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재판에 넘겨진 재벌회장들이 법정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집행유예 선고를 읍소하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사법절차에서 이 회장의 건강문제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검찰소환과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이 회장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다리를 약간 절룩이며 수사관들의 부축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 나온 CJ 관계자들이 취재진에게 "회장님의 몸이 좋지 않으니 심하게 밀치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만큼 이 회장은 평소 다리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30대부터 앓아온 신부전증이 현재 말기’라며 불구속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CJ 측 변호를 맡은 로펌의 한 관계자는 "신부전증의 경우 일반적으로 투석을 통해 치료하기도 하는데 이 회장의 경우 투석이 불가능해 이식수술이 필요한 상태이며 동생과도 그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건강상 문제를 갖고 있다는 말은 주로 변호인측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건강을 빌미로 법망을 피해보려다 국민의 공분을 사곤 했던 앞선 재벌회장들의 전철을 이 회장이 또 다시 밟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06년 안기부X파일 사건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출국한 뒤 불기소 처분이 난 뒤에야 휠체어를 타고 귀국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재판과정에서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등장했다. 정 회장은 소환조사 사흘 뒤 전격 구속수감됐다가 보석신청이 허가되면서 두달여만에 석방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7년 '보복폭행' 사건에서는 휠체어를 탄채 검찰에 출두했고 지난 4월 횡령,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던 당시에도 간이 침대에 누워 산소호흡기를 꽂고 법정에 나오기도 했다.
김 회장은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국민들은 법과 원칙을 피해가려는 재벌회장의 모습이라며 비판했다.
이처럼 사법처리를 앞둔 재벌총수들의 '와병설'이 이어지고,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법원이 이들에게 보석이나 집행유예를 결정하는 사례들이 이어지자 국민들은 '재벌총수가 아닌 일반 국민이라면 가능했겠나'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며 사법 불신을 키우기도 했다.
구속 결정이 되자마자 불거진 이 회장 건강 문제에 대해 의혹의 시선이 존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