "성숙한 한일관계"
이 대통령은 9일 정오부터 약 25분간 이시바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한일관계를 논의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이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자는 제안도 주고받았다. 다음 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지난 6일 오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처음으로 통화했다. 약 20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양국 대통령은 한미 관세문제를 조속히 합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유세 도중 암살 위협을 당했던 경험이나 골프 라운딩에 관한 얘기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노선 반영된 통화순서…尹은 '美-日-英' 文은 '美-中-日'
연합뉴스정부는 정상통화에 대해 '일정이 조율되는 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신임 대통령의 통화 순서는 정부의 외교의 방향성과 우선순위 설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상징성을 갖기도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첫 날인 2022년 3월 10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을 시작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순서로 전화통화를 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는 당선 보름 뒤인 25일에 비교적 늦게 이뤄졌다.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영국, 호주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과 통화를 빠르게 진행한 것은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혈맹외교'을 최우선하는 윤 전 대통령의 외교지향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마찬가지로 취임 첫날인 2017년 5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다음날인 11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를 가진 이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통화를 했다.
미중갈등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토대로 박근혜 정부 때 급속하게 냉각된 중국과의 관계모색을 꾀했던 외교기조가 반영된 결과다.
'미-일-중' 순서 따라간 李…한미일 협력 토대 '실용외교'
일본 이시바 총리. 연합뉴스대통령실이 조만간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를 추진한다고 밝힘에 따라 이 대통령의 정상통화는 '미국-일본-중국' 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의 '전통적인' 통화순서를 가져간 것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겠다고 밝힌 이 대통령의 외교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일각에서 친중 우려가 제기되고 미국 또한 이 대통령의 취임 메시지에 이례적으로 중국을 언급하며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구태여 변수를 만들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앞으로도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더해 나가자고 했다"며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관계개선을 시사했던 러시아와의 통화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바 없다. 대신 2022년 3월 29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