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미 양국이 관세협상 합의에 따른 3500억달러(약 510조원) 규모의 대미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함께 3500억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 운용에 대한 세부내용 합의를 토대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7월 큰 틀의 관세협상 합의 후 약 3개월 반 만에 대미 관세협상이 일단락됐다.
천문학적 투자…그래도 '상업적 합리성' 살렸다
대미 협상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대미 투자 패키지는 앞서 정부가 밝힌대로 3500억달러 규모로 추진된다. 2천억달러 규모의 직접투자와,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조선협력 직·간접 투자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2천억달러 투자는 미국 대통령이 미국 상무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선정하되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협의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을 미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상업적 합리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산업부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판단했을 때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투자를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사업 선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할 예정이다. 투자 분야는 조선과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이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은 미국의 투자처 선정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최소 45영업일이 경과한 날 납입한다.
우리가 미국의 투자금 납입 요청을 이행하지 못하면, 미국은 우리가 미납한 투자금액을 채울 때까지 우리가 받을 이자를 대신 받고 관세가 인상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MOU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게 중요하고, 앞으로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며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할 때 저희 이익에 맞게, 국익과 우리 기업의 이익에 맞게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부 제공미국은 투자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전체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그 산하에 선정된 개별 프로젝트별 프로젝트 SPV를 두는 우산형 SPV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수익은 원리금 상환 전까진 양국이 5대 5로, 그 이후부터는 한국이 1, 미국이 9의 비율로 배분한다. 20년 내 전체 원리금 상황이 어려울 시 수익 배분비율 조정도 가능하다.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안전 장치도 마련됐다.
2천억달러의 투자는 외환시장 부담 경감을 위해 연간 200억달러 한도로, 사업 진척정도에 따른 자금요청(capital call) 방식으로 지출한다.
대미 투자펀드를 엄브렐라 SPV(Special Purpose Vehicle) 형태로 만드는 것 역시 또다른 안전 장치다. 엄브렐라 SPV는 여러 개의 하위 SPC로 구성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개별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해당 프로젝트 SPV가 수취하고, 투자 SPV는 모든 프로젝트 SPV의 수익을 모아서 한국이 투자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다"며 "설령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성공 프로젝트들을 통해 수익 보전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특별법을 마련해 대미 투자를 전담하는 특별기금을 설립할 계획이다.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금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는 방식보다는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을 활용하거나, 외화채권을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조선협력투자 몫 1500억 달러는 한국 정부가 직접 또는 협의위원회를 통해 조선분야 민간투자, 보증, 선박금융 등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한국 기업에게 귀속된다.車 관세는 법안 제출된 달 1일자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런 대미 투자 약속 결과 지난 8월 7일부터 인하 시행된 미국의 15% 상호관세 부과는 유지된다.
미국이 한국산 주요 품목에 매겨왔던 고율 관세는 하향 조정된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되며, 인하 시점은 전략적 투자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자로 소급 적용된다.
목재, 항공기·부품(최대 15%)에 대한 상호관세, 항공기·부품에 들어가는 철강·알루미늄·구리 관세 면제는 전략적 투자 MOU 서명일인 이날부터 발효된다.
향후 부과가 예고된 의약품 관세의 경우 최대 15%가 적용되고,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관세는 미국이 우리 주요 경쟁 대상(대만)과 추후 타결할 합의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기로 했다.
제네릭의약품, 일부 천연자원 등 전략품목에 대한 상호관세 면제는 연내 개최하기로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서 한미 공동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 포함된 비관세 관련 이행 계획이 합의되는 시점부터 적용된다.
김 장관은 "정부와 '원팀'으로 함께 해준 기업인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3500억달러가 국익에 부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