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재판부 "녹취록, 독인지 약인지 모르겠다" 회의적 반응

김원홍, "대법가면 다 무죄, 내가 하라는대로 하라"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SK 항소심 공판에서 사건 당사자들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SK측에서 무죄를 입증할 증거로 제시한 녹음파일에 대해 재판부가 '최 회장에게 어떤 득이 될지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쳐, 유무죄를 가리는데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11일 열린 공판에서 김원홍 전 고문과 김준홍 전 대표가 지난해 7월경 나눈 대화가 녹음된 파일 2개와 김원홍 전 고문과 최 부회장 간의 대화내용이 담긴 파일 1건 등 3건을 재생했다.

녹음된 대화는 '최태원·최재원 형제는 죄가 없고 내가(김원홍 전 고문) 모든 것을 주도했다'고 강조하며 앞으로의 진술전략을 논의하는 내용이었다.

김원홍 전 고문은 녹음파일에서 "최 부회장은 그게(펀드 선지급) 왜 돌아가는지도 몰랐던 것이고 너(김준홍 전 대표)와 나 사이의 일이 이렇게 돼 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홍 전 대표는 이날 법정에서 "총대를 맨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왜 다시 묻나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유를 알겠다"고 말했다.

김원홍 전 고문은 김준홍 전 대표에게 "대법원에 가면 무죄다. 내가 자료를 다 가지고 있으니 겁먹지 말고 내가 하라는대로 하라"고 강조했다. 또 "나에게 보낸 돈은 투자금이 아니라 보험료로 보낸 것"이라고 강요했다.


이에 김준홍 전 대표는 "전화통화를 한 뒤 너무 억울해 '보험료는 말도 안된다. 최 회장의 투자금이라고 말했지 않았나. 나에게 덮어씌우려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문자를 다음날 아침 보내기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김원홍 전 고문과 최 부회장의 대화 녹음파일에는 "너(최 부회장)는 죄가 없는데 미안하다. 내가 누명을 벗겨주겠다. 너는 죄가 없고 최 회장도 진짜 죄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최 회장 형제 측 변호인들은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단독으로 횡령을 저질렀고 최 회장 형제는 무죄'라고 주장하기 위해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탄핵증거로 신청한 바 있다. 녹음파일과 녹취록에는 김원홍 전 SK 해운 고문이 최 회장, 최 부회장, 그리고 선물투자 담당자인 김 전 대표와 나눈 대화내용이 각각 녹음돼 있다.

이날 처음으로 녹음파일이 공개됐지만, 재판부는 녹음파일의 녹음 취지와 경위 등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변호인이 결정적인 증거인 양 녹음파일을 제출했지만 (최 회장 측이) 김 전 대표에게 본건의 핵심사안인 베넥스 펀드 출자금 선지급과 송금 혐의를 뒤집어쓰게 하려는 정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녹취록이 약인지 독인지 모르겠다"며 "녹취록과 녹음파일 제출을 물러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김준홍 전 대표는 최 회장이 선지급은 물론 김원홍 전 고문에게 전달된 선지급금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며 새로운 내용의 진술을 했다.

이날 김준홍 전 대표가 "2008년 10월 최 회장과 김원홍 전 고문을 함께 만난 자리에서 본 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고 선지급 기한인 10월말을 언급한 것도 최 회장이었다"고 진술했다.

그간의 최 회장이 계열사 선지급금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김 전 대표에 의해 이뤄졌고 펀드 출자 선지급금 송금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는 주장과는 달라진 진술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15일 서울고법 형사중법정에서 열린다. 결심 공판은 오는 22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회장은 SK텔레콤 등에서 베넥스에 출자한 펀드 선지급금 450여억원을 중간에서 빼돌려 김원홍씨에게 송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준홍 전 대표는 최 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최재원 부회장에게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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