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접전 끝에 세계 랭킹 1위 독일에 1-3(0-1 1-2)으로 졌다. 두 점 차 패배였지만 사실 이길 수도 있던 경기였다. 눈앞으로 다가왔던 역전승이 어설픈 판정 하나에 날아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월드컵 진출 티켓을 자력으로 확보할 기회를 날린 만큼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은 전반 1골을 먼저 내주며 끌려갔다. 그러나 후반 종료 10분 전 이남용(성남시청)의 기가 막힌 동점골로 기세를 올렸다. 경기 내내 리드하다 막판 동점을 내준 독일은 당황했다. 이후 대표팀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마침내 대표팀은 종료 8분여 전 결정적인 역전 기회를 맞았다. 독일 왼쪽이 허물어지면서 수비수가 스틱을 놓친 사이 유효식(성남시청)이 골키퍼와 맞선 가운데 슛 찬스가 찾아왔다.
하지만 순간 휘슬이 울렸다. 혼전 중에 독일 수비수에 공이 맞았다며 페널티 코너가 선언되며 경기가 중단된 것. 한국으로서는 역전골의 호기가 온 상황에서 결코 원치 않았던 판정이었다. 더욱이 반칙이라도 한국이 볼을 점유한 가운데 어드밴티지가 적용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심은 굳이 경기를 끊었다. 기다렸다는 듯 독일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끝내 정상적인 수비가 인정돼 한국은 공격권까지 뺏겼다. 역전골 기회가 무산된 순간이었고, 관중석에서는 '멍청한 심판(Stupid Umpire)!'은 물론 욕설(F****** Umpire)까지 쏟아졌다. 하키 규칙에 익숙한 말레이시아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흐름이 끊긴 대표팀은 잇따라 골을 허용하며 1-3 분패를 안았다. 역전골 상황이 무산되면서 힘이 빠진 게 컸다.
신석교 감독은 경기 후 스페인 출신 파코 바스케스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상황을 자세히 못 봤다(blind)"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말레이시아 협회 관계자들은 "아무 것도 아닌 상황에서 휘슬이 불렸다"면서 위로의 말을 건네기 바빴다.
이후에도 신감독은 "언제까지 정치적인 이유로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울분을 삭히지 못했다. 독일이 세계 1위인 데다 올림픽 챔피언인 만큼 판정의 이익을 봤다는 뜻이었다. 신정희 대한하키협회 부회장도 "엄연히 어드밴티지가 적용될 상황이었는데 공연히 경기가 끊겼다"며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팀은 7일 밤 하키 종주국 영국과 3, 4위 전을 치른다. 하키 종목은 유럽이 강세인 만큼 석연찮은 판정이 또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과연 대표팀이 판정의 불리함을 딛고 월드컵 자력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