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10대들의 눈높이에서 밤낮 구분 없이 SNS 상담을 해온 부산시내 한 경찰의 노력이 관내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을 80%이상 끌어내린 것으로 파악돼 이목을 끌고 있다.
부산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김갑중 계장은 부산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른바 '앵그리버드 아저씨'로 통하는 김 계장은 카톡 친구를 맺은 10대들만 7천명에 이른다.
'앵그리버드 아저씨'로 불리게 된 것은 지난해 2월부터였다.
당시 김 계장은 청소년 관련 업무를 맡게 되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SNS를 통한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청소년 상담용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휴대전화번호 중간에 '빨리요 친구'를 뜻하는 '825-79'를 넣고 학교폭력 신고전화인 '117'을 붙여 '010-82579-117' 번호의 전화를 개통한 뒤 카카오톡을 이용한 상담을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카톡의 각종 게임 점수를 높이는 데도 열을 올렸다.
김 계장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해결하고 싶었지만 낯선 아저씨가 말을 걸면 거부감부터 들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카카오톡 게임으로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든 뒤 청소년들과 연락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씨가 각종 스마트폰 게임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학생 한 두명이 호기심을 갖고 대화를 먼저 걸기 시작했고, 어느새 입소문이 타면서 전국 각지에서 상담요청이 쇄도하게 됐다.
김 계장은 또 "카톡 프로필 사진을 학생들에게 거부감이 들 수 있는 경찰마크 대신 청소년들에게 친숙한 앵그리 버드 캐릭터로 꾸몄더니 청소년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편안하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계장의 상담 덕분에 서부경찰서는 관내 학교폭력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이 8.6%로 집계됐는데, 서부경찰서는 관내 학교폭력 발생 건수 등을 고려할 때 피해경험률이 올해는 2% 밑으로 떨어져 학교폭력이 80%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계장은 "하루에 4~5시간 이상의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힘들 정도로 청소년의 상담 요청이 쏟아져 피곤할 때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자살까지 마음먹었던 왕따 피해 학생이 '아저씨 덕분에 학교 열심히 다니려구요'하는 메시지를 보내오면 피로감이 싹 사라진다"고 웃음지었다.
자신의 본업과 별도로 지난 1년여 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1~2시까지 상담을 병행하면서 김 계장은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가족들과 보낼 시간이 적어 미안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학교폭력 제로'를 향해 상담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