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최강희 "모두 나의 책임이다"

"그동안 내용도, 결과도 좋지 않았다. 오늘도 그랬다. 책임감을 느낀다"

2년 전 겨울, 조광래 감독이 갑작스럽게 경질되고 위기에 빠진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은 최강희 감독.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린 자리였지만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사령탑은 그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한국이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오를 때까지만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9부 능선을 넘었다. 마지막 이란과의 경기만을 남겨뒀다. 9년만에 울산에서 열리는 A매치, 최강희 감독은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는 했지만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한국은 18일 오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졌다.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던 이란은 단 한번의 역습으로 한국의 골문을 열었다.

자칫 월드컵 본선행마저 위험할 뻔 했다. 같은 시각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를 5-1로 대파한 것. 4승2무2패로 승점 14를 유지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에 겨우 골 득실 '+1' 차이로 본선 직행티켓이 주어지는 조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최강희 감독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고도 웃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본선에 올랐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준비를 잘했지만 경기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모든 것은 감독이 책임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강희 감독은 처음 부임했을 때 공언한 것처럼 대표팀을 떠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초반 2경기를 제외하고는 계속 내용도, 결과도 좋지 않았다. 오늘도 그랬다. 감독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젊은 선수들이 본선에 갈 때까지, 또 가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오늘이 한국 축구가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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