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한국 축구에 '예의' 심는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1일 오후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자료사진/노컷뉴스)
1948년부터 27년동안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사령탑을 맡아 통산 10회 우승을 달성한 故 존 우든 감독은 미국 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존 우든 감독은 입학한 신입생에게 가장 먼저 양말을 신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양말을 잘 신어야 발이 느끼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편안한 몸 상태로 운동을 해야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의 지도 철학은 농구 외적인 부분에서 세심한 밑바탕으로 시작됐다.


'홍명보 호'가 새롭게 출범했다. 홍명보 감독은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오는 20일 개막하는 2013 동아시안컵 대회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홍명보 1기'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홍명보 감독은 앞으로 그가 이끌어 갈 대표팀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했다. 그의 지도 철학 역시 축구 외적인 부분에 그 발판을 삼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대표팀 소집 첫 날부터 변화를 예고했다. 선수들은 보다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파주NFC에 첫 발을 내디뎌야 한다. 홍명보 감독의 첫 번째 요구 사항이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옷을 잘 갖춰입고 오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봤을 때 모자를 쓰거나 티셔츠 혹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들어오는 모습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깨끗하고 단정하게 오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이 이 곳에 올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정문에서부터 생각하고 오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파주NFC 입성 자체는 사실 큰 일이 아니다. 그동안 편안한 복장으로 와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파주에 첫 발을 내딛는 그 순간부터 의미를 부여했다. 태극마크에게 예의를 갖추고 그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라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밝힌 변화의 시작은 이처럼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된 기성용의 'SNS 파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대표팀 불화설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표팀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지금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에 '예의'를 다시 심으려고 한다.

어쩌면 경기력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지도자와 선수 그리고 선수들끼리의 예의가 갖춰지고 이로 인해 팀이 단결되면 경기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되기 마련이다.

홍명보 감독이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후 첫 행보는 최강희 전 감독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그는 "대표팀 감독으로서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하는 공식 업무는 전임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한 홍명보 감독은 향후 대표팀 선수 선발 기준에 대해 기성용의 이번 파문을 언급하면서 "선수의 기량은 여러 선발 기준 중 하나일 뿐이다. 내 선발 기준에는 기량은 물론이고 팀을 생각하는 정신이 같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을 강조하는 그의 지도 철학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기성용을 비롯해 2014 브라질월드컵 승선을 바라는 모든 축구 선수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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