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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미군기지 주변도 모두 ''기름 범벅''…최고 85배 (계속) |
환경부는 2008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16개 주한미군기지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각각 두 차례에 걸쳐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했다. 2007년 반환된 23개 주한미군기지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등에 매각되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될 16개 기지의 주변지역에 대해서도 환경기초조사를 벌인 것이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주한미군 반환 공여구역 주변지역 환경기초조사''에 따르면, 16개 조사대상 지역 전체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TPH가 검출됐다.
TPH는 토양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석유계총탄화수소(Total Petroleum Hydrocarbon)로, 토양이 등유·경유·제트유·벙커C유 등과 같은 유류에 의해 오염된 정도를 나타낸다.
2007년 23개 미군기지 반환을 전후해 기지 내부 오염 실태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나, 반환 기지 주변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식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기준치의 최고 85배 오염된 곳도
이번 조사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기준치의 85배가 넘는 TPH가 검출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그 땅은 ''기름 범벅''이라는 뜻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캠프 맥냅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2011년 10월부터 11월,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조사에서 TPH 수치(mg/kg)가 모두 4만 2,500으로 측정됐다. 이 지역의 TPH 기준치는 500이다.
경기도 파주시 봉일천리에 있는 캠프 하우스 주변지역에서도 2010년 3월부터 12월 사이에 실시된 2단계 조사에서 기준치 500보다 32배가 넘는 1만 6,067의 TPH가 검출됐다.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의 캠프 에세이욘과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 캠프 페이지 주변지역의 TPH 측정값도 기준치의 20배를 넘었다.
이 조사에 포함된 반환 미군기지 주변지역은 경기도 파주시 7곳, 의정부시 5곳이다. 동두천시와 하남시, 강원도 춘천시, 제주도 서귀포시에도 각 1곳씩이 포함돼 있다.
토양 오염은 크게 유류(TPH, BTEX)와 중금속 오염으로 나뉜다. BTEX(Benzen·Toluene·Etylbenzene·Xylene)는 휘발성이 높은 유류이며, 일반적인 유류 오염은 TPH로 나타낸다.
TPH는 식물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물질들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속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녹색연합 정책위원인 한광용 박사는 "TPH는 환경기준이 엄격한 물질로, 입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올 경우 유전자를 손상시켜 2세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라고 밝혔다.
한 박사는 또 "TPH에 의한 토양 오염은 시간이 지날수록 빗물 등을 타고 점점 더 깊고 넓게 퍼진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경기 의정부시의 캠프 에세이욘과 캠프 라과디아 주변지역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각각 62배, 47배 초과하는 TPH가 검출됐다. 경기 동두천시의 캠프 님블 주변지역 지하수에서 검출된 TPH도 기준치의 30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6개 기지 주변지역에 대해서도 현재 정화작업이 진행 중이며 일부 지역은 정화가 완료되기도 했다. 하지만 TPH에 의한 토양 오염은 정화를 하더라도 개발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다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정화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북부 청사와 을지대 캠퍼스 등이 들어설 예정인 의정부시 금오동의 캠프 에세이욘도 2009년 10월부터 정화에 들어가 2011년 12월 작업을 완료했으나, 지난 4월 터파기 도중 TPH 기준치를 초과한 토양이 또다시 발견돼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한편, 국내 반환 대상 주한미군기지는 모두 80개소로 2011년까지 48개소가 반환됐으며 앞으로 32개소가 추가로 반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