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지난달 24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뒤 2008년 1월에 생산된 이 대화록이야말로 최종본이자 유일무이한 정본이라고 밝혔다.
반면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민주당 문재인 의원 등은 정상회담 직후 만들어 국가기록원에 보관한 대화록이 정본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대화록을 작성해 한 부는 국가기록원에, 나머지 한 부는 국정원에 보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국정원의 설명이 맞다면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하고 국가기록원에 보관하도록 한 대화록은 미완성 중간본이고 국정원본이 정본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가기록원본이 아니라 국정원본을 봐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에 대해 통일부 정책보좌관을 지낸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만약 국정원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대통령을 기망한 것”이라며 “더욱 심각한 국기문란”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어 “대통령이 서명하고 결재한 것이 정본이다”며 “나중에 만든 것은 누가 만들었든 허위문서”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대화록의 근거가 되는 "음성파일이 '마사지'됐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여권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며 변조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발췌본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 2009년 5월 정상회담 분석보고서라는 별도의 문건을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져 지난 정부 초반부터 볼 만한 사람은 모두 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NLL 발언을 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또 다른 발췌본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 전문과 발췌본에는 정 의원이 사용한 표현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이같은 추측이 가능하다.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된 정문헌 의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도 정상회담 발췌록이다.
급기야 국정원은 지난달 대화록 전문과 발췌본을 공개했으나 이 발췌본과 앞서 거론된 발췌본이 동일본이지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집권하면 NLL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한 권영세 주중대사나 지난 대선 때 부산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읽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본 대화록이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전문과 발췌본이 난무하다시피 하면서 민주당은 국정원이 상황에 따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대화록을 편집·유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실상 위·변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