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범기가 등장하는 만화 ‘원피스’의 장면들이 게시됐다. 사진을 보면 ‘원피스’ 속에서 전범기는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빈번하게 등장한다. 과거에도 원피스는 전범기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비교적 최신화인 655화를 살펴보면 해골 캐릭터 브룩이 사무라이 얘기를 하는 도중 사무라이의 그림자와 함께 전범기가 배경으로 나오고 있다. 전범기의 가운데에는 화평할 ‘화’자가 한자로 적혀있다. 해당 편에서 브룩은 “사무라이가 ‘조화의 나라’의 검사”라고 전한다. 정황 상 ‘조화의 나라’는 일본을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을 그린 325화의 삽화에서 전범기는 아예 삽화 전체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중앙에 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줄기가 뻗어나가는 모습이 일본 전범기의 그것이다. 이밖에 624화에서도 나부끼는 깃발의 바탕이 전범기와 똑같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애니메이션으로는 182화, 만화로는 278화의 장면을 보면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깃발이 나오는 것. 가운데가 동그란 원이 아니라서 완전한 전범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충분히 전범기를 모방했음을 예상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욱일승천기, 욱일기라고도 불리는 전범기는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의 붉은 태양 문양 주위에 붉은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형상화하여 만든 깃발이다.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돼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해당 깃발의 게양이나 노출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뭐지? 진격의 거인이야 캐릭터 문제지만 이건 진짜 빼도 박도 못하게 그림으로 그려놨네. 원피스도 안녕인가?”, “원피스에 내 청춘을 다 바쳤는데 씁쓸하다”, “원피스 우익인 줄 몰랐는데 이번 계기에 확실히 알고 간다. 자기 작품에 어떤 그림을 그릴 때는 그 그림의 의미를 알아야 되는 거 아닌가?”, “그냥 일본 만화를 보지 말아야겠다. 은혼부터 원피스까지 아주 제대로네.”, “독일에서는 나치 문양을 법으로 금지하면서까지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애쓰는데 일본은 저걸 떳떳하게 만화에 담고 있구나” 등의 댓글을 남겼다.
원피스는 1997년부터 만화가 오다 에이치로가 연재를 시작한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만화다. 대해적시대를 배경으로 풍부한 이야기와 다양한 캐릭터들로 인기를 얻었다. 원피스는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게임, TV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69권까지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