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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1초 찡그림과 30분 시간 투자로 한 사랑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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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국내 최다 800회 기록 헌혈자 진성협씨

[시사매거진제주=국내 최다 800회 기록 헌혈자 진성협씨]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명예전당 1등 800회 기록 보유"
"고등학교 시절 아픈 친구위해 헌혈한 계기로 40년째 헌혈 실천"
"헌혈 사명감 속 승진기회 내려놓고 봉사활동과 제주 근무"
"40년간 꾸준히 헌혈, 성분채혈기 도입이후 2주마다 헌혈"
"매일 오름 오르기와 1만 5천보 걷기로 건강관리"
"나눔적십자봉사회 만들어 32년간 활동하며 헌혈과 이웃돕기"
"헌혈 정년인 69세 연장된다면 1천회 헌혈하는 게 목표"
"헌혈 활성화 위해 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기업도 헌혈 공가 필요"

국내 최다 800회 기록 헌혈자 진성협씨. 제주CBS국내 최다 800회 기록 헌혈자 진성협씨. 제주CBS
◇박혜진> 제주도민 진성협씨가 800번째 헌혈을 달성해 전국 최다 헌혈자에 이름을 올려 화제입니다. 오늘은 국내 최다 헌혈자인 진성협씨 모시고 얘기 들어봅니다. 800번째 헌혈을 마치신 직후 어떤 감정이 드셨나요?
 
◆진성협> 평상시 해오던 헌혈이라 특별한 감정은 없었고요. 굳이 표현한다면 제 혈액으로 병상에서 헤매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기쁨이 있죠.
 
◇박혜진> 이번 기록이 '전국 최다 헌혈'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떤 책임감이나 여러 생각이 드실거 같은데요.
 
◆진성협>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명예 전당 기준으로 전국 최다 헌혈자로 등재되어 있습니다마는 저에게는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헌혈을 많이 했구나 하는 정도인데 다만 한 가지 책임이랄까 걱정인 것은 69세 헌혈정년까지 몸 건강히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걱정이 앞섭니다.
 
◇박혜진> 1981년 친구의 병을 계기로 헌혈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상황과 헌혈을 결심한 순간이 어떻게 기억되시는지요?
 
◆진성협> 고등학교 재학 시절 재생불량성 악성빈혈이라는 병명으로 끝없이 수혈받던 초등학교 동창이 있었습니다. 당시 헌혈인구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때였거든요. 그 동창의 병을 알게 된 후 저희 동창들이 헌혈증서 모으기 운동을 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얘기를 듣고 헌혈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반신반의했습니다. 당시 요즘처럼 의학이 발전하지도 않았고 흉흉한 소문이 돌았거든요. 그러던 중 1981년 7월 제가 고3 여름방학을 맞이해 인천으로 친구들과 놀러 가려는데 서울역 앞에 헌혈버스가 딱 정면에 보이더라고요. 그때 헌혈을 처음 하게 됐습니다. 그때 증서를 보내준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박혜진> 그때 그 친구를 떠나보낸 경험이 지금까지 진성협 선생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 될까요?
 
◆진성협> 물론 그러기도 합니다. 다만 80년대까지만 해도 의료 기술이 지금만큼 발전하지 않다 보니까 헌혈인구가 매우 적어 백혈병 환자들이 수혈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나만이라도 꾸준히 헌혈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솔직히 직장에서 승진기회도 포기했습니다.

승진하려면 제가 직장에서 인사이동으로 자주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헌혈을 못 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편안히 헌혈도 할 수 있고 봉사 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생활해 왔습니다.
 
◇박혜진> 40년간 2주마다 헌혈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헌혈을 할 수 있었떤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진성협> 헌혈에는 2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2개월마다 할 수 있는 전혈, 2주마다 할 수 있는 성분 헌혈이 있는데요. 81년~95년까지는 제주의 성분채혈기가 없었습니다. 오로지 2~3개월에 한 번씩 할 수 있는 전혈 헌혈 위주로 했고요.

그러다가 1996년 5월부터 성분 채혈기가 제주에 들어와 2주에 한 번씩 헌혈을 했습니다. 그때부터는 2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한 격이 되죠.
 
◇박혜진> 헌혈하려면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잖아요. 건강 관리나 생활 루틴 등 헌혈을 지속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진성협> 물론 30대 초반까지는 누구나 혈기 왕성하니까 건강하다고 자부해서 건강에 신경은 안 썼고요. 30대 후반부터는 건강 관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근무하던 직장 뒤에 오름이 있었거든요.

월라봉이라는 오름이 있었는데 저는 점심시간마다 매일 견과류 하나 들고 오름을 올랐습니다. 비 오는 날만 제외하고 한 55분 코스가 되는데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자연적으로 건강 관리가 되더라고요. 2023년 정년퇴직 후에는 하루에 1만 5천 보 정도 걷고 있습니다.
 
◇박혜진> 때로 헌혈을 꾸준히 하는게 힘들거나 중단을 고민하셨던 순간도 있었는지요?
 
◆진성협> 헌혈을 중단해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고요. 그래도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 머리에 탈모가 왔는데 탈모치료를 못 받았어요. 탈모 진료를 해서 약을 처방받아 먹게 되면 헌혈을 못 하거든요.
 
