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총학 "민주주의 훼손돼도 공부나 하라?"

"이 인터뷰는 매일 아침 7시-9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민주주의 절차 훼손에 분노
-정치적 성향 떠나 자정에 나설 사안
-총학 모욕한 일베, 법적대응 할 것
-공부? 배운것 실천해야 진짜 공부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대 총학생회 최석원 정책기획국장

시국선언, 참 오랜만에 듣는 단어죠. 정치나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있거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될 때 지식인들이 나서서 우려를 표명하는 건데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지금 서울대, 이화여대, 경희대, 성공회대 그리고 연세대, 고려대까지 대학들이 줄줄이 시국선언을 하거나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나서게 된 배경, 오늘 직접 들어보죠. 제일 먼저 시국선언을 추진한 곳입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최석원 정책기획국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어제는 시국선언이 아니라 기자회견을 하셨네요?

◆ 최석원> 그렇습니다. 지난주에 검찰 발표로 인해서 국정원 사건이랑 그리고 관련 경찰의 축소수사 사건이 수면 위로 다시 드러나게 돼서 저희 여러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 위주로 굉장히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이 됐었습니다.

거기서 “총학생회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와서 저희 총학생회에서는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이렇게 의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온 결과가 이걸 시국선언으로 하기에는 많은 학우들의 의견수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 김현정> 시국선언으로 하려면 학우들의 여론을 좀 더 많이 모아야 되지 않겠는가?

◆ 최석원> 네, 추이를 길게 잡고 굉장히 신중하게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이런 의견이 나왔어요. 하지만 지금 어쨌든 목소리를 내길 요구하는 학우들의 그런 의견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이걸 종합해서 내린 결정이 그렇다면 모든 학우들이 최소한 공감할 수 있는 비판점을 명확히 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총학생회 성명서를 내자. 이 부분에 의견 합의가 되었고 그것이 바로 성명서와 기자회견으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 김현정> 그래서 일단 성명서 기자회견을 한 것이고, 조금 더 학우들의 여론을 모아서 시국선언까지 추진하겠다, 이런 말씀.

◆ 최석원> 정확히 말하면 시국선언이 목표라기보다는 그 과정을 신중하게 학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와중에 혹시 학우들의 의견이 그쪽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역시 그쪽으로 진행을 해야겠죠.

◇ 김현정> 그러니까 시국선언까지 갈지 안 갈지는 아직 모르는 거군요?

◆ 최석원>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학우들의 커뮤니티 내에서 우리가 나서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씀하셨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나 높았습니까?

◆ 최석원> 저희 서울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스누라이프는 글을 쓰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꽤 많은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게시판 내에 추천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 김현정> 추천, 비추천 이런 게 있어요?

◆ 최석원> 네. 맞습니다. 추천을 많이 받으면 추천을 많이 받은 글만 모아놓은 게시판으로 옮겨지는 그런 시스템인데. 굉장히 많은 추천을 받고, 많은 학우들한테 열람이 됐고, 주에서 가장 뜨거웠던 글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김현정> 이번 주에 가장 뜨거웠던 글. 주로 그 내용은 어땠나요? 심각하다는 게 뭐가 심각하다고 얘기를 한 겁니까?

◆ 최석원> 여러 사람이 굉장히 다양한 관점에서 심각성을 제기해 주셨기 때문에 그 프레임이 굉장히 다양했고요. 예를 들어서 국정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국정원 철폐론까지 거론하시거나, 경찰 축소 수사에 초점을 맞추시는 분도 있었고. 아니다, 이건 정권의 개입이 심각하다. 이런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희 총학생회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모든 학우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이렇게 결정을 했기 때문에 저희는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과 그리고 경찰이 그 사건을 축소 수사한 것은 어쨌든 사실이니까. 확실히 수면 위로 드러난 사실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공공기관, 그러니까 정치적 중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할 공공기관이 민주주의의 절차를 훼손했다. 그렇게 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 모든 학우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점을 성명서에 그대로 반영을 했습니다.

◇ 김현정> 성명서보다 더 나아가서 국정원을 비판한 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팩트로 확인된 부분들, 거기까지만 가지고도 일단 심각하다 판단해서 성명서를 발표한 거다, 이 말씀이세요.

