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장인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의장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국정 혼란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6개월 차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사태로 헝클어진 국가조직을 정비하고 '정상화'를 위해 내치와 외치 분야에서 모두 회복에 집중했다.
국정동력 위한 '회복'에 첫 방점…공직사회에 '적극행정' 독려
지난 대선에서 '회복과 성장'을 기치로 내건 이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지방 행정가 경험을 바탕으로 협치와 적극 행정을 통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밝혀왔다.
취임 후 첫 행정명령도 내란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회복을 위한 비상경제점검태스크포스(TF) 구성이었다.
정권이 교체됐고,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에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했지만, 안정적인 국무 지속을 위해 박성재 전 법무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장관들의 사의를 반려했다.
공직자를 행정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으로 본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당대표 시절보다 성남시장 시절이 유독 행복했다면서 '일이 되게끔 하는 행정'을 정부 전체로 펼치고자 했다.
이 대통령의 적극성은 첫 비상경제 TF 회의부터 드러났다. 민생 진작을 위한 아이디어라면 작고 세세한 부분도 괜찮으니 직급과 무관하게 언제든 제안하라고 지시하며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란 가담과 기강 해이 등을 하나의 축으로 삼았다면, 행정이 위축될 수 있는 우려를 사전에 예방하는 또 다른 한 축은 애로사항 제거였다.
'헌법존중 TF'를 구성해 공직사회 내 내란 가담자를 색출하는 한편, 쿠데타 등 국가권력형 범죄의 경우에는 "나치 전범"처럼 끝까지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공직사회 활력 제고 TF'를 통해 그간 공무원들의 발목을 잡아왔던 정책감사를 폐지하고, 직권남용죄의 적용 기준도 엄격하게 전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내란 극복도, 적극행정 권장도 모두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실용주의에 경제 회복세…관세협상 마무리하고 핵잠까지 약속
이러한 방향 설정은 속도감 있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은 31조 8천억원 규모로 편성, 정부 출범 한 달째인 7월 5일에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새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은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통령의 취임일인 6월 4일 2770선이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월 27일 4천 선을 돌파했고, 11월 초에는 4200포인트까지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11월 수출은 610억 4천만 달러로 역대 11월 최고치를 경신했고, 반도체 수출 또한 사상 최대치 기록을 새로 썼다.
외교에서 또한 회복과 실용주의가 중점이 됐다.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통해 신정부 출범을 알린 이 대통령은 이후 유엔총회, 아세안(ASEAN) 정상회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연이어 참석하거나 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주 대한민국의 국제사회 복귀를 선언했다.
난제였던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공동 설명자료, 이른바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의 늦은 발표로 논란이 일었지만 일본 등 타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매듭이 지어졌고,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2부속실 가동하며 공적시스템 정비…국무회의 '생중계'로 변화 유도
연합뉴스정부를 통해 실용행정에 나선 이 대통령은, 조직 내부적으로는 쇄신을 통해 각종 기반을 다지는 데에도 적잖은 노력을 쏟았다. 출범 직후 단행한 대통령실 조직 개편은 권력구조 정상화 의지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제2부속실 폐지를 타산지석 삼은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곧바로 김혜경 여사의 공적 활동을 지원하는 제2부속실을 가동했다. 여사 활동을 '공적 시스템'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그간 비공개였던 국무회의를 생중계로 공개한 것도 변화의 상징이다. 정책을 둘러싼 토론 과정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생중계 상황에서도 "모르면 모른다고 답하라"며 각 부처에 솔직한 의견 개진을 주문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특정 부처의 정책을 즉석에서 칭찬하거나 지적하며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野에는 협치, 與에는 필요시 제동…갈등에는 조정자 역할도
행정적으로는 실용과 쇄신에 나선 이 대통령이지만, 각종 갈등 사안에 있어서는 협치와 조정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과 극심한 대립을 빚으며 소통이 거의 없었던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정당 대표들과 오찬을 하며 곧바로 소통 재개에 나섰다. 제1 야당 지도부를 별도로 만나는 등 소통 채널을 늘리는가 하면, 주요 행사마다 이른바 '통합 넥타이'를 매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도 했다.
반면 여당에 대해서는 과도한 개입을 경계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특히 검찰·사법 개혁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숙의"를 통한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이전 정부처럼 직접 지침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설명하지만 강성 기류가 강한 여당의 드라이브에 국정 과제가 가려질 때는 일정한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산업재해 예방, 산업규제 완화 등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책 현안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직접 간담회에 나서 조정자 역할을 자임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 일방적인 의료·노동 개혁 추진으로 갈등이 극대화됐던 것을 고려한, 대화를 통한 적극 대응인 셈이다.
지방정부와의 관계에서도 권한 이양·균형발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5극 3특' 전략과 함께 전국을 돌며 타운홀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건강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것이지만, 소통을 통해 이재명 정권의 실효성을 최대한 홍보함으로써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여당 승리를 이끌어내 지역화폐 활용 등 이른바 '이재명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