약 복용하는 기간과 복용 후 어느 기간 동안은 헌혈을 못 하니깐 그때는 고민에 빠진 적이 있죠. 그때는 머리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헌혈을 선택할 것인가. 결국 탈모치료를 포기했죠.

국내 최다 800회 기록 헌혈자 진성협씨. 제주CBS국내 최다 800회 기록 헌혈자 진성협씨. 제주CBS
◇박혜진> 자녀도 80회 이상 헌혈을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들에게 헌혈을 권하셨습니까?
 
◆진성협> 저도 하는 줄 몰랐습니다. 제가 30년 전 봉사 활동할 때부터 저희 자녀들을 주말마다 데리고 다녔습니다. 애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이 왜 필요하고 헌혈이 필요한 것을 스스로 느끼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자기들이 헌혈을 하더라고요.  

◇박혜진> 나눔적십자봉사회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봉사회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창립 이후 어떤 활동을 가장 중점적으로 이어오셨나요?
 
◆진성협> 제가 헌혈을 꾸준히 하다 보니까 봉사 활동의 필요성을 느껴서 도내 다헌혈자,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헌혈과 관련 있는 분들을 알게 되고 그 분들과 수의사, 봉사활동을 같이 하겠다는 사람과 1993년 12월에 나눔적십자 봉사회를 결성했습니다. 32년째 지금 해오고 있는데요.
 
가장 중점적으로 하는 건 회원들이 다 헌혈하는 거죠. 저희 회원들의 전체 헌혈 횟수를 합치면 한 3500회가 넘습니다. 일반 봉사로 홀로 사는 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등 매월 1회 방문해서 할머니들한테 말벗도 해드리고, 도시락 밑반찬도 해다 드리고, 소년소녀가장들한테는 애로사항과 학습 상담을 하면서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또 장애인 시설에 가서 목욕시켜주기, 이미용 보조, 재활 훈련 보조 이런 것들을 매월 1회씩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69세, 헌혈정년 전 1천회를 목표로 정하셨다고 하던데 이 목표를 세운 이유와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진성협> 제가 목표를 세우려고 세운 건 아니었고요. 작년 12월 777회 헌혈을 할 때 제가 과연 헌혈을 앞으로 몇 회를 할 수 있을까 한번 계산을 해봤습니다. 한 990회까지밖에 못 하겠더라고요.
 
그러면 기왕이면 한번 1천회를 목표로 삼아보자. 그렇게 되려면 혈액관리법이 개정돼야 하거든요. 정년이 혈액관리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혈액관리법 개정이 돼서 정년을 연장시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저는 가능하다고 느끼는 게 현재 수명이 늘어나다 보니까 헌혈 인구는 줄어드는 대신 고령화가 되면서 환자 수요도 많아지고 헌혈 정년도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박혜진> 그동안 헌혈을 하시며 직접 경험한 보람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진성협> 이제까지 꾸준히 헌혈해 오면서 모아뒀던 헌혈증서를 백혈병 환자, 선천성 심장 판막증 환자, 장출혈 환자 등 여러 환자들에게 757개의 증서를 줬습니다. 그분들이 새 생명을 찾는 데 도움을 드렸고요. 그중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건 97년도로 생각하는데 전남 영광에서 가족이 백혈병에 걸려 헌혈 증서가 필요하다고 신문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광고를 보고 제가 가지고 있던 헌혈증서를 우편으로 보내드렸더니 나중에 그 가족이 쓴 편지가 왔더라고요. 사촌 누나가 이제 완쾌돼 고맙다는 손편지를 받았을 때 큰 감동을 느꼈죠.

◇박혜진> 제주 지역은 매년 겨울철이면 혈액 부족 현상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진성협> 아쉬움을 많이 느끼죠. 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는 여름이나 겨울 방학이 되면 헌혈이 급격히 줄어들거든요. 특히 제주도의 경우 타 시도와 달리 섬 지역이다 보니까 여름이나 겨울철에 기상 이변이 일어나면 혈액수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주의 혈액 보유 적정 수준은 한 5일~7일 정도는 유지해야 되는데 방학 기간에도 도민들이 꾸준히 헌혈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혜진> 제주지역에서 헌혈 참여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진성협> 물론 학생들의 헌혈 참여율도 높아야 되겠지만 특히 직장인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은 헌혈을 하면 공가를 주는데요. 일반 기업은 지금 현실적으로 제도화가 안 됐습니다. 헌혈 활성화와 청년층의 헌혈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반 기업도 공가 제도가 도입돼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국내 최다 800회 기록 헌혈자 진성협씨. 제주CBS국내 최다 800회 기록 헌혈자 진성협씨. 제주CBS 
◇박혜진> 지역사회와 도민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진성협> 과학과 의료 기술이 발전해도 아직까지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병상에서 고생하는 환자들을 위해서 반드시 헌혈을 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하는 헌혈은 우리 몸속에 있어서 여분 혈액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고요.

헌혈은 1초의 찡그림과 30분의 시간 투자로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50년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여러분이 헌혈해 준 혈액으로 새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헌혈에 동참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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