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당황하셨어요?" 한국, 투혼의 추격 빛나

U-20 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 졌지만, 오뚝이 근성 빛났다

쿠바와 포르투갈 선수들이 한국과 이라크의 20세 이하 월드컵 8강전을 지켜봤다면 아마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거렸을 것이다. 실점에도 굴하지 않고 승부의 흐름을 뒤집는 태극전사의 저력에 이미 혀를 내두른 바 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당황하셨어요?"라는 말을 이라크 선수들에게 건네고 싶다. 이라크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하긴 했다. 그러나 먼저 앞서가도 그때마다 따라붙는 한국 대표팀의 근성에 얼마나 놀랐을까.


졌지만 잘 싸웠다. 그야말로 저력의 한판이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은 8일 새벽(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의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전후반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경기 양상은 단순했다. 이라크가 앞서가면 한국이 만회하는 양상의 반복이었다.

한국은 전반 20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수 김현의 반칙으로 인해 페널티킥 득점을 내줬다. 그러나 5분만에 권창훈의 만회골이 터졌다. 전반 막판 이번에는 파르한 샤코르에게 기습적인 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시작 5분만에 이광훈의 절묘한 헤딩골이 터져 다시 승부가 원점이 됐다.

전후반 90분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한국은 연장 후반 13분에 또 다시 파르한에게 골을 내줬다. 패색이 짙었다. 누가 봐도 진 경기 같았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뛰고있던 11명의 생각은 달랐다.

후반 추가시간에 믿을 수 없는 반전이 일어났다. 교체 투입으로 이번 대회 첫 출전의 기회를 잡은 정현철의 발에서 기적이 펼쳐졌다. 그가 때린 중거리슛이 단단했던 이라크의 골문을 열어제꼈다. 후반 추가시간 2분에 벌어진 기적이었다.

U-20 월드컵을 눈여겨본 축구 팬들에게는 그다지 낯선 장면이 아니다. 조별리그 통과의 결정적인 발판이 됐던 쿠바전과 포르투갈전의 경기 양상이 이랬다. 쿠바전에서 경기 초반 실점했지만 이후 2골을 몰아넣어 승리했고 포르투갈전에서는 실점-만회골-실점-만회골의 반복 끝에 값진 승점 1점을 따냈다.

FIFA는 홈페이지를 통해 포르투갈전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한국이 무서운 추격을 펼쳤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승부차기는 엄청난 근성으로 승부를 끝까지 몰고 간 젊은 태극전사들에게 주어진 보너스 스테이지였을지도 모른다. 비록 30년만의 4강 진출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올해 대표팀이 선사한 감동은 30년 전에 밀리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골키퍼 이창근의 한마디는 마치 대표팀의 슬로건인 것처럼 느껴졌다. 선수들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똘똘 뭉쳐야만 가능한 결과다. 졌다. 하지만 잘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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