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 월간 우·아코스모스토리 속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을 모아 전해드리는 '월간 우·아'입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우주를 탐구하면서 다양한 발견을 했습니다. 망원경으로 포착한 광활한 우주공간 속 놀라운 결과물을 모아 소개합니다.
지구에서 약 450광년 떨어진 아기별들의 요람에서 출발해, 보이지 않는 블랙홀이 숨어 있는 구상성단과 6천만 개의 별이 빼곡한 우리은하 중심부를 지나, 1100만 광년 밖의 은하까지. NASA와 ESA가 새로 공개한 우주망원경 이미지 네 장을 가까운 곳부터 먼 곳 순으로 따라갑니다.
폭식과 휴식을 반복하는 아기별, 제임스 웹이 포착한 황소자리 별 요람
NASA, ESA, CSA, STScI; 이미지 처리: 얼리서 페이건(STScI)지구에서 황소자리 방향으로 약 450광년 떨어진 곳에 젊은 항성계 'FS 타우'가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이곳은 황소자리와 마차부자리에 걸친 암흑 분자운 지대의 일부로, 지금도 별이 태어나고 있는 요람입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곳을 적외선으로 포착해 두꺼운 먼지 너머 그동안 볼 수 없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곳곳에서 빛나는 점들은 완성된 별이 아닌 '원시성'입니다. 가스와 먼지가 빽빽하게 뭉친 곳에서 태어난 아기별로, 아직 태양처럼 중심부에서 수소를 태우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나이는 약 100만 년에서 300만 년, 46억 년 된 태양과 비교하면 갓 태어난 셈입니다.
화면 중앙 왼쪽에서 가장 큰 회절 무늬(빛살 모양)를 하고있는 천체는 한 쌍의 원시성으로 이뤄진 'FS 타우 A'로, 질량은 태양의 절반 정도입니다. 중앙 오른쪽의 주황색 원시성 'FS 타우 B'는 화면을 가로지르는 주황빛 물질 분출의 주인공으로 지목됩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FS 타우를 관측한 결과물 비교 이미지. NASA, ESA, CSA, STScI; 이미지 처리: 얼리서 페이건(STScI)웹이 이번에 새로 포착한 포인트는 물질 분출의 자국이 실선이 아니라 점선처럼 군데군데 끊겨 있다는 점입니다. NASA는 이 끊긴 구간이 원시성이 물질을 쉼 없이 삼키는 것이 아니라 뚜렷이 구분되는 시기마다 간헐적으로 성장한다는 증거를 더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물질을 끌어모아 몸집을 불리는 동안에는 과열된 물질을 여러 방향으로 뿜어내고, 그 사이에는 비교적 조용하다는 겁니다.
이 사진은 색을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푸른 빛은 먼지에 흡수되고 산란되는 반면 붉은 빛은 먼지를 비교적 잘 통과합니다. 그래서 배경 은하가 붉게 보이면 그 앞의 먼지가 두껍다는 뜻이고, 노랗게 보이는 은하는 먼지가 훨씬 얇은 곳에 있는 겁니다.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찾아낸 20년의 추적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20년 이상의 관측 데이터를 사용하여 블랙홀을 발견한 지역을 설명하는 이미지. ESA, NASA, 막시밀리안 해베를레(MPIA), 조셉 드파스콸레(STScI)센타우루스자리 방향, 지구에서 약 1만 8천 광년 떨어진 곳에 구상성단 '오메가 센타우리'가 있습니다. 약 1천만 개의 별이 중력으로 묶인 거대한 별 무리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 핵심은 군집한 별들이 아닌 '보이지 않는 천체'입니다.
빽빽한 별들 사이 어디에도 이번에 발견된 주인공은 찍혀 있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빛을 내지 않는 블랙홀이기 때문입니다. 이론상 이곳에는 별이 최후를 맞으며 남긴 항성질량 블랙홀이 1만 개 가량이 있어야 하는데, 그 증거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 천문학자들을 수십 년간 곤혹스럽게 해 왔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20여 년 치 기록과 제임스 웹의 관측을 결합한 연구진은 마침내 이 성단에서 첫 항성질량 블랙홀을 찾아냈습니다. 핵심은 '위치천문학'이었는데요. 이는 별의 위치가 시간에 따라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재는 방법입니다.
연구진은 지난 2002년부터 2023년까지의 허블 관측 기록에 웹의 근적외선 데이터를 더해 별 하나의 궤적을 추적했고, 이 별이 보이지 않는 무거운 천체 주위를 돌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측정 정밀도는 망원경 검출기 화소 하나의 일부 수준이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동반 천체의 질량은 태양의 약 4.46배로 계산됐는데요, 이 수치는 중성자별이라기엔 너무 무거워 블랙홀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 별은 블랙홀 주위를 94년에 한 번 도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블랙홀 쌍성 가운데 가장 긴 공전 주기입니다. 긴 주기는 둘이 처음부터 함께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성단 속에서 서로를 만나 맺어진 사이임을 시사합니다.
