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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외로운 '김부장'…MZ들도 "우리 아빠 같다"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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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인터뷰]
50대 남성 현실 묘사에 "술 먹던 아빠 알것 같다"…공감 의견 많아
일부 청년들 "생계 급급한 청년에겐 '김부장 고민'은 사치" 의견도

김부장 이야기 포스터. JTBC 제공김부장 이야기 포스터. JTBC 제공
'안정 속 불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를 관통하는 정서다. 대기업 부장인 50대 남성 김낙수(류승룡 분)가 조직 내 생존 경쟁에서 밀려나고, 부동산 사기까지 당하는 중년의 위기를 그린 이 작품은 중장년층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제목부터 '서울 자가', '대기업'이라는 우리 사회의 욕망을 전면에 내세우며, 겉으로는 성공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곪아가는 가장의 고독을 다룬다.

그렇다면 '성공의 사다리'가 끊겼다고 느끼는 MZ세대는 이 드라마를 어떻게 바라볼까. CBS 노컷뉴스 인턴기자들은 지난 28일 서울 대학가와 주거 밀집 지역에서 2030세대 청년 30명을 만나 '김부장 이야기'에 대한 솔직한 인식을 물었다. 586세대의 고독에 공감한다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일부 청년들은 이를 '기득권의 사치'로 평가하는 등 뚜렷한 온도 차가 나타났다.

김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 JTBC 제공김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 JTBC 제공

"남 일 같지 않다"…대다수, 아버지뻘 직장인 설움에 공감

'김부장'의 모습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거나, 머지않은 자신의 미래를 투영하며 공포와 연민을 느낀다는 청년들이 대다수였다. 응답자 30명 중 27명이 조직 내에서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직장인의 비애는 세대 장벽을 넘어 공감한다고 대답했다.

어린이집 교사 송모(25) 씨는 이 드라마를 "재밌으면서도 지독하게 현실적인 블랙코미디"라고 표현했다. 송씨는 "'김부장' 아들이 지금 대학생이라 우리 또래 아버지들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보면서 계속 아빠 생각이 났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8년 차 사원 박지은(34)씨는 극 중 등장인물 '김부장'을 '애증의 대상'이라고 표현했다. 박씨는 "직장에서 만나는 586세대의 무능함은 싫지만, 평생 충성한 조직에서 짐짝 취급당하는 모습에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겠구나' 하는 공포심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드라마에서 부모 세대, 특히 중년 남성이 겪는 고충을 간접 체험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 강태진(27)씨는 "술 드시고 서럽게 우시던 아버지의 내막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대학원생 박준호(27)씨도 "경제력이 곧 존재 가치로 직결되는 건 남자들에게 저주 같다"며 "돈이 없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할 언어가 없는 남성들의 현실이 무서웠다"고 밝혔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 교보문고 안. 권유빈 인턴기자서울시 종로구 종로 교보문고 안. 권유빈 인턴기자

일부 청년 "서울에 집 있다면 성공의 끝판왕"


일부 청년들은 주로 세대별 자산 격차와 현실 인식을 드라마에서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응답자 30명 중 8명은 드라마 속 김 부장이 겪는 위기가 청년들이 마주한 '생존의 문제'에 비하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스타트업 개발자 최민석(28)씨는 드라마 제목부터가 청년들에게는 박탈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서울에 30평대 자가가 있고 자녀를 명문대에 보낼 재력이 있다는 건 우리 세대에게는 이미 성공의 끝판왕이다. 청년들 앞에서 '나 너무 외롭다'고 하는 건 기만처럼 느껴진다." 그는 "기성세대의 '상실감'과 우리의 '박탈감'은 차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 최수진(25) 씨도 "2030에게는 당장의 생존 문제가 산더미인데,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세대의 정서적 결핍을 먼저 이해해 달라고 요구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송다현(25) 씨도 "직급이 잘리고 나면 한순간에 빈 껍데기로 남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슬프면서도, 우리는 그 껍데기조차 얻지 못한 세대가 아닌가 싶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가 계층 격차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이주형(31)씨는 "드라마가 현장직(블루칼라)을 사회에 치인 불쌍한 모습으로 묘사하며 화이트칼라의 우월감을 드러낸다"며 "다 가진 586세대가 불행하다고 하니, 사다리가 걷어차인 입장에서는 배반감이 든다"고 말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지은(23) 씨 역시 "시급으로 버티는 입장에서는 번듯한 직장과 집이 있는 인물의 허무함 호소에 피로감이 먼저 온다"며 "기득권층의 외로움까지 챙겨 달라는 메시지처럼 들리기도 한다"고 했다.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양지훈 인턴기자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양지훈 인턴기자

"권위 내려놓고 먼저 다가와야"

가정 내 소외 역시 시대의 비극이 아닌,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로 봐야 한다는 냉정한 시각도 있었다. 중소기업 대리 박민호(32) 씨는 "가정에서 소외된 건 젊은 시절 가족과의 시간에 '투자'하지 않은 본인 선택의 결과인데, 이를 시대 탓으로 돌리며 '피해자 포지션'을 취하니 대화가 안 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업준비생 김소연(26) 씨도 "성공을 위해 달릴 때는 가부장제의 수혜를 누리다가, 은퇴할 때가 되니 갑자기 '희생양'을 자처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기성세대가 겪는 어려움에 공감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권위를 내려놓고 젊은세대와 소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민호씨는 "먼저 묻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 사회의 '김부장'은 영원히 고립된 섬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해외영업직 김지윤(38) 씨도 "힘과 자원을 더 많이 가진 쪽에서 먼저 서열을 내려놓고 다가가지 않는 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의 외로움에 온전히 공감해 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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