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성과 투명성…충남장학사 인사 비리, 무엇이 바뀌었나

인사 쇄신, 부패 근절 여론 환기 등...국회, 관련법 개정 추진도

지난 1월 CBS 단독 보도로 알려진 충남교육청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은 김종성 교육감 구속을 비롯해 46명의 현직 장학사와 교사들의 구속과 불구속 등 초유의 인사비리 사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 내부에 만연한 각종 부패고리와 관행들이 역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세상 밖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교육청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는데 여념이 없었다. 지난 5개월, 충남교육청 인사 비리 사태가 변화시킨 건 무엇이 있을까.

▲ 교육계 인사들 ''더 이상 부패.관행 용납 못해''...여론 환기

''교육계에는 부부교직원이 많아요. 충남도 마찬가지인데, 이 중에서 자신의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기 아내를 천안이나 공주 등 이른바 인기 지역에 배치될 수 있도록 힘을 쓰는 거죠.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될 수는 있지만, 이건 잘못된 관행이잖아요. 바로잡아야 한다.''

충남교육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인사 비리 사태 이 후 충남교육계 내부에서는 부패는 물론 그 동안 잘못된 관행도 이번 기회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 교육청, 화두는 공정성과 투명성

충남교육청의 화두는 단연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우선 이번 사태 연루자 46명 가운데 39명은 파면과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에, 나머지 7명은 경징계 대상으로 분류했다. 부정응시자 가운데 금품을 제공한 20명과 금품을 받은 3명에 대해서는 중징계 처분과 함께 최고 10억5000만원의 징계 부가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징계 부과금은 거래 금액의 3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교육청 측은 ''미납자에 대해서는 재산 조회를 통해 압류하는 한편 국세 징수법에 따라 반드시 추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또 ''청렴 의무 위반은 교육계에서 무조건 퇴출''이라며 재발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인사 방식, 다 뜯어 고친다''...전교조도 ''긍정적''

교육청 측은 최근 비리 근절을 위한 인사 쇄신안을 마련해 시행에 돌입했다. 역시 핵심은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로 전교조도 쇄신안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5급 승진 인용 때에는 교육발전 기여도를 세부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정실 인사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5급 승진 때 역량평가에서 하위 30%에 4차례 이상 포함되면 아예 승진에서 배제해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 방식을 뜯어고쳤다.

또 지난달 이미 교육장과 직속기관장에 공모제와 추천제를 병행한 교육청은 앞으로는 본청 국장을 비롯해 실.과장과 직속기관장에 대해서는 추천심사위원회 평가를 거치도록 했다.

교장공모제 대상도 자율형 학교에서 일반교로 확대하고 심사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외부 인사로 위촉해 이 제도가 특정 인물을 합격시키려는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학교 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교사들을 배려하기 위해 승진 가산점제도를 크게 손보기로 했다. 교육청은 이 밖에도 연구 용역과 공청회를 거쳐 쇄신안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객관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전찬환 교육감 권한대행은 ''연공서열과 선거 때마다 휘둘리던 조직을 바로잡기 위해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혔고 쇄신안에 대해 전교조 측은 ''큰 방향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앞으로 운영 방식을 지켜보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국회도 ''교육감 비리 근절'' 개정안 발의"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최근 반복되는 교육감 비리 근절을 위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교육전문직(장학사) 전직 시험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비리 요인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로 시험의 출제와 채점 등 관리를 모두 전문기관에 맡기고 또 전문직과 교원간 전직을 이유로 인사상 이익 또는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규정했다.

이 같은 법안 발의는 충남교육청 인사 비리 등 끊이지 않는 교육감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게 강 의원 측의 설명이다.

▲ ''부패 근절 계기...자정 노력 절실''

교육청의 쇄신책과 국회의 개정안 발의에도 불구하고 교육계 안팎에서는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를 부패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전망인 셈이다.

부패세력척결과 공교육정상화 충남운동본부가 ''사법 처리된 46명 외에도 연루자들이 더 많다''거나 ''비리 연루자들에게 면죄부가 되지 않도록 경찰이 더욱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앞서 ''아내 근무지 배정에 부당한 힘을 쓰는 것은 잘못된 관행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관계자의 문제제기는 관행 개선을 위한 교육계 내부의 자정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교육계 부패 관행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와 함께 교육계 내부에서도 역시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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