이런 성단은 블랙홀 쌍성이 병합하며 중력파를 만들어내는 주요 무대로 꼽힙니다. 연구진은 블랙홀 쌍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 중력파 관측 해석에 직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6천만 개의 별을 한 장에…외계행성 사냥의 지도가 되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우리은하 팽대부의 일부분.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CFHT, 이미지 처리:J.-C.쿠일랑드레와 E. 베르탱(CEA 파리-새클레이)궁수자리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면 우리은하의 한가운데가 있습니다. NASA에 따르면 지구에서 은하 중심까지는 약 2만 6천 광년으로, '은하 팽대부'로 불리는 이 일대는 별이 극도로 빽빽하게 들어찬 영역입니다.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이곳을 가시광으로 담은 역대 최대이자 가장 정밀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한 이 한 장에 담긴 별만 6천만 개가 넘습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우리은하 팽대부 속 세부 모습.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CFHT, 이미지 처리:J.-C.쿠일랑드레와 E. 베르탱(CEA 파리-새클레이)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우리은하 팽대부 속 세부 모습.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CFHT, 이미지 처리:J.-C.쿠일랑드레와 E. 베르탱(CEA 파리-새클레이)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우리은하 팽대부 속 세부 모습.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CFHT, 이미지 처리:J.-C.쿠일랑드레와 E. 베르탱(CEA 파리-새클레이)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우리은하 팽대부 속 세부 모습.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CFHT, 이미지 처리:J.-C.쿠일랑드레와 E. 베르탱(CEA 파리-새클레이)유클리드는 약 26시간 동안 이 밝은 영역으로 시선을 돌려, 하늘을 아홉 번에 나눠 찍은 뒤 이어 붙였습니다. 한 번의 촬영 범위가 보름달보다 넓습니다.
가시광 선명도는 허블 광시야 카메라에 견줄 만한데, 한 번에 담는 면적은 허블 시야의 270배에 이릅니다. 지상의 켁 천문대가 같은 영역을 관측하려면 약 2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ESA의 설명입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영역을 설명하는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CFHT, 이미지 처리:J.-C.쿠일랑드레와 E. 베르탱(CEA 파리-새클레이)이번 관측의 진짜 용도는 '외계행성 사냥의 기준점'입니다. 별이 다른 별 앞을 지나면 앞선 별의 중력이 돋보기처럼 뒷별의 빛을 휘어 밝게 만드는데, 이를 '미시중력렌즈'라고 합니다. 앞별에 행성이 있으면 행성이 빛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행성의 중력까지 돋보기에 가세해, 뒷별의 밝아짐이 미세하게 출렁이는 흔적으로 행성의 존재가 드러납니다.
미시중력렌즈 설명 이미지. ESA이 기법으로 지난 20년간 300개 가까운 외계행성이 발견됐고, 이번 사진 안에만 이미 알려진 행성계 51개가 들어 있습니다. 특히 이 사진은 8월 발사하는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망원경'이 행성을 찾기 위해 감시할 영역 전체를 미리 담고 있습니다. 나중에 발견될 행성들의 질량을 재는 '과거의 기준 사진' 역할을 하게 되는 겁니다.
삼키고 내뿜으며 은하를 빚는다…블랙홀의 조각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센타우루스 A(NGC 5128)의 모습. NASA, ESA, CSA, STScI; 이미지 처리: 알리사 파간(STScI), 조셉 드파스콸레(STScI), 마카레나 가르시아 마린(ESA 사무소)센타우루스자리 방향, 지구에서 11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활동은하 '센타우루스 A(NGC 5128)'가 있습니다. 우리은하 밖이지만 우주적 기준으로는 꽤 가까운 이웃입니다. 제임스 웹은 과학 관측 4주년을 맞이해 이 은하의 새로운 관측 결과물을 공개했습니다.
이 은하는 가까운 은하 가운데 드물게 매우 활동적이어서, 은하와 블랙홀이 어떻게 함께 진화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관측 대상으로 꼽힙니다. 중심에는 주변 물질을 활발히 집어삼키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어, 강력한 제트와 함께 막대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은하의 모양을 빚고 있습니다. 약 20억 년 전 다른 은하와 크게 충돌한 흔적도 뒤틀린 구조와 계속되는 별 형성으로 지금껏 남아 있습니다.
센타우루스 A(NGC 5128)에 대한 근적외선 데이터와 중적외선 데이터를 합친 결과물. NASA, ESA, CSA, STScI; 이미지 처리: 알리사 파간(STScI), 조셉 드파스콸레(STScI), 마카레나 가르시아 마린(ESA 사무소)가시광에서는 두꺼운 먼지 띠가 중심부를 가려 허블의 관측에서는 그 안을 볼 수 없었고, 은퇴한 스피처 망원경은 별 하나하나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제임스 웹의 중적외선 관측은 그 장막을 걷어내고, 평행사변형 모양으로 뒤틀린 먼지 띠와 중심부 위아래로 S자를 그리는 리본 구조를 드러냈습니다. 이 S자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천문학자들도 아직 설명하지 못해 후속 연구 과제로 남았습니다.
화면의 거친 질감은 사실 낱낱이 분해된 별들로, 제임스 웹은 이 은하에서 수백만 개의 별을 구분해냈습니다. 별 하나하나에는 오래된 별의 형성기, 충돌 당시의 폭발적 별 형성, 그 여파로 태어난 별까지 은하가 겪어온 사건의 기록이 새겨져 있습니다.
NASA, ESA, CSA, STScI, ESO; 이미지 처리: 알리사 파간(STScI)분광 관측에서는 블랙홀 활동이 밀어내는 것으로 보이는 빠른 이온화 가스의 흐름과, 중심 가까이에서 뒤틀린 채 회전하는 따뜻한 분자 수소 원반이 포착됐습니다. 블랙홀은 가스를 압축해 별 형성을 촉발하기도 하고, 물질을 밀어내 억제하기도 합니다. '블랙홀은 은하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천문학의 큰 질문에, 이 은하는 보기 드물게 가까운 관측 무대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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