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경찰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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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윤모씨(52)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경찰은 수사를 주도하던 국면에서 수세적 입장으로 방어를 해야 하는 국면으로 양상이 상당히 뒤바뀐 모양새다.


현직 법무차관을 낙마시키며 기세등등했던 경찰 수사가 왜 난항을 겪게 된 것일까?

◈ 警, 성접대 뇌물 실체보다 ''동영상''에 혈안

우선, 경찰 수사가 의혹만 키워놓고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김학의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는 현장을 촬영했다''고 의심이 제기된 ''동영상''에서 실체를 확인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건설업자 윤모씨의 사업파트너였던 여성사업가 권모씨의 진술에 기반해 2분 30초 분량의 이른바, 성접대 현장 동영상을 확보했고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내사에서 수사로 전격 전환했다.

경찰은 윤씨 주변인물과 주변 인물들의 변호인 등 관련자들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한 결과 동영상 속의 주인공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는 강력한 확신을 갖고 이번 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과 법조계 주변인사들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해 사실 조사를 착실하게 벌여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권모씨의 진술과 몇몇인사들이 ''동영상 속의 인물이 김 전차관이 확실하다''는 반응에 과도하게 신뢰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동영상에서는 등장인물을 확실하게 특정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버렸다.

경찰은 뒤늦게 동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기때문에 ''원본''을 찾고 또 동영상을 찍은 인물을 찾아나선다고 법석을 떨고 있지만, 이마저도 관련자들의 진술이 자꾸 달라져 확인 과정에서도 상당한 장애물을 만날 수 밖에 없게 됐다.

당초 "유력인사와 직접 성관계를 맺은 적도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C씨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별장에 가서 성접대를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거론되는 유력 인사의 이름도 알지 못한다"고 진술을 뒤바꾸고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경찰이 설사 화질이 좋은 동영상을 확보해도 성접대가 대가가 있는 뇌물이라는 실체를 밝혀야 기소할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의 진행은 경찰이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이 유력인사가 맞다''는 도덕성을 입증하는데 혈안이 된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도덕성 검증은 경찰이 아니고 언론의 몫이다"라며 "동영상 확인작업이 실패하다 보니 경찰수사가 엉망이 되는 것처럼 해석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경찰 수사는 이제 ''1라운드''에서 동영상속 인물을 특정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2라운드''로 접어들 수 밖에 없게 됐다. 2라운드는 건설업자 윤씨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라운드 수사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씨의 개인비리로 지목되고 있는 일부 건설사업의 경우, 2003년에서 2005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기때문에 사업과정에서 관공서나 관련 공직자와의 뇌물 거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닌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경찰 수사는 윤씨의 비리청탁이나 봐주기 청탁수사에 역으로 더 매달릴 수 밖에 없는 형국이고 윤씨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이 수사 성패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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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수사, 칼 휘두르다 오히려 자신이 베일 수도

최근 경찰과 검찰 등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경찰이 고위공직자 등 공무원 비리나 심지어 재벌 등 특수수사에 전념하는 양상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커지고 있다.

이와함께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언론이나 관련자들을 통해 수사방향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지나치게 수사내용을 일부로 유출시켜 사건의 파장을 의도적으로 키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성접대 동영상 의혹'' 사건도 경찰 수사나 주변 관계자들이 혐의 내용이나 피의사실을 상당히 의도적으로 유포하고 있다는 정황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수수사를 맡았던 전직 법조인은 "경찰이 사정수사를 할 수 있지만, 사정수사는 정확하게 환부를 드러내는 ''외과수술(surgical strike)''처럼 주도면밀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수사는 경찰이 너무 동영상만 의존하면서 오히려 수사기관이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법조인은 또 "특수수사는 일반 강·절도 사건과 다르고 또 모욕을 주는 수사가 아니기때문에 섣불리 예단을 갖고 접근해서는 안되고, 실패했을 경우 조직에 대한 ''역풍''이 만만치 않다"며 "그런면에서 검찰도 한명숙 전총리 사건이나 고 노무현 전대통령 사건에서 철저한 실패를 경험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내에서도 경찰을 바라보는 시각도 우려가 크다. 검찰은 자기 식구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기때문에 수사관여에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경찰이 검찰을 자꾸 흠집 내려는 의도를 너무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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