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만약 레바논 원정에서 후반 종료 직전 김치우의 프리킥 동점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한국은 최종 3연전에서 이동국과 김신욱, 손흥민 등을 놓고 다양한 공격 조합을 시도했지만 3경기에서 총 2골에 그치는 극심한 골 결정력 부재에 시달렸다. 그 중 1골은 김치우의 프리킥 골, 나머지 1골은 상대의 자책골이었다.
지난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이란전에서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새로운 공격 조합을 시도했다. 처음으로 이동국-김신욱 투톱 카드를 앞세웠고 좌우 날개에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의 손흥민과 지동원을 배치했다.
이란이 철저히 수비로 일관하면서 한국은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파상공세를 펼쳤다. 공격 4인방은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 자기 역할을 했지만 하나로 뭉친다는 느낌은 덜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잠그기에 돌입한 이란 수비를 깨기 위해서는 창같이 예리한 팀 워크가 필요했다. 그 부분이 부족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선수 개개인만 놓고 보면 못한 선수는 없지만, 연계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3연전 첫 2경기에서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해왔던 미드필더 이청용의 부상 공백이 아쉬웠던 대목이다.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의 머리만 겨냥하는 뻔한 전개로 페널티박스에 수비 성(城)을 쌓은 이란을 뚫기는 어려웠다.
또한 "모두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기 때문에 누가 나가도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던 최강희 감독의 이상은 현실과 거리가 있었다. 경기 때마다 달랐던 포백 라인은 안정감을 주기에 부족했다. 이란전 통한의 결승골도 수비수의 어이없는 실수에서 비롯됐다.
구조적인 한계도 있었다. 본선이 아닌 최종예선까지만 팀을 이끌기로 한 사령탑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목표를 이뤘다고는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시켰다.
지도자의 확고한 철학 아래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한경기 한경기 연명하는 인상이 짙었다. 레바논 원정이 끝난 뒤 레바논의 테오 부커 감독으로부터 한국 축구는 현대 축구의 기본을 망각했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