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에 ''운지''까지…십대 파고드는 ''일베語''

ss
''일간베스트 저장소''를 중심으로 한 극우적 역사관과 정치관이 인터넷을 통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특히 현실 세계에서도 어린 10대 학생들 사이에 이른바 ''일베어(語)''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정규교육 과정에서 근현대사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인식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스 대신 ''일베'', 백과사전 대신 ''위키'' 보는데…


유명 아이돌 그룹 ''시크릿''의 멤버인 가수 전효성(24ㆍ여)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일베에서 ''민주화''라는 단어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소수를 집단으로 억압 또는 폭행하거나 언어폭력을 하는 행위''란 뜻으로 사용된다. ''비추천'' 같은 부정적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소속사는 즉각 "전 씨는 일베 이용자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굳이 일베를 찾지 않더라도 일베의 폭력적 언어에 물들 만큼 널리 퍼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CBS 취재진이 서울 시내 중고등학생들을 만나보니, 상당수가 일베 사이트의 폭력적 게시물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구 한 중학교 2학년 정모(14) 군은 "하루에 두세 번씩은 일베에 들어간다"며 "다양한 정보 글이나 재미있는 자료가 많아서 접속한다"고 말했다.

정 군은 "복잡한 역사나 정치 게시물은 재미없어서 자주 보지는 않고, 주로 유머자료를 보러 간다"면서도 "운지 같은 말은 들어봤다"고 대답했다.

''운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하는 ''일베어''로, 학생들은 ''아래로 떨어진다''거나 ''상황이 나빠졌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베 몰라도 ''일베어'' 쓰는 10대 늘어


일베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 학생들도 일베어를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1학년 곽모(16) 군은 "다들 운지라는 말을 자주 쓴다. ''민주화''나 ''김치년'' 같은 말도 들어봤다"며 "그런데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모(16) 군도 "애들끼리 웃고 떠들 때 ''삼일한''이나 ''통수'' 같은 말을 들어봤다"고 했다.


''김치년''은 한국의 20대나 30대 젊은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며, ''삼일한''은 ''여성은 삼일에 한 번씩 때려야 말을 듣는다''를 줄인 용어다. 또 ''통수''는 뒤통수를 줄인 것으로, 전라도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일베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면서 학생들도 거부할 틈조차 없이 ''일베어''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ss


◈역사 왜곡 심각한데…정규교육 근현대사 비중은 갈수록 줄어


이처럼 왜곡된 역사관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선 학교에서 현대사 교육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지난 2011년부터 교과 과정이 개편되면서 근현대사 교육 시간은 더 줄어들었다. 그 전까지는 ''국사''와 ''한국근현대사'', ''세계사''가 각각 하나의 과목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새 교육 과정에서는 ''한국사''와 ''동아시아사'', ''세계사''로 조정됐다.

이러다 보니 ''위키피디아''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왜곡된 정보를 접하기 쉬운 요즘 학생들이 정확한 역사 인식을 갖추는 것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현직 중학교 교사인 전국역사교사모임 이성호 회장은 "학생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많이 얻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거나 왜곡된 내용을 사실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키피디아 등에 잘못된 역사 지식을 유포하는 건 역사교육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단순한 우려 차원을 떠나,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숙명여대 법학과 홍성수 교수는 "역사 해석에는 판단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객관적으로 검증된 역사적 사실 자체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규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어 "가령 특정 지역 비하는 현실적인 해악"이라며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되기 때문에 법적 규제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