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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물어보니…세대별 인식 극명하게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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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인터뷰]
중·장년층 "퇴직하면 생계 막막…정년 더 늘려야"
청년세대 "신입 기회 축소·승진 적체…청년 부담 전가"
60~64세는 전원 찬성…"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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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정년연장'은 논의가 시작된지 한참된 것만큼 첨예한 문제이기도다. 한국은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2017년 전면 확대 시행)에 따라 법정 정년을 만 60세로 규정하며 사실상 정년연장을 한 차례 경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60세에서 65세로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법안을 연내 입법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년연장'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CBS노컷뉴스 인턴기자들은 지난 13일 20세 이상 시민 30명에게 정년연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고령 사회 도래와 기대수명 증가를 중요한 사회 과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응답자 30명 중에서 정년연장에 찬성은 18명, 반대는 12명이었다. 정년연장에 반대한다는 응답자 중 66.6%가 2030세대로 나타나면서 세대별 온도 차가 확연했다.

찬성 측 "당장 내년에 퇴직당할까 불안…나가면 갈 곳 없다"


무역업체에서 23년간 일한 박철민(51)씨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다. 캐나다에 사는 아들 2명과 아내에게 학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400만 원씩 송금한다. 박씨는 자녀의 대학 졸업까지 이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최근 무역업계에서 관리직을 점차 줄이려는 분위기가 감돌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에 찬성한 시민들은 이처럼 고용 불안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IT기업 직장인 한선영(46)씨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력을 퇴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라고 의견을 냈다. 금융업 직장인 차동식(55)씨도 "노후 준비와 자식 결혼자금 마련도 아직"이라고 전했다. 미화원 조말순(61)씨 역시 "내년에 계약이 끝나면 어쩌나 밤잠을 설친다"고 우려했다.

법정 정년이 늘어난 기대수명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씨(44)는 "요즘 60대는 건강이나 업무 능력이 예전의 50대와 같다. 갑자기 경험 많은 이들이 나가면 조직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직장인 송모씨(52)도 "은퇴해도 앞으로 30~40년은 더 살아야 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정년도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씨도 "100세 시대에 60대 은퇴는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정년연장에 찬성하는 시민들 중에서는 퇴직 후 재고용이 정년연장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씨는 더 작은 규모의 회사로 이직도 쉽지 않다. 이미 고연차에 진입한 박씨를 같은 직종에 고용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직장인 A씨(58)도 "재취업을 한 사람들도 주변에 있는데 이전 직장과 무관한 업종에 일한다"고 꼬집었다.

반대 측 "신입 기회 더 줄어…정년 늘리면 결국 청년만 손해"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청년 취업난을 주로 우려했다. 기존 인력의 퇴직이 늦어지면, 기업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청년이 신규 일자리에 취업하기 어려워진다는 해석이다. 김희주(48)씨는 부모 입장에서 정년 연장을 용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인 딸도 지금 대학 입학과 동시에 스펙(취업 시 필요 자격)을 갖추려고 대외활동과 어학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상황인데, 나이 든 사람이 자리를 비켜줘야 옳다"고 덧붙였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10명 중 6명(66.6%)가 20대·30대에 해당했다. 취업과 사회 진출 시기와 겹쳐서 신입 채용과 승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년연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인력이 근속하는 것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견해도 있었다. AI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는 이준영(29)씨는 임금과 인력의 생산성을 비교했을 때, 정년이 더 늘어나면 안 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50대 이상 시니어 인력은 평균 30대 주니어 인력보다 더 낮은 업무능력에도 3배 이상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면서 "실력 있는 인력 3명을 추가 채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헀다. 직장인 박모씨(40대 초반)도 "예전보다 60대가 건강한 건 사실이지만, 체력 감소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정년 연장 대신에 구조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모씨(26)는 "결국 자원 배분의 문제"라면서 "노년 빈곤 해결을 위해 청년 세대의 일자리와 승진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60~64세 "정년연장 필요"…응답자 전원 '찬성'


60~64세 응답자(5명)들은 정년연장을 전원 찬성했다. 단순한 생계나 생산성이 아닌 '타인에 대한 기여'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 신규 채용 축소와 승진 적체 등을 우려한 것과 달리, 해당 연령층은 노동으로 사회 기여와 자녀의 부담 감소 등 최우선으로 평가했다.

경비원 박정길(64)씨는 "60세가 늙은 나이가 아니다. 70세까지라도 일하면서 세금 내고 나라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부 나영숙(62)씨는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교회에 헌금을 내거나, 손주 용돈을 주는 등 남을 돕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화원 조씨도 "자녀에게 부담이 덜 됐으면 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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