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불운은 이제 운명이 되는 것일까

'괴물'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또 호투를 펼쳤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6월 들어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상의 투구에도 1패만을 안았다.

류현진은 30일(한국 시각) 미국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탈삼진 7피안타 3볼넷 2실점 역투를 펼쳤다. 3-2로 앞선 7회말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대타로 교체됐다.

하지만 마지막 9회초 수비에서 류현진의 시즌 7승이 날아갔다.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와 중견수 맷 켐프의 잇딴 실책으로 3-3 뼈아픈 동점을 허용했다. 비록 팀은 9회말 4-3 끝내기 승리를 거뒀지만 류현진은 5번째 7승 도전이 무산됐다.

특히 2008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에 빛나는 클리프 리와 선발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둬 더 아쉬웠다. 리는 이날 7이닝 10탈삼진 4피안타 3실점하며 류현진에 근소하게 밀렸다. 류현진으로서는 자신의 우상이자 리그 최고 좌완을 넘어섰다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으나 승리가 무산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6월 5번 모두 QS에도 1패만

6월 들어 류현진의 불운은 이어지고 있다. 5월까지 첫 완봉승을 포함해 6승2패를 거뒀던 류현진은 6월 5번 등판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 이상을 던지고도 승수를 쌓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20일 뉴욕 양키스전 6이닝 3실점에도 3패째를 안았다.

타선 침묵과 불펜 방화, 타선 침묵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렸다. 8일 애틀랜타전에서 7⅔이닝 1실점 호투에도 팀 타선이 1점밖에 뽑아주지 않아 승패 없이 물러났고, 13일 애리조나전에서도 6이닝 3실점,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불펜이 7회 동점을 허용했다. 앞선 등판인 25일 샌프란시스코전도 6⅔이닝 1실점했지만 역시 타선이 1점만 내줬다.

이날은 타선과 수비가 아쉬움을 줬다. 4회말 다저스는 무사 만루의 황금 기회에서 A.J. 엘리스가 투수 앞 병살타로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병살타만 돼도 1점을 낼 수 있었지만 하필 투수 앞으로 가면서 홈과 1루에서 아웃됐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1회말 터진 헨리 라미레즈의 3점 홈런을 잘 지켜냈다. 체이스 어틀리에게 솔로 홈런 2방을 내줬지만 7회까지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그러나 다저스는 9회초 마지막 수비를 넘기지 못했다. 푸이그가 선두 타자 마이클 영의 안타를 흘리며 2루 진루를 허용했고, 이어진 1사 3루에서 뜬공을 잡은 중견수 켐프의 홈 송구가 1루 쪽으로 치우쳤다. 포수 엘리스가 블로킹 과정에서 공을 흘리면서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팀 전력 정상화에도 오히려 승수 실패

6월만 보면 류현진은 다저스 '불운의 아이콘'인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에 버금간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2.08(내셔널리그 3위)에도 6승5패를 거둔 커쇼는 6월 5번 등판해 4번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1승2패에 그쳤다. 그나마 커쇼는 지난 27일 샌프란시스코전 8이닝 2실점으로 6승째를 따냈지만 류현진은 승리조차 없었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에도 약한 팀 전력 탓에 승수를 쌓지 못한 경우가 적잖았다. 지난해에는 탈삼진 210개, 평균자책점 2.66의 성적에도 9승(9패)에 그치며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가 무산되기도 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4, 5월 다저스 전력이 정상화되기 전 팀 도움을 적잖게 받았다. 그러나 최근 푸이그의 상승세와 라미레즈, 켐프의 복귀 등 전력이 짜임새를 갖춰가고 있는 시점에서 역설적으로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등판 시 팀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올해 류현진이 등판한 16경기에서 다저스는 10승 6패를 거뒀다. 에이스 커쇼는 9승8패에 불과하다. 그러나 류현진의 7승이 지연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불운이 운명이 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류현진이 운명을 어떻게 개척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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