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3대 특검법'(내란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채해병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이 상정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사상 초유의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가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특검 인력 구성부터 수사범위, 수사성과 등 크게 '3가지'에 성패가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대 특검법은 전날 정부에 이송돼 이르면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이 경우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은 11일 이내에, 채상병 특검은 12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오는 주말 안에 각 특검 후보군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정농단 특검의 경우 국회 통과 후 13일 만에 박영수 특검이 임명됐다. 특검 임명부터 수사 준비를 거치면, 이르면 이달 말에서 내달 초 특검 수사가 막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①'인사'가 만사…특검 임명부터 난항 극복해야
다만 첫 단추인 특검 임명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특검 후보의 자격 요건으로는 15년 이상의 법조계 경력을 가져야 하고 정당 가입 이력이 없어야 한다. 겸직이 허가되지 않는다는 조건도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인물이 많지 않은 데다가, 특검 수사가 끝나더라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 수년 간 겸직을 못한 채 공소 유지를 해야 하는 점도 역량 있는 인물들이 특검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보수를 비롯해 현실적인 이유들로 특검 자리를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의 보수가 고등검찰청 검사장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잘 나가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적은 임금일 것"이라며 "공소유지까지 하면 몇년을 투자해야 하는데, 보수 때문에 안 하려고 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특검에서 수사관을 지낸 변호사도 "박영수 특검 당시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도 했고 '특검 무용론'이 나오기도 하는 등 특검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며 "특검의 도덕성이 신경 쓰일 수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검 뿐만 아니라 특검보를 비롯해 3개 특검의 전체 수사 인력은 600명에 육박하는 만큼 조직 구성도 중요하다. 3개 특검에 파견될 검사 인력만 최대 120명(내란 60명, 김건희 40명, 채상병 20명)으로, 전국 평검사(1200여명)의 10%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능한 수사 인력의 확보가 특검 성패를 가를 선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②'수사 범위' 선정도 관건…'선택과 집중' 필요
'수사 범위' 선정도 관건이다. 현재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총 35개에 달한다.
내란 특검은 △12·3 비상계엄 선포 △국회 통제 및 봉쇄 △국회 표결 방해 시도 행위 등 총 11개, 김건희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등 금품 수수 의혹 △명태균 관련 의혹 △건진법사 관련 의혹 등 총 16개다.
채상병 특검의 경우 △채상병 사망 사건 △채상병 사건 관련 은폐, 무마, 회유, 사건 조작 등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 △공수처 수사 외압 의혹 등 총 8개다. 여기에 3대 특검 모두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까지 수사할 수 있어 사실상 수사 범위에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의혹 규명에 전방위로 나설 수 있지만, 자칫 수사 대상과 범위가 광범위하게 늘어날 경우 오히려 수사에 애로가 생길 수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말 비리 규명이 필요한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해야 하고, '정치 보복'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그럴 경우 이전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다른 변호사도 "특검 법안이 상당히 포괄적으로 (수사 대상을) 규정한 듯한 느낌이 든다"며 "메머드급 특검이긴 하지만, 그런 문제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③'수사 성과'도 주목…'尹부부 의혹 규명' 관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수사 성과'다. 특검의 존재 이유이자 최종 종착점은 결국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내란·김건희 여사·채상병 사건에 대해 경찰, 검찰, 공수처 등 각 수사기관이 상당 부분 수사를 진척시켜온 만큼, 3개 특검이 특검만의 수사 역량을 발휘해 결정적인 증거 등을 확보하는지 여부가 특검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역대 특검을 보면 앞서 수사가 꽤 진행됐었더라도 또 새로운 증거들을 많이 발견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용호 게이트 특검의 경우, 해당 게이트에 연루된 새로운 인물들을 특검이 상당히 많이 밝혀냈다"고 밝혔다.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 당시, 정·관계 인사의 비호를 받으며 주가 조작과 시세차익 범죄를 저지른 의혹에 휩싸인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 수사 과정에서 검찰총장 동생 등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특검에 그 많은 예산과 인력을 동원하는 만큼, 기존 수사기관들이 했던 것보다는 더 수사 성과가 나와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억지로 만들어 내려고 무리를 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무작정 수사기간을 연장하기 보다, 주어진 기간 내에 빠르고 깔끔하게 수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특검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국민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특검 이후 민생에 집중할 수 있게 특검은 정해진 기간(내란·김건희 90일, 채상병 60일) 안에 연장 없이 승부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상 최초로 3개의 특검이 동시 가동되면서, 앞다퉈 수사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3대 특검의 공통 분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인 만큼, 소환이 경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