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11일 오후 6시쯤 전통문을 통해 개성공단 문제해결에 집중하기 위해서 2개 회담 모두를 보류한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순수 인도주의 사안인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 적극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북한이 제의한 회담을 하루만에 보류한 것은 우리 정부가 전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금강산 관련 회담을 거부했고, 19일로 제안받은 이산가족 상봉문제에 대해서는 장소를 우리 측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바꿀 것을 수정제안했다.
북한이 우리의 수정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 판단했던 정부는 뒤통수를 맞았고, 3년 만에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산가족 상봉은 좌절됐다. 무엇보다 문제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주도권을 북한에게 계속 뺏기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있었던 개성공단 실무회담도 북한의 제안으로 이뤄졌고, 그에 앞서 '격' 문제로 무산됐던 남북회담 역시 북한이 먼저 시도한 것이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 4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문제를 위한 대화를 북측에 제의 한 이후, 5월부터 쏟아진 북한의 대화 공세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남북 관계를 다루고 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우리 정부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면서, 북한이 '대화 카드'를 내밀면 그때 가서야 진정성 여부를 따지며 끌려다니고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은 우리가 먼저 쓸 수 있는 카드였음에도 빼앗겼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5일 개성공단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3차 남북 실무회담에서도 북한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우리가 요구하는 '개성공단 국제화'는 공식 의제 형식으로 북한에 전해졌을 때 거부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존심 강한 북한이 자신들의 공단을 남측의 요구에 맞추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