◆ 최석원> 네, 저희가 성명서를 내게 된 거에는 물론 그 사건이 중요한 것도 있지만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외압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의 축소수사부터 시작해서 법무부장관의 개입까지. 왠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사회적으로 자정작용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런 판단도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공공기관이 민주주의 절차를 훼손하는 이 중대한 사안을 그냥 쉽게 넘기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셨다는 거예요.

◆ 최석원> 그렇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제일 안타까운 점이 이걸 마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편 가르기로 프레이밍을 해서 마치 시국선언이나 성명서 발표를 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자들이고 아니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자들이다, 이렇게 가르시는 분들이 간혹 있으신 것 같은데.

◇ 김현정> 여야를 나눠서. 너네들 시국선언하고 국정원 잘못했다고 하면 야당 편이야, 이렇게 보는 시각?

◆ 최석원> 네, 그게 제일 안타까운데. 사실 이 부분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절차가 훼손되었다. 그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이거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모두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일각에서는 대학생들이 이렇게 줄줄이 시국선언 하는 것은 정치권이 개입된 거 아니냐. 심하게는 종북 운운하는 표현까지 등장을 하거든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최석원> 일단 저 개인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봐요. 첫 번째는 그분들의 편향된 시각,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가면 정치인 뒤나 쫓아다닌다, 이렇게 보는 편향된 시각이 먼저 근절이 돼야 될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학생회에서 그동안 타 대학과 연대나 이런 거만 신경을 쓰고 혹은 정치적인 캐치프레이즈에 쉽게 넘어가기도 하고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순수성을 끝까지 잃지 말고 최대한 많은 학우들의 의견을 포용하면서 끝까지 순수성을 잃지 않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순수성을 잃지 않고 갈 것이다. 정치권 개입 된 거 전혀 아니다, 이 말씀이시죠?

◆ 최석원>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총학생회가 주도해서 나가자고 한 것도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 최석원> 그렇죠.

◇ 김현정> 비판하는 글들 중에 보면 모욕적인 댓글도 달리고 하던데, 혹시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대응도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 최석원> 일단 일부 인터넷 사이트 위주에서, 사이트 이름을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요새 많이 회자가 됐던 일베 사이트에서 서울대 시국선언 주동자 명단 이렇게 해서 글이 올라왔더라고요.

◇ 김현정> 이름이 떴어요? 이른바 신상 털기입니까?

◆ 최석원> 시국선언도 아닌 기자회견이긴 하지만, 너무 지나친 게 회장 사진을 올린다든지. 아니면 그냥 학생회 일하는 친구들이나 아니면 단과대학 학생회장들 사진을 올린다든지. 그리고 그 밑에 모든 사람들이 와서 아무 상관없는 비난을 한다든지, 이런 식의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저희는 이제 총학생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법적대응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서울대가 이렇게 앞장을 서자 그 뒤를 이어서 이화여대 시국선언문 이미 발표를 했고요.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숙대 뜻을 모으고 있다는 뉴스들이 속속 전해지는데, 이게 다른 대학들하고 사전에 얘기를 했던 겁니까?

◆ 최석원> 저희 일정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타 대학이랑 연계할 틈은 없었습니다.

◇ 김현정> 다른 대학들도 자발적인 거군요.

◆ 최석원> 그렇죠, 아무래도.

◇ 김현정> 그러면 혹시 전국 대학들하고 조직적으로 힘을 모을 생각도 있으세요?

◆ 최석원> 저희는 시국선언이나 혹은 다른 대학과 연대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목적은 학우들의 의견을 충분히 종합해서 그런 방법이 타당하다고 판단이 될 때 시국선언의 방법이나 연대의 방법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절대로 주객이 전도되어서 “일단 힘부터 합치자” 이렇게 하는 건 아닙니다.

◇ 김현정> 아니나 다를까 이런 얘기들 나오네요. ‘학생이 공부나 하지’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최석원> (웃음) 이건 사실 저희에게는 공부죠. 저희는 책 속에서 분명히 배웠습니다. 민주주의는 여러 가지 제도적 기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배운 것을 실제로 사회에 적용해 보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보는 것도 진정한 공부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도서관에서 토익공부만 하는 게 공부가 아니다, 이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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