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가정보원이 20일 오후 국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대화록 전문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 여야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에 대한 열람을 공식 요청해 자료를 검토한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이는 검찰이 두 번에 걸쳐 내린 결론과 동일한 것이며, 이제 진실이 밝혀진 이상 그동안 야당이 NLL 포기 발언이 없다고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상기 위원장의 기자회견은 곧바로 NLL발췌록 단독열람의 적법성 문제로 비화됐다.
서 위원장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 37조 1항 3호에 근거해 국가정보원에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열람을 공식 요청했다"며 근거 조항을 밝혔다. 공공기관에서 직무수행상 필요에 따라 열람을 청구한 경우로서 해당 기록물이 아니면 관련 정보의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청구한 것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현 의원은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록은 대통령 기록물로서 노 전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통해 생산된 기록물은 기록관이 아닌 다른 기관에 소장돼 있더라도 대통령의 기록물임이 분명하다"며 "국정원이 소장한다고 해서 회담록이 비밀기록물이 아닌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오늘 오후 4시 5분부터 4시 44분까지 한기범 국정원 제1차장이 정보위원장실로 와서 발췌본을 보여주고 갔다. 이는 국정원법 위반"이라며 한 차장이 정보위원장실을 빠져 나가는 사진을 공개했다.
여야는 특히 여당 의원들이 NLL 자료를 단독 열람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에게도 사전 연락을 취했는 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보좌관을 통해 연락을 취했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문건을 같이 열람하자며 의원들에게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서상기 위원장은 기록물 열람 전 기밀문서의 내용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했으나, 기자회견 뒤에는 기자들에게 "핵무기와 관련된 부분도 있고, 군사력 관련 부분도 굉장히 많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공방의 와중에 국정원이 이날 오후 국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NLL 발언록 파문은 급속히 정치쟁점화됐다.
국정원은 "검찰이 NLL 관련 고소고발 사건 수사 결과 발표시 국정원에서 보관중이던 회의록을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로 판단했기 때문에 정보위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열람을 허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쟁점이 있다면 여야가 합의해서 공개를 요청하면 된다. 공개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약점이 있는 것"이라고 전문 공개를 촉구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발췌본을 열람한) 방법상에 잘못이 있다고 공격하기 전에 역사적 진실을 보고 싶으면 야당 정보위원이 가서 열람하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는 국정원이 회의록을 공개하면 대선에 영향을 미치니까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선거와 상관이 없으니 국정원에 열람을 요구했고 국정원이 자체 판단을 해서 공개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대선개입사건 등 국정원이 자기들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또다른 국기문란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도 "이에 맞대응할 경우 대선개입 사건의 물타기 시도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에 차분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새누리당이 NLL 카드를 꺼내자 이날 오후 늦게까지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노 전 대통령 발언의 전체 맥락상 문제될 게 전혀 없다는 판단이지만, 남북 정상간의 발언록 공개는 남북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국제 외교사에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점이 딜레마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러나 새누리당의 공세가 강화될 경우 발언록 전문을 공개하자고 전격적으로 제안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대표는 이와 관련해,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