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 과실 의심"vs"단정하지 마라"

미국 NTSB "기체·기후·활주로 특별한 이상 없어"

아시아나 여객기 충돌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여객기가 활주로에 접근할 당시 목표속도 이하의 느린 속도였으며 기체가 실속(失速)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데보라 허스먼 NTSB 의장은 8일(한국시간) 조사 이후 첫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충돌 7초전 조종사 한 명이 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했고 충돌 4초전에는 '스틱 세이커(stcick shaker)'가 몇초간 활성화됐다"고 밝혔다. '스틱 세이커'는 항공기가 속도를 잃고 추락하려는 실속(失速·stall)단계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물리적, 음성적 경보장치이다.

허스먼 의장은 이어 "(활주로) 접근 목표속도는 137노트였으나 사고 여객기 속도는 137노트보다 훨씬 못미쳤다(significantly below)"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사고 여객기 속도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충돌 1.5초전 조종사 가운데 한 명이 '고어라운드(goaround)'를 시작하자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고어라운드는 착륙이 실패할 경우 엔진출력과 기체고도를 높인 뒤 재착륙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는 "사고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할 당시 출력레버는 공전 위치에 있었지만 충돌 직전 몇 초간 출력레버가 앞으로 밀려 있었으며 이에 대해 엔진은 정상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체는 플랩이 30도로 유지되고 랜딩기어가 내려져 있는 등 착륙준비 단계에 있었다"며 "기체 하강시 (충돌 7초전까지는) 접근이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며 조종사들도 기체이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관제탑이 (충돌 이후) 비상상황을 선포할 때까지 조종사들이 스트레스콜이나 지원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허스먼 의장은 "사고 당시 공항 기상은 청명했으며 시계는 10마일(16km)이어서 관제탑이 시계착륙을 요구했다"며 "'윈드시어'(옆바람에 의해 기체가 옆으로 밀리는 현상) 등의 악조건도 보고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활주로의 글라이드슬로프(적절한 착륙고도를 유도해주는 장치)는 공사관계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글라이드슬로프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된 상태였다"고 밝힌 뒤 "글라이드슬로프 외에도 '정밀접근지시등'이나 GPS기술 등 조종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안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NTSB는 사고현장에서 수거한 비행기록장치(FDR, 일명 블랙박스)와 조종석음성기록장치(CVR)를 1차 분석한 결과이다.

이날 NTSB의 1차 분석결과는 기체결함이나 악천후 보다는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두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허스먼 의장은 '과거 보잉 777기종 사고를 살펴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얻을 것이 있다면 과거 사고를 당연히 들여다 본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고는 이전 사고원인과 유사성을 발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허스먼 의장은 "조사에 나선지 몇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오늘 발표로 결론을 이끌어 내지 말라"고 주문했다.

한편, 아시아나 측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종미숙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섰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8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타운에 마련된 사고대책본부 2차브리핑에서 "(조종미숙) 추측은 현재로서는 용납도 안되고 사실과도 다르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 사장은 "미국의 교통안전위원회와 정부의 사고조사위원회에서 공동으로 조사를 시작했다"며 "블랙박스의 해독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착륙 조종을 맡은 이강국 기장이 B777-200ER 기종전환 관숙비행이었다'는 기자들 지적에 대해서도 "관숙비행도 역시 옆에 탄 교관 기장이 모든 책임을 진다. 이번 비행에서도 비행 1만시간을 초과한 숙련된 교관 기장이 함께 비행했다"고 선을 그었다. 관숙(慣熟)비행이란 기장이 새 기종을 운항하는데 필요한 운항시간을 쌓기 위해 베테랑 비행사와 함께 하는 일종의 체험비